마지막까지 내가 붙잡고 싶었던 것은,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었지.
그냥, 내가 누군가를 지킬 수 있었다- 라는, 누군가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었다- 라는... 그런 단순한 희망에서 시작된 것이였으니까.
그렇지. 그냥 나는 일종의 '소모품' 같은 느낌이었지. 누군가를 위해 희생했다면, 그걸로 나는 충분하다- 라는 느낌.
...근데 말이야, 역시 미래라는 건 아무도 모르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
그냥 나는 그걸로 충분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건 아니었더라.
언제 갑자기 생길지 모르는 인연이라는 게, 내가 생각해두었던 미래를 바꿔버릴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 못 했을 테니까.
이 대대에서, 누군가와 함께 약속을 하게 될 것이라곤... 정말로 생각 못 했었거든.
지금까지 해왔던 약속들은, 전부 약속했던 인물들이 사라지거나 그랬었으니까. 그래서 막상 약속이라는 걸 하자니 조금은 두렵기도 했지.
그래도 왠지, 이 약속은... 꼭 하고 싶어서, 꼭 지키고 싶어서... 정말 마음 굳게 다짐하고 꼭 이루겠다고 약속했었어.
무언가 알 수 없는 그런 묘한, 마치 내가 겪은 일들을 너도 겪었을 것만 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운을 느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 표현하니까 정말 이상하기는 한데, 내가 섬세하게 표현하는 걸 못 하는 녀석인지라... 대충 분위기로만 그렇다고 생각해 달라구.
어쨌든 그런 분위기가 너에게서 느껴졌었지. 왠지 어딘가 마음 한구석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듯한, 허전함을 느끼고 있을 듯한 그런 분위기.
서로 돌아가서 달 산책하자고 이야기도 하고, 빛이니 어둠이니 그런 이야기도 조금씩 이어나가고... 생각해보면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눴던 것 같아.
그러다가 빛과 어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네가 건넸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걸.
「...이리도 불안정한 빛이라니. 그 사람은 안됐네요.」
...하하, 그런가? 그 사람은 불쌍한 사람인건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네. 불안정한 빛이니까. 확실한 빛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그런 불안정한 빛이라도 당장은 그 빛을 잡고 싶을테고, 그 빛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경우가 있겠지.
아마 이해하기 힘들었던 건 사실일 거야.
그리고... 그 사람이 나였다는 것도 아마 그 당시엔 깨달을 수 없었겠지. 어쩌면 지금도 못 깨달았을 수도 있고.
내가 이렇게 얘기를 꺼냈으니 알게 되었을 수도 있고.
나에겐, 늘 칠흑의 어둠만이 가까이 다가왔을 뿐이니까.
어렸을 때의 사고도, 그 이후로 계속해서 겪은 자잘한 나쁜 일들도... 좋은 일들이라곤 하나도 없이 그저 가라앉게 만드는 일들만이 가득했었지.
그런 일들을 억지로라도 견뎌내며, 이 곳에서... 너라는 한 줄기 빛을 만나게 되었지.
나는 그 빛을 붙잡고 싶었어. 혹시라도 그 빛을 다시 잃어버리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빛이 사라지는 것보단, 차라리 내가 희생해서라도... 그 빛을 어떻게든 밝게 빛나도록 만들어주고 싶었어.
그 결과는... 글쎄, 어쨌든 빛을 지킨 것이긴 할까? 아하핫...
네가 있었기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네가 있었기에, 나는 다시 희망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었고...
네가 있었기에, 나는 다시 모두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다짐을 가지게 되었어.
애초에 나는 희생이라는 것에 대해 큰 무서움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언제든, 이 곳에서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한 점 후회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조금 후회되긴 하네. 빛을 혼자 두고 어둠 속으로 떠나는 것 같아서.
물론 완전히 어둠 속으로 떠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를 혼자 두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다시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서 네 곁에 도착했다, 이 말이지!
갑자기 너무 밝아졌나? 크크...
혼자 두기 싫어서, 네가 어둠 속으로 빠져버릴 것 같은 그게 두려워서 난 다시 네 곁으로 갈 거야.
네가 겪게 될 고통, 네가 겪게 될 걱정들... 나도 같이 곁에서 떠안고 싶어. 뭐든지 혼자보단, 여러명이 낫다고들 하잖아?
그리고, 약속했으니까.
약속이라고 해봤자 '달 산책' 말고도 더 있나, 싶은 생각도 들겠지.
그렇지만, 그렇게 산책을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더 나누며 서로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지금까지 어떤 아픔들을 겪어왔는지, 그런 아픔들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나도 알아보고 싶어.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아픔들을 어떻게든 극복해내서 너를 만난 것처럼, 너에게도 그런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물론... 말하기 부담스럽다면, 말하지 않아도 좋지만!
누구나 다 아픔이라는 건 간직하고 있지. 그 아픔을 숨기는 것도, 그 아픔을 누군가에게 표출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이니까- 더 파고들지는 않는 편이야.
하지만- 이제는, 네가 그런 아픔들을 더 쌓지 않도록 내가 도와주고 싶어.
...사실 내가 이런 모습이 된 것 자체가 너에겐 아픔이 되지 않을까, 오히려 내가 너에게 아픔을 만든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네 곁을 떠나지 않기로 했으니까!
언제나 네 곁에 있기로 약속했으니까!
그게 의리지, 의리!
한편으론, 좀 아쉽기도 하네. 당연한 걸까, 싶기도 하고.
내가 조금이라도 더 단단했더라면, 좀 더 너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조금이라도 더 의지를 가졌더라면, 좀 더 너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조금이라도 더 앞장섰더라면, 네가 쉽게 뒤따라올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내가 너를 따라다니는 꼴이잖아.
이건 너에게 부담스러운 일을 더 만들어버리는 느낌인 것 같다고.
그래도 한편으론 나를 여전히 믿어주고 있는 것 같아서, 그건 조금 다행인 것 같기도 하네.
그 믿음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고 싶어.
늘 너의 곁에서, 네가 떠안게 될 일들을 내가 떠안고 싶어.
모든 걸 잃는다고 해도, 너는 잃고 싶지 않아.
이젠 잃어버리는 것만이 존재한다고 해도, 너는 나의 영원한 기억 속에 남겨둘거야.
어떻게든 너만은 잃지 않으려고, 노력할 거야.
이런 내가... 네 곁에 있어도 될까?
...아, 물론... 편하게 달 산책하기 좋은 지금 이 자체도 충분히 좋아.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생각해 달라구-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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