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히드/옵시디언/제니스] Re:miniscence -revision-
"헤에- 혼자서는 와봤지만 이렇게 여러명이선 처음 오는 것 같네."
"난 그냥 여기에 온 게 처음인 것 같은데?"
"이 몸도 아마 여긴 처음일 것 같군."
"뭐야- 다들 처음이야?"
"근데 좀 신기한 곳이긴 하다!"
오랜만에 시간이 생겨서 내가 예전에 계약을 맺었을지도 모르는 그 바다에 왔다. 그나저나 기껏 이렇게 왔는데, 왜 히드라 녀석은 날 반기러 나와주질 않는거지! 아마 나 혼자 왔으면 반기러 왔을텐데, 단체로 왔으니까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뭐 이 녀석들은 따로 계약하자고 권유해도 안 받을 것 같지만 말이야. 특히 형이라면 더더욱.
"그나저나 바람이 좀… 으엑."
형은 아까부터 불안불안하더니 바닷바람이 좀 강해지니까 바로 뒤로 날아가버렸다. 제니스는 형을 보고 좀 걱정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여기 주변은 전부 모래사장이니까 넘어져도 딱히 아프지는 않을 듯. 형은 뭔가 바닷바람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 같더니 다시 여기까지 어떻게든 바람을 뚫으며 걸어왔다. 형이 날아다니지 않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괜찮아?"
"그래… 뭐, 괜찮긴 한데…"
"다친 덴 없지?"
"이 몸이 설마 다치기라도 하겠냐. 그냥 바람이 좀 강해서 그렇지."
"우리들은 괜찮은데 왜 형은 날아가?"
"이 몸은 너네들보다 좀 가벼우니까."
"하긴, 좀 가벼워야 날아다닐 수 있을 테니까."
"가볍다는 게 항상 좋은 건 아니구만?"
다행히 형이 한 번 제대로 날아간 이후로는 그렇게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았다. 그나저나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뭐하고 놀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제니스가 갑자기 우리들을 향해 바닷물을 모아서 뿌리고 있었다. 헤에- 그런 거 좋아하는구나? 뱀들에게 바닷물을 머금으라고 시킨 다음 마치 호스를 뿌리는 것마냥 직격타를 날려대기 시작했다. 형은 우리들이 장난을 칠 때마다 어떻게든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형은 물장난을 치려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유야 뭐 대충 눈치챌 수 있긴 하다. 어쩌면 형도 우리들처럼 같이 물을 만지면서 놀고는 싶은데 정작 그랬다간 뒷처리하기가 너무 힘들어지니까 어쩔 수 없이 우리들이 뿌리는 물을 피해다니기만 하는 거겠지? 그럼, 더욱 격렬하게 피해다니도록 해 줄게!
"형은 우리들이랑 같이 못 놀아서 아쉽지 않아?"
"그렇다고 이 몸의 날개에 물 묻는 건 싫어."
"그럼 어떻게든 묻혀줄게!"
"나도 같이 도울까?"
"뭐… 뭣? 이딴 물따위 이 몸이 전부 없애버리는 수가 있다?"
"해봐! 재밌겠네!"
"……근데 진짜로 했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서 안 할련다."
"그럼 공격을 피하기나 하라고!"
"공격 시작!"
형을 향해 이 때까지 모아둔 물을 전부 방출해내자, 형은 정말 진심으로 깜짝 놀란 듯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물을 피해다니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형이 순발력은 엄청 뛰어난 것 같다니까. 분명 우리들이라면 못 피했을 것들을 혼자서 다 피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형 순발력이 엄청나다!"
"음, 위험하니까 발동되는 순발력이라고 하지, 뭐."
"헤에- 재밌네. 그런 것도 있다니."
"됐고 물은 저 녀석에게나 뿌리고 이 몸한텐 그만 뿌려!"
"싫어! 형한테 계속 뿌릴거야!"
"나도 아까부터 뿌리고 있었다고!"
"…아, 귀찮아지겠네."
언제까지 피할 수 있나 한 번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