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테일] Flicker -Undertale Redesign- 1 (Type. H)
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나의 친구들이 밤에 날아다니는 어떤 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나는 은근히 그 나비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예전부터 이 곳에서 떠돌아다니는 소문이었던 것 같은데, 이 소문을 들어보는 건 나에겐 처음이었다. 어떻게 생긴 나비이길래 이렇게 다들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 아, 그러고보니 오늘이 그 날 아니던가?
* 그 나비에 대한 이야기 말이냐? 그걸 아직도 믿어?
* 나비에게 소원을 빌면 뭐든지 이루어진다고!
* 도대체 무슨 소원이길래 그렇게 나비를 원하는 거냐!?
* 이 위대한 파피루스가 왕실의 근위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이라고! 엣헴!
* 이제 근위병같은 거 필요 없는데?
* 아직 내 마음 속에는 근위병에 대한 욕망이 불타오르고 있다고!
*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냐?
*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니라, 아주 뼈를 태우고 있는 것 같군.
나도 한번 찾으러 가 볼까? 어디로 가면 그 나비를 찾을 수 있냐고 묻자 저기 보이는 뒷산으로 올라가면 낮은 확률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대답을 받았다. 저 뒷산… 조금 높아보이는데, 정말로 올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의지가 있으면 가능할 것 같은 높이였기에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반응이 꽤 뜨거웠다.
* 뭐!? 정말 저기를 올라갈 거라고!?
* 이 파피루스에게 대적할 상대가 있다니, 어디 내가 질까보냐!
* 난 귀찮아! 애초에 소원같은 거 빌어봤자 쓸모도 없다고.
* 직접 저지르지 않고는 모르는거야.
* 그래도 싫다니까! 저렇게 귀찮은 짓을 또 해야 된다는 게 얼마나 귀찮은데.
* 그럼 이 몸이 멋진 근위병이 되는 모습이나 지켜보고 있으라고!
* 녜헤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밤이 되었다.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 날인데, 그래서 나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걸까? 나비를 찾으러 밖으로 나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을 땐 모두 나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처럼 조용했다. 심지어 내가 바깥으로 나오는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았다. 혼자서 조용히 돌아다니며 찾으면 되겠지, 크게 걱정되지도 않았고 오랜만에 혼자 나왔다는 생각에 즐겁기도 했다.
뒷산의 입구…라고 해야 될까? 어쨌든 처음 시작점에 도착했다. 조금씩 올라갈 때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 시작했지만, 보름달이라서 그런지 달빛이 강했기 때문에 길을 아예 찾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대로 계속 올라가다 보면 나비를 발견할 수 있는 거겠지? 소원같은 건 관심없고 그저 나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데 올라갈 때마다 뭔가 수풀 사이에 누군가가 있는 듯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이 뒷산을 알고 있는 존재가 우리 친구들밖에 없기도 했고. 그래서 수풀에서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아, 파피루스가 지나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파피루스도 분명 나에게 발각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동시에 나비를 찾으러 가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안전할거야.
아무래도 너무 올라왔는지 다리가 조금 아파서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바위가 있길래 앉았다가 가기로 했다. 이번에도 수풀 사이에서 소리가 들렸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그 수풀 사이에서 어떤 줄기같은 것이 나를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설마… 이 줄기는…
* 뭐야? 이런 곳엔 무슨 일로 올라온 거야?
플라위에게 여기까지 올라오게 된 계기에 대해 전부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플라위는 웃기다는 듯 피식 웃으며 나를 약올리기 시작했다. 자신은 그런 나비를 몇 번이고 봐왔다면서, 그래도 소원같은 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우리들의 환상을 전부 깨버렸지만, 조금은 신경써주는 눈치였던 것 같았다.
* 기껏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보여주긴 해야겠지?
* 내가 길을 표시해 둘 테니까, 잘 따라오라고. 알았지?
* 괜히 길 잃어버려서 아무도 없는 한복판에서 질질 짜지 말고.
* 먼저 갈 테니까, 내가 표시해둔 거 잘 살펴보고 와!
그렇게 플라위는 다시 땅 속으로 사라졌고, 그 대신 무언가 덩쿨같이 생긴 것들이 이리로 오라는 듯 차례대로 땅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쪽 길로 가면 되는건가… 그런데 여기는 딱히 정해진 길이 없는 그냥 수풀밖에 없는 곳인데, 정말로 괜찮은지 의심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길을 표시하는 이유가 어쩌면 이 수풀 사이를 지나가야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일수도 있고….
처음에는 뭐든지 믿기 힘든 존재였지만, 지금은 친구니까 분명 배신같은 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수풀 사이를 뚫고 지나갈 의지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좋아, 한 번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