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 P 2016. 3. 27. 00:03

요즘 그 녀석을 볼 때마다 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평범한 녀석이라면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에 대해서 마구 물어보고 있더라고. 이쯤되면 정말 이 녀석이 무슨 짓을 할 지 도무지 예상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아주 이상한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이상한 짓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 어쩌면 다 뻔한 짓들이겠지.


그나저나 많이 바쁜 것 같이 보이는데, 바쁘다고 내가 조용히 있어줄 몸인 것 같냐. 오히려 정말 바쁠 때 말이라도 걸면서 나에게 정신이 팔리도록 하는 것도 나름대로 이 녀석의 인생을 망치는 좋은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거든? 이 녀석은 내 잎사귀 안에 있는 녀석이니까 말이야.


 * 헤, 오늘도 많이 바쁜가보네? 

 * 요즘따라 바쁠 때 건드리는 거에 엄청 재미들렸거든. 

 * 내가 얼마나 네 녀석의 인생을 망칠 수 있을지 한 번 실험해보고 싶은데 말이야. 

 * 재미있겠다, 그치? 


그렇게 즐겁게 이 녀석을 괴롭히고 있다가 오늘도 이 녀석 아니랄까봐 조금 이상한 영역의 질문을 하고 있었다. 가끔씩 이 녀석을 놀리면서 메롱을 한다던가- 하는 경우에 혀를 내미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은 정말 뜬금없이 이 혀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 거 있지.


 * 혀는 갑자기 왜? 

 * …뭐? 당겨보고 싶다고? 너 수명 당겨지고 싶냐? 


처음에는 좀 어이가 없었다만… 이렇게라도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조금은 신기하긴 했다. 내가 제대로 관심가지지 않은 부분에 이 녀석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잖아? 뭐- 나름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이 없진 않으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정말 혀 잡아당기진 마라. 내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고 내가 널 어떻게 할 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혀를 잡아당기지 말라고 경고를 했더니 뭔가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또 어떤 무섭고 이상한 짓을 할지… 조금 두려워지기 시작했지만, 괜찮아! 내가 이 녀석보다 더 강하다는 것은 이미 이 녀석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도대체 무엇을 원하길래 혀를 잡아당기고 싶어하는지 여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나저나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이리저리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야, 그렇게 부담스럽게 쳐다보지만 말고 할 말이 있으면 하던가 없으면 얼굴이나 치워. 계속 이렇게 맞대고 있으니까 정말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진짜 원하는 게 뭘까….


 * 야, 할 일 없으면 얼굴 다른데로 치워. 

 * 만약 안 치우면 내가 널 어떻게 할 지도 모르니ㄲ… 


내 위협이 마저 끝나기도 전에 녀석은 슬쩍 내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추는 것이었다. 자, 잠깐… 이건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고… 내 빨개지는 얼굴을 보고 있는지 녀석은 싱긋 웃으며 꽃잎을 쓰다듬어 주었다. 돼, 됐어! 내 얼굴 쳐다볼 시간에 다른 유익한 짓이나 하라고! 내가 이런다고 기분 좋을 것 같아…!?


 * 뭐, 뭘 보는건데! 

 * 사실 혀 만지고 싶다고 한 건 이걸 갑자기 나에게 하려고 그랬던 거 맞지!? 

 * 뭐라 변명해도 안 들을 거니까, 알아서 나에게 저지른 짓에 대해서 반성이나 하라고…! 


사실… 음… 아예 해본 적 없는 짓이라서 조금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느끼긴 했는데, 그렇게 대놓고 말해버리면 이 녀석의 장난감이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일부러 강해보이려고 아닌 척 한 것일지도 모르겠네. 조금은 상냥하게 대해줄 필요도 있을…


까보냐! 체, 다음엔 내가 뭐라도 해서 이 녀석을 더 놀라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