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제네토/옵시디언] ζ ± Ω (Type. Ω)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여전히 잘 지내고 있으려나? 바쁜 것도 있고 그냥 혼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도 있고 해서 최근에 만나지 못했었는데, 그러면서도 계속 머릿속에서 생각은 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좋은 녀석으로 제대로 기억에 남아버린 것 같아. 그래서 못 참겠다! 싶어서 오랜만에 만나러 가려고 날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지. 가끔은 날아다닐 수 있다는 거, 정말 편하다니까. 굳이 여기까지 오게 할 필요도 없고 이 몸이 직접 가면 되니까 말이야.
아-주 예전에 여기서 의도치 않게 부딪힌 기억이 난다. 솔직히 그 때 부딪힌 일이 없었더라면 아마 이 몸은 그 전처럼 평범하게 「음- 여기도 나름 구경거리가 많고 좋은 곳이군.」 이라는 소감만 남기고 다시는 올 일이 없을 듯한 곳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야. 정-말 정말 우연하게 일어난 일 덕분에 여길 자주 오게 되었고, 그만큼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그런 것들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었고. 이런 게 재미있는 일상 아닐까!
딱히 이야기하고 온 게 아니라서 과연 이 주변에서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조금은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론 깜짝 선물같은 느낌이라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 녀석이 자주 오는 것 같던 장소를 몰래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역시 무리였나- 싶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그 녀석이 예상대로 여기에 온 거 있지? 멋있는 녀석이라서 높은 곳에 있어도 이 녀석이구나! 라는 게 바로 느껴질 정도라니까.
아마 저 녀석은 이 몸이 위에 있다는 걸 모르고 있겠지? 깜짝 놀라게 하고 싶어서 조금 더 위에 있다가 녀석이 정말 마음을 편하게 놓고 있을 때 뒤에서 다가간 다음 어깨를 툭 치기로 결정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슬쩍 착지해서 걷는 소리가 안 들리게 날갯짓하면서 녀석의 뒤로 몰래 이동한다. 이 곳은 우리들 이외에는 알고 있는 녀석이 거의 없는 곳이라서 주변의 시선같은 것도 눈치채야 할 필요가 없어서 이렇게 몰래 해야 될 일이 있을 때 정말 좋은 것 같단 말이야.
녀석의 뒤에 도착했다. 정말로 아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 것 같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정말로 건드리면 놀랄 것 같은 타이밍이 되자, 이 녀석에게는 보이지 않을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강하게 툭 쳤다. 그러자 예상대로라고 해야 될까나? 갑자기 튀어올라서는 뒤를 돌아보다가 자연스럽게 넘어지는 것이었다. 키히히, 많이 놀랐지? 오랜만이어서 그랬을 뿐인데!
"헤-헤! 오랜만이네!"
"…그, 그래. 오랜만이긴 한데 굳이 이럴 필요까진…"
"혹시 이 몸을 잊었을까 해서, 기억 속에서 꺼내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라구!"
"외형만 봐도 잊을 것 같이 생기진 않아서 항상 기억 속에는 있었다만…"
"솔직히 이 몸 엄청 그리워하고 있었지?"
"글쎄… 그립다고 해야 될 정도였다고 말하긴 좀 오묘하지만."
"뭐 그래도 기억 속에 있었다니 다행이네!"
"갑자기 여긴 무슨 일로?"
"무슨 일이긴! 제네토 생각나서 몰래 한 번 찾아왔지!"
"그랬던 거였군."
"이번에도 같이 놀자구!"
"흠… 귀찮은 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괜찮아! 예전부터 전부 이 몸이 알아서 했었잖아?"
"그렇긴 했지."
아, 맞아! 이렇게 다시 만날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둔 게 있었는데, 바로 제네토랑 거-의 똑같은 옷! 사실 여기에 오기 전에 한 번 입어보긴 했는데, 은근히 편해서 잘 맞더라구. 얼굴에 붕대를 말아대는 것도 처음엔 좀 불편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이렇게 다니는 데에 그렇게 큰 불편함도 없었고. 평소 모습도 엄청 자유롭고 그렇긴 했지만, 이렇게 입고 있으니까 더 색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어서 엄청 마음에 들었어.
제네토가 놀란 마음을 잠시 진정하는 사이에 슬쩍 준비해온 옷을 입고 오자, 제네토는 처음에는 좀 가만히 있다가 눈을 비비기도 했다. 하긴, 많이 신기할거야. 자신과 거의 똑같이 입은 녀석이 눈 앞에 있으니까 말이지! 이렇게 만드느라 엄청 고생했어! (뭐… 내가 직접 손수 만들었다기보단 조수 녀석의 도움을 빌린 것도 있고 그랬지만?)
"그 옷은 대체…"
"이렇게 만날 때를 대비해서 만들었지!"
"거의 똑같이 생겼군."
"완벽하게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거의 비슷하지?"
"얼굴의 붕대까지…"
"사실 예전부터 이 몸도 얼굴에 붕대를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번에 정말로 한 번 둘러봤지롱!"
"그렇게 내가 인상적이었던 건가."
"이 몸도 이렇게 자극받은 건 처음이라구!"
"기쁘다…고 해야 될까?"
"헤- 그러면서 슬쩍 웃은 거 다 봤다구. 나름대로 웃는 모습도 괜찮은 것 같은데 말이야!"
"웃을 일은 거의 없어서."
"히! 이 몸이 웃게 했다! 역시 이 몸은 참 위대해!"
"…그런 정도까진 아니고."
누군가가 우리들을 보면 참 신기하게 쳐다보지 않을까? 저번에 그런 시선을 제네토는 거의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았는데, 이번엔 어떨지… 살짝 궁금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