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샤크이 / 옵시디언] shark & nigh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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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바다를 보니까 꽤 마음에 드는걸. 사실 원래는 바다를 볼 이유가 없긴 하지만, 어쩌다보니 이 근처에서 어떤 요청을 받게 되어서 잠시 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 바다 구경하러 온 적은 있는데, 혼자서 바다 구경은 처음이랄까. 사실 나도 수영같은 거 잘 하긴 하는데, 날개가 젖어서 좀 귀찮아져서 말이야. 그래도 정말 마음잡고 하면 잘 한다구? 깃털이라고 무시하지 마!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꽤나 지형이 높은 곳이라서 파도가 엄청 높게 올라오지 않는 이상 몸에 물이 묻을 일은 없을 듯. 언제봐도 저 푸르스름한 물은 참 신기한 느낌을 준다. 분명 오랜 시간동안 저렇게 있었을 텐데 항상 저렇게 푸르게 빛난다는 게 참 신기하단 말이야. 마치 누군가의 손길이 있었던 것처럼.
그러다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 저 멀리서 무언가 바닷속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그냥 물고기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속 보다보니 뭔가 물고기라기엔 조금 격한 반응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뭔가 큰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자리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피하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와 사방으로 물을 튀겼다. 물론 이 몸도 그 물을 잔뜩 맞아서 젖긴 했지만, 그렇게 짜증날 정도는 아니었고 오랜만에 물을 맞아서 좀 신기했다고 해야 되나… 워낙 바닷물은 많이 접한 적이 없어서 말이다.
"…켁,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크으-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맡으니까 즐겁구만! 그나저나 너는 왜 상태가 그 꼬라지인 거냐?"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
"뭐야, 주변에 나 말고 또 다른 녀석이 있나?"
"…흠, 그나저나 신기하게 생겼네. 이야기로만 듣던 인어같다고나 할까."
"너도 재미있게 생겼는데 말이지! 개구리같은데 어떻게 보면 까마귀같기도 하고."
"그건 그쪽의 상상에 맡기겠다구."
인어라고 말하긴 했는데, 어떻게 보면 상어의 느낌도 없진 않은 것 같고. 뭐지? 상어같은 인어인가. 요즘 참 특이하게 생긴 존재들이 참 많은 것 같아. 물론 이 몸은 평범한 존재보다 특이한 존재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만나게 된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만난 겸 자기소개라도 해야겠지?
"뭐, 일단 자기소개부터 하지. 이 몸의 이름은 옵시디언!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의외로 재앙을 가져다준다구-?"
"재미있는 녀석이네! 난 샤크이라고 한다! 개구리 친구를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크흐흐-♪"
"이 몸도 상어인지 인어인지 잘 모를 친구를 만나게 된 거, 처음이라구-♪"
"히야- 서로 신기하게 생겨서 놀랍군."
"그나저나 그런 몸으로 생활하는 거, 불편하지 않아?"
"전-혀! 오히려 주변에서 좋게 봐주고 그런다구-?"
"사실 겉모습만 보면 무섭게 생기긴 했는데, 의외로 말을 듣고 있으면 꽤 착한 구석도 보이는 것 같긴 했지만 정말로 그런 것 같네?"
"내가 얼마나 잘 챙겨주는데! 나중에 너에게도 하나 챙겨줄까?"
"아냐-♪ 이 몸은 요즘 바쁜 일이 많아서 자주 볼 일도 없고 말이지. 그래도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긴 하겠지만!"
"한 번만 만날 인연은 절대 아닌 것 같군!"
"당연하지!"
그렇게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아직은 초면이라서 어떤 질문이 실례일까- 같은 것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해야 될까? 그런 게 있어서 조금은 머뭇거리는 느낌도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성격이 매우 밝아서 그런지 뭐든지 잘 대답해주고 질문도 잘 건네주고 그런 반응이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에- 그나저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네. 아직 이 몸이 질문도 많이 못 했는데, 벌써 다른 요청을 수행하러 갈 시간이 되어버렸달까.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서 작별하기로 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보기로 하자.
"이제 이 몸은 바빠서 먼저 가봐야겠는걸. 언젠가 또 보자구!"
"언제든 이 바다로 다시 놀러오라고! 내가 반겨줄테니까!"
"약속한거다? 여기 왔는데 안 나오면 이 몸, 엄청 실망할거라구-♪"
"캬하- 걱정 마셔! 사나이끼리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니까 말이다!"
역시 남자다워서 마음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