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루루 / 기로로] the present ~After. Nyororo Trap~
---------------
"여어- 선배! 그 때 그 일은 재밌었지- 그치-?"
"...그 때 일 얘기 꺼내지 마라."
"에이, 선배도 그 때 엄청 즐기는 모습이었던 거, 내가 직접 봤는데-?"
"진짜 아니라고..."
"일부러 그렇게 튕기는 것도 정말 힘들다구-? 끄끄..."
"...한 대 맞을테냐."
"에잉, 그런 건 아파서 싫어잉-♪ 그러지 말고 기분 풀어, 선배-♪"
"시끄러워..."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며칠간은 그 녀석이 보일 때마다 일부러 회피하고 그러는 등 그 때의 일이 정말 싫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대놓고 표출하며 다녔다. 하지만 쿠루루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때 일이 정말 재밌지 않았냐는 등, 자신의 기준에서만 긍정의 대답을 할 수 있는 질문들을 나에게 계속 꺼냈다. 그럴 때마다 뭔가 조금씩 분노와 수치심이 동시에 솟아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걸 표출하는 순간, 또 쿠루루는 이런 것들로 나를 놀리겠지.
쿠루루는 내가 싫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강제로 끌어당겨서 자신의 실험실로 또 나를 들어오게 했다. 이번에도 또 그 곳에 가서 수치스러운 일을 당해야 되는 건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이번엔 그저 실험실 안에서 쿠루루와 함께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선배가 그 때 일에 대해서 엄청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 대충 알고 있다구-?"
"...알고 있다면서 하는 행동이 그런 것도 참 대단하군."
"그러니까 선배가 기분 풀어주면 나도 어떻게 해 줄텐데 말이야-."
"당분간은 전혀 그럴 수 없을 것 같은데."
"에-이, 선배-♪"
"본인이 한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되지 않겠나?"
"으-응, 알았다구. 하지만 재미는 확실히 보장되는 거였는데-..."
"...전혀 책임지지 않겠다는 걸로 알겠다."
"그러지 말고, 이번에 사과의 의미로 또 무언가 챙겨주고 싶은 게 있다구."
"또 이상한 거겠지. 당연하지 않나?"
"아니라고 하면, 믿을려나-? 끄끄끄."
"...?"
쿠루루는 어디에선가 상자같은 것을 꺼내더니 나에게 그 것을 건네 주었다.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그 것을 열어보자, 그 안에는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총과 똑같이 생긴 총이 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왜 똑같은 총을 하나 더 주려고 하는지 굉장히 의문이 들었다.
"...뭐냐, 그냥 내가 쓰는 총이잖냐."
"이런이런-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구-? 내가 선배를 위해서 조금 손 본 총이니까 말이야-?"
"손을 보다니?"
"아무데나 막 쏴도 명중시킬 수 있도록 조준에 대해서도 많이 신경썼고, 총의 파워에 대해서도 조금 강화시키는 등 얼마나 신경썼는데- 끄끄."
"...뭐야, 너..."
"판도라의 상자, 선배도 알고 있지? 일종의 그런 느낌의 선물을 선사해주고 싶었다구- 끄-끄끄끄."
"쓸데없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에-이, 이런 선물이 있는데, 전혀 쓸데없는 행동은 아니라구-."
"...날 납득시키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전혀 안 통한다."
"그러면 그 총 내가 다시 뺏어간다-?"
"...한 번 준 것이면 그냥 냅두는 게 나을텐데. 괜히 삐친 거 티내지 말고."
"알았어- 어쨌든, 선배- 그 총 잘 다뤄달라구-?"
"이런 선물을 받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잘 다뤄주도록 하지."
"나중에 나도 선배 잘 다뤄줄 테니까-♪"
"...못 들은걸로 하지."
그 때의 일은 여전히 싫었지만, 그 때의 일이 있었기에 지금 이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건가. 고통이 있어야 행복이 온다- 라는 교훈이라도 나에게 새겨주고 싶었나본데, 정작 그런 건 나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