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자캐

[자캐 - 엘레멘트] Element -another feeling-

E / P 2016. 12. 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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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이곳저곳 정처없이 떠돌아다니곤 했다. 보금자리도 이젠 제대로 만들어졌고, 같은 동료들도 내 보금자리로 와서 며칠동안 지내주기도 하지만, 뭐라 말할 수 없는 허전함은 내 마음 속에서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땐, 이 허전함을 어떻게 채워야 될 지 전혀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던 때였으니까. 

그래서 그 방법을 찾아보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물론 돌아다닌다고 해서 그 허전함을 채울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딘가를 찾아가보기도 했고, 아니면 어딘가에서 명상같은 것을 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은 전부 헛수고였다. 

도대체 이 허전함은 어떻게 해야 채울 수 있는걸까, 고민을 넘어서다못해 조금씩 짜증이 나기도 했다. 나는 짜증같은 거 잘 안 내는 타입인데, 고작 이런걸로 짜증을 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계속해서 돌아다녔을까. 나의 보금자리를 관리해주던 퍼렁별인... 아니, 인간이 있었는데 그 인간이 다른 인간을 만나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계속 이야기하다가 보금자리를 관리해주던 인간은 우리 보금자리에는 이런 녀석들이 있다며 히드, 데피드, 옵시디언, 엘리시온, 그리고 내 모습이 인쇄되어 있는 종이를 보여주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그 인간은 전부 멋있는 녀석들이라면서, 특히 내가 정말 멋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내...내가 멋있다고? 솔직히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를 아예 안 들으며 지낸 건 아니지만, 저렇게 단체로 보여주고 그 중에서 나만 집어서 멋있다고 하는 모습은 정말 처음이었다. 

그래서 막 그 인간에게 내 부끄러움과 쑥스러움을 들키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숨어다니기도 했지만, 결국은 그 인간에게 내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하지만 인간은 내 부끄러운 모습이나 그런 모습을 보며 놀리기는커녕 귀엽다며 처음 보았을 때보다 더욱 귀여워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도 들기도 했다. 「이렇게 좋아해주는데, 계속 경계만 하고 피해다니는 게 정말로 나 자신과 이 인간을 위해 좋은 일일까.」 하는 생각. 그래서 조금씩 그 인간에게 친근하게 대해주기 시작했다.


친근함...이라. 솔직히 나에겐 조금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했다. 농담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친근하게 대할 일이 거의 없어서, 정말 이게 내가 친근하게 대해주고 있는 게 맞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 때가 많았다. 

다행히 그 인간은 내가 대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하고 흐뭇해하는 모습이 많았기에 아무래도 내가 잘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을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 인간은 나에게 내 모습이 그려진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는데, 처음에 이 그림을 보고 정말 이게 내 모습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로 멋있게 그려진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정말 이게 나냐고 물었을 때, 그 인간이 나 맞다고, 멋있다고 해주었던 그 때를 여전히 잊을수가 없다. 

덕분에, 나 자신의 사진을 써야 될 일이 있을 때 써먹을 수 있는 좋은 그림을 간직할 수 있었달까.


지금도 그 인간이 바쁜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수고했다고 한마디 정도는 해 주고 있다. 

그게 친구로서의, 아니면 동료로서의 당연한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