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루루 / 기로로] 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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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아, 깜짝아. 언제 여기까지 쫓아왔냐고."
"아까부터 뒤에 있었다구-? 선배가 감각이 무딘거지- 끄끄."
"그래서 이번엔 왜 따라온거냐."
"그냥- 선배랑 같이 이야기하면서 걷고 싶어서랄까-?"
"...내가 싫다고 하면 어쩔거지?"
"그래도 따라붙을 거라구- 끄끄-♪"
"...뭐, 이야기만 할 거라면 굳이 돌려보내진 않아도 되겠지."
"선배와 함께하는 깊고 깊은 이야기-♪"
"그냥 돌려보낼까..."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어느 날, 쿠루루와 함께 이 빗속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항상 날 따라와서는 할 이야기가 있다며 같이 걷고는 했는데, 아직도 나에게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안 물어보면서, 왜 이럴 때만 물어보는지.
"근데, 굳이 실험실로 따로 불러서 하면 되지 않나?"
"실험실은 분위기가 없다구-? 이렇게 분위기 있을 때 얘기를 꺼내야 집중하는 맛이 있달까나-?"
"분위기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런 거 필요 없다고. 특히 네 녀석이랑 있을 땐."
"선배, 그렇게 자꾸 튕기면 매력 없다구-♪"
"튕기는 거 아니니까, 나한테 할 이야기가 뭐냐."
"끄끄, 너무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자꾸 그렇게 쪼아대지 마셔-♪"
"...넌 볼 때마다 이상한 이야기를 해서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된다고."
이번에도 일단 의심부터 하기 시작했지만, 의외로 쿠루루가 꺼낸 이야기는 이번엔 꽤 정상적인 이야기였다. 물론 평범한 녀석들이 하기엔 좀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이긴 했지만, 적어도 쿠루루의 기준으로 봤을 땐 매우 정상적인 이야기에 가까웠다. 의외로 내가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해주는 느낌도 있었고.
"선배는,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으려나-?"
"흠, 글쎄... 일단 확실한 건, 그게 너는 아닐 것 같다."
"에-이, 선배. 날 그렇게 멀리 두면 나중에 어쩌려구-?"
"...그런 건 아닌데."
"그래서, 옆에 누가 있어줬으면 좋겠어-? 끄끄-?"
"그냥... 도움이 되는 녀석?"
"나도 포함되는 거 아냐-? 끄끄."
"...그래."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녀석이라... 한별이?...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확답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정말 의외의 질문이라서 내가 말문이 막혔다고 말할 수도 있을까. 내가 계속해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쿠루루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나에게 다가와서는 미소지으며 말을 꺼냈다.
"선배-? 내가 꽃길만 걷게 해 주겠다구-? 그러니 나만 믿고 오면 될 거라구-♪ 끄↗ 끄끄끄!"
"아, 아니... 넌 아까도 말했듯이..."
"이번에 내가 선배를 위해서 정말로 많은 걸 준비했는데 말이야- 그래도 싫으려나-?"
"...어떤 것이지?"
"그건 직접 선배가 따라오기 전까진 비밀이라구-♪"
"...길 안내나 해 보시지."
"이 쪽으로-♪"
꽃길만 걷게 해 주겠다-라. 굉장한 자신감인데, 나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길래 저렇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