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샤른호르스트 / 아리아] Trickster (narrator. 옵시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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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가하고 화창한 오후, 이 몸도 정-말 할 게 없어서 그저 하늘을 날아다니며 아래에 있는 녀석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엄청난 덩치와 키를 가진 마론인이 눈에 보여서 그 녀석을 바라보며 날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옆에는 애인으로 보이는 녀석도 같이 있었다.
흔하디 흔한 연인 사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서 은근히 연인 보기가 힘들다? 이 몸이 증명할 수 있지.
그렇게 조심스럽게 하늘 위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녀석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뒤에서 바라보기도 했고, 주변에서 이 몸을 보면 저 녀석 스토커인가-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위에서도 말했듯이 엄청나게 한가한 오후였기 때문에 주변에 돌아다니는 녀석도 거의 없었어. 있다고 해도 자신이 해야 될 일을 하며 그저 지나가기 바빴지.
덩치가 큰 마론인 녀석은 무언가 먹고 있는 것 같았는데, 어째서 애인에게는 안 챙겨주고 본인만 먹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뭐- 애인은 이미 다 먹었을 수도 있을 테니까 이런 건 굳이 이 몸이 간섭할 영역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그 녀석은 계속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옆에서 애인이 그 마론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 모습을 슬쩍 볼 수 있었다.
그 마론인의 얼굴을 바라보니 입가에 크림이 묻어있었는데, 저렇게 큰 덩치에 무서워보이는 몸을 가지고 있는데 뭔가 덜렁이같은 느낌이 없진 않은 것 같아서 조금은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다.
"샤른."
"...?"
"잠시만 가만히 있어 볼래요?"
"뭐 하려고 그러는 겁니까, 아리아?"
"그냥 아주 잠시만 가만히 있으면 끝날 일이니까, 기다려봐요."
그렇게 말하고는 아리아...라고 문득 들은 것 같은데, 어쨌든 손을 입가의 크림에 갖다대고는 자신의 손에 그 크림을 묻히고, 자신의 입으로 낼름 먹어치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샤른이라고 문득 들은 것 같은 그 거대한 마론인 녀석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간 듯 멍하니 가만히 아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이번에는 정말로 재미있게 느껴졌다. 사실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
"이렇게 나눠먹으니까 맛있네요."
"아리아..."
"혼자서만 먹으면 욕심쟁이라구요? 후후."
"..."
"그리고 항상 입가에 무언가를 묻히던데, 조심하는 게 어때요?"
"지금 절 유혹하고 계시는 겁니까?"
"유혹이라구요?"
"그렇습니다."
"맞아요. 지금 샤른을 유혹하고 있지요."
그 말을 듣자 이번에도 한 번 더 정신이 나간 듯 또 멍하니 아리아를 향해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이번에는 아까보다 좀 더 효과(?)가 강한 것 같은데, 자세마저 그대로 굳어버린 모습이 정말로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가 혹시라도 여기 있는 걸 들키기라도 하면 샤른에게 온몸이 다 부서져버릴 것 같아서 웃음을 참으려고 정말 애를 썼다.
"앞으로는 묻히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후후."
"...알겠습니다. 물론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겠지만요."
"원래 모든 건 다 처음부터 쉽게 되는 게 아니니까요."
글쎄, 사실 아리아의 마음 속으론 또 입가에 무언가를 묻혀주길 바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샤른의 마음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