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자캐

[자캐 - 엘레멘트 / 디아블로시스] NEW YEAR

E / P 2016. 12. 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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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이제 네 녀석도 차례가 되었다- 이 뜻이라고."

"그... 그게 무슨..."

"역시, 말로 해서는 못 알아듣는구만."

"...으, 응...? 잠깐..."


처음에는 디아블로시스가 나를 없애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디아블로시스가 킥킥 웃어대며 내 모습을 즐겁게 관찰하고 있었다. 처음엔 좀 무서웠지만, 디아블로시스가 웃는 모습을 보아서 조금은 놀라기도 했다. 분명 감정이 없다고 했었는데...


"어...? 웃고 있네...?"

"특별히 웃어주는 거라고. 다음에 웃어줄 일 절대 없으니까."

"그래서... 무슨 일로 이번엔 날 맞이하러 온 거야...?"

"아까도 말했잖아. 시간이 되었다고."

"...시간? 그 시간이 뭔데...?"

"여기선 계속 말해봤자 의미 없으니까, 바깥에서 이야기 하자고."


그렇게 어쩌다가 끌려간 곳은, 꽤 한적해 보이면서 주변 풍경이 잘 보일 것 같은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려는 걸까... 궁금하면서도, 디아블로시스이기에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뭐- 내가 겉모습으로 표출되기까지 그렇게 오래 된 것도 아니다만, 지금까지 이 몸을 잘 봐줘서 고맙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그건, 왠지 오멘이 할 얘기를 네가 대신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뭐- 어쨌든 오멘의 몸에서 서식하고 있으니까, 오멘의 생각 정도 쯤이야 읽어볼 수도 있겠지."

"...오멘은, 디아블로시스의 존재도 모르는 것 같던데."

"그 녀석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 어떻게 본인이 본인의 버그를 파악할 수 있겠냐."

"그런가..."

"어쨌든, 오멘과 이 몸, 디아블로시스를 통틀어서 너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다고."

"으, 응..."


오멘은, 원래는 내가 친구가 없어서 그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또는 조금이나마 친구를 잘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라고 했지. 다른 친구들도 많지만, 나와 똑같이 생긴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여러모로 놀라운 일인 것이다.


"나도... 엄청 고마운걸..."

"오멘에게? 아니면 이 디아블로시스에게?"

"둘 다."

"오멘이야 뭐 이해하겠는데, 이 몸에 대해서는 꽤 놀랍군."

"오멘도, 디아블로시스도... 어쩌면 나 때문에 만들어 진 것이니까..."

"뭐- 그런 셈이지."

"그래서 고맙다구... 나랑 똑같이 생긴 존재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달까..."

"그렇군. 사실 이 몸이 베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말이지."

"만약 오멘 대신, 디아블로시스가 먼저 날 반겼다면 아마 그랬을지도..."

"뭐- 이젠 그런 걱정을 하는 게 쓸데없는 짓이긴 하지만."

"그렇지...?"


디아블로시스는 또 마지막으로 웃어보이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디아블로시스도 은근히 웃는 걸 즐기는 것 같은데, 왜 웃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역시 사냥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것일지도...?


"내년에도, 아니- 영원히, 잘 부탁한다고. 오멘과 이 몸, 디아블로시스를."

"이 쪽이야말로, 잘 부탁해..."

"그리고 내년에는 좀 활동적인 모습이 되어 보라고. 항상 머뭇거리기만 하지 말고."

"...노력은 해 볼게."


쉽진 않겠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