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커뮤

[자캐 - 샤른호르스트 / 아리아 / 옵시디언] 부러움, 또는...

E / P 2017. 1. 1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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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멀리 있는 것이 더 탐나보인다면, 

어쩌면 아직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해서일 것이다.』 

- 옵시디언, 탐험가로서의 일기 1페이지


『옵시디언은 항상 즐거운 표정만 짓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은 울면서 웃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 엘리시온


『저 녀석은 종종 그렇게 말하곤 하지. '자신은 슬픔에 대해서 모른다' 라고. 

사실은 슬픔을 일부러 감추고 있는 것 같지만.』 

- 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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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만나서 슬쩍 관찰만 하다가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뭐랄까, 계속 숨어다니기만 할 순 없잖아?


「언제봐도 알콩달콩한 모습이 참 부러우면서도 재미있단 말이지-♪」

「후후, 고마워요. 옵시디언 씨의 애정표현은 어떨지 궁금한걸요?」

「히히, 별 거 없지만 말이야-♪」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죠.」


근처에 있는 의자에 서로 자리를 잡고 앉는다. 샤른과 아리아는 하나의 의자에 같이 앉았고, 이 몸은 마주보는 곳에 있는 또다른 의자에 혼자 앉아 있는다. 커플에 대한 예의라고나 할까.


저번에 보았을 때도 그랬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크림 대신에 살짝 녹아있는 초콜릿이 샤른의 입가에 묻어 있었다.


「샤른.」

「이번에는 또 무슨 행동을...」

「저번에도 계속 말했는데, 항상 이러니까 장난꾸러기 같달까요-?」


아리아는 초콜릿을 자신의 손에 묻혀서는 곧 자신의 입으로 갖다대어 맛보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 당황하는 샤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참 재미있고 귀엽게 보였다. 저 덩치에 귀엽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아리아?」

「역시 초콜릿은 달콤하네요. 마치 샤른처럼.」

「...달콤하다는 표현, 재미있군요.」

「샤른만큼 달콤한 사람을 찾는 건, 당연히 힘든 일이니까요.」

「아리아도, 그만큼 달콤하기에 중독될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을지.」


...헤에, 보기 좋구나. 팔로 꽃받침을 만들어서 샤른과 아리아를 바라보는 이 몸을 주변에서 누군가가 보게 되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나가게 될까? 뭐- 이 몸의 남의 눈치를 신경쓰는 존재는 아니다만.


「역시- 언제봐도 행복해 보여. 애인이 있는 이 몸이 봐도 참 부럽다고나 할까.」

「(샤른 특유의 웃음소리를 낸다.) 그렇습니까? 재미있군요.」

「정말이야! 엄청 오글거릴 정도로 깨물어주고 싶은 게 참 부럽다니깐-♪」

「그렇게 말하는 그 쪽도, 충분히 행복해 보이십니다만?」

「...음, 이 몸은 사실 많이 부족한 녀석이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싱글벙글 웃고 있었던 이 몸이 갑자기 팔 한 쪽을 무릎에 대며 표정이 조금 변하기 시작했다. 뭐랄까, 슬프지만 미소를 짓고 있는 표정이라고나 할까. 웃으면서 곧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그런 표정.


「항상 사랑하는 애인과 같이 있지 못하고 이곳저곳 임무를 위해 돌아다니다가 겨우 시간이 되어야 만날 수 있는 그런 존재를 누가 좋아할까?」

「...옵시디언 씨?」

「게다가 그런 시간에 쫓겨서 제대로 챙겨준 적도 없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이 몸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

「...제대로 된 선택, 말씀이십니까?」


잠시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사실 지금까지의 평범한 말투와는 달리 조금 슬픔이 담겨있는 말투의 이 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음, 그러니까... 왜 이런 결정을 해서 이 몸이 사랑하는 녀석을 괴롭게 만드는 걸까- 하는 생각이지.」

「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옵시디언 씨를 사랑하는 그 분은 아마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어떻게?」

「옵시디언 씨의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당신을 받아주었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언제든 당신을 기다릴 수 있다' 라는 뜻일 겁니다.」

「에- 정말 그럴까.」

「비록 옵시디언 씨가 그 분을 챙겨주지 못해도, 그 분에 대해 계속 옵시디언 씨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후후, 맞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계속 기다릴 수 있다는 뜻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옵시디언 씨도 기운 내셨으면 좋겠네요.」

「-으응, 그런가? 지금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 고마워!」


지금까지 이 몸이 누군가에게 베푸는 것만 생각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이 몸 자신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달까.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는걸.」

「후후, 아니예요. 고민이 있으면, 털어놔야죠.」

「너무 자신을 낮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그래, 알겠다구-♪」


여러가지 의미로 많은 걸 생각해보게 된 대화였다. 정말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