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데피드] D-FISH DUMPLING over H-DECADE ~2~
2016/01/24 - [케로로/자캐] - [자캐 - 데피드] D-FISH DUMPLING over H-DECADE ~1~
분명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난 그저 깊은 바닷속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기쁨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치… 「아무도 해내지 못한 것을 처음으로 해냈다는 것에 대한 기쁨」 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정말 그 당시에는 항상 다른 녀석들에 비해 뒤처진 녀석이라고만 생각했기에 이런 걸 겪었다는 사실에 조금 위풍당당해진 느낌이 들었긴 했다. 「에이, 그런 것도 못 해봤냐? 난 해봤는데.」 라고 자랑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런 즐거운 상상도 곧 깨져버렸기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는데,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숙소 내부는 여전히 평범한 모습이었긴 하지만, 다른 방면에서 조금 바뀌었다는 게 느껴졌다. 사실 숙소뿐만 아니라 이 주변의 모습이 굉장히… 으스스하게 바뀌었달까. 숙소 내부에 날짜와 시간이 한 번에 표기되는 시계가 있어서 그걸 확인했는데 시간은 고작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왜 이 주변이 폐허가 된 것처럼 변해버린 건가….
인기척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이 곳에 나 혼자 남아버린 듯한 기분이다. 여기엔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원래 살던 곳까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돌아갈 순 없는 게, 부모님의 행방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돌아갔다가 만약에 부모님이 다시 이 숙소로 돌아온다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니까. 그런데 주변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이 숙소만 덩그러니 있는 상황인데, 과연 부모님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어째서인지 부모님과 함께 이 숙소로 온 것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 듯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해야할지 바다 주변을 돌아다니며 고민하고 있는데, 바다 한가운데에서 뭔가 솟아나올 듯한 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역시나 그 바다에선 나에게 무엇인가 제안을 했던 「크라켄」 이 바닷물을 헤치고 다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혹시 너냐? 지금 이 상황을 만든 녀석이.
"지금 상황이 왜 이렇게 된거냐."
"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네 녀석을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게 만들었을 뿐."
"…새로운 모습?"
"나중에 네 녀석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깨닫게 될 것이다. 거울같은 것을 통해서 보는 게 가장 쉬울지도."
"고작 거울로도 확인할 수 있을만큼 새로운 모습이라니, 허접하군."
"하지만 직접 확인하게 되는 순간, 새로운 짜릿함이 네 녀석의 몸을 감싸게 되겠지."
"말은 잘 하는군. 그래서 난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거지?"
"그저 네 녀석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아가면 된다. 다른 건 없다."
"……."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아무런 힌트같은 것도 전해주지 않은 채 크라켄은 다시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그저 나에게 건넨 말이라곤 「지금 나의 모습이 바뀌었고, 이제 바뀐 모습으로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라는 쓸모없는 말이었을 뿐. 그래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들은 며칠 전의 내 모습이 아닌 「새로운 나 자신이 보고 있는 또다른 세계」 라는 뜻인거냐? 참,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이군. 이렇게 되어버린 거, 어차피 새로운 세계는 어떤가 한 번 구경이라도 하는 게 낫겠군.
그 전에 내 모습이 바뀌었으니 한 번 확인해보라는 녀석의 말이 생각나서 숙소에 있는 전신 거울을 통해 살펴보기로 했다. 도대체 얼마나 바뀌었길래 거울같은 걸로 확인이 가능한지 조금은 어이없으면서도 궁금하긴 했으니까. 그리고 전신 거울 앞에 도착하자 역시 헛웃음이 나오며 잠시 털썩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평범했던 내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시커멓게 변한 눈과 그 안에서 빨갛게 빛나는 눈, 그리고 크라켄의 모습이 반영된 듯 촉수로 구성된 머리카락이 나를 반기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