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커뮤

[자캐 - 샤른호르스트 ↔ 볼프람 / 아리아 ↔ 레베카 / 옵시디언] If ~만약에~

E / P 2017. 2. 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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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라는 직업, 참 감성적인 직업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비록 이 직업으로 누군가를 제압하거나 그럴 수는 없지만,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일은 그 어떤 직업보다도 훨씬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한 법. 가끔은 항상 연습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언젠가 이루어 낼 목표를 위해서 꿋꿋이 참고, 견디는 것입니다.


가끔은 제 피아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모아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의 사람들만 있었지만, 이제는 제 공연을 보러 오기 위해 며칠 전부터 티켓을 얻기 위해 불을 켜고 대기하는 분들도 있어서 노력의 결실을 이렇게 맺는구나- 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렇게 항상 피아노만을 치다가 조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계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도 공연이 있어서 연주를 하러 올라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오늘은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는지 관객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분이 한 분 계셨습니다. 

공연을 할 때마다 자주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어쩌면 피아노 연주에 꽤 흥미를 가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서 어떻게 하면 그 분에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아버지는 저를 보며 싱긋 웃으시더니 슬쩍 저에게 말을 꺼내기 시작하셨습니다.


"흐음- 마음에 드는 이성이 생겼나 보구나."

"...마치 아버지가 알아내신 것처럼 이야기 하시는군요."

"흠흠, 뭐- 그렇게 들렸나."

"사실 조금 신경쓰이는 이성이 있긴 하지만..."

"좋아하는 이성이 생기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공연에서 실수는 하지 말거라."

"실수같은 거, 제가 하겠습니까."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혹시라도 그녀가 계속 저를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긴장해서 실수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을 하긴 했었습니다만, 다행히 지금까지 실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계속 이렇게 피아노만 치고 있는 것보단, 제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이라도 걸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공연이 끝나고 그녀가 나가는 곳으로 따라가 그 분에게 다가갔습니다.


"저, 저기..."

"아, 그 피아노를 치고 계셨던 분이시네요. 연주가 정말 아름다워서 항상 듣게 되네요."

"가, 감사합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


지금이 기회다 싶어서, 가지고 있던 티켓을 꺼내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건네었습니다. 정말 별 거 아닌 티켓을 건네는 행동일 뿐이었지만, 이유모를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티켓을 보며 조금 놀란 듯 보였습니다.


"이건..."

"다음주 공연 티켓입니다. 원래는 VIP 분들에게만 드리는 특별한 티켓이지만, 당신에게 특별히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꼭, 오실 수 있겠습니까...?"

"후후, 물론이죠."


그렇게 한 주가 흘렀고, 이번에도 그녀가 공연을 보러 찾아와 주었고, 특별히 제가 잘 보이는, 그리고 제가 한 번에 바라볼 수 있는 자리로 그녀를 안내했습니다. 

그녀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자리인 만큼, 공연도 조금은 특별하게 해 주고 싶어서 저번 공연보다 조금 호화스러운 구성으로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관객들도, 그녀도 공연에 대해 만족한 것 같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그녀에게 다가가 잠시 이 공연장에 남아있어 달라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다른 관객들이 전부 밖으로 나가고, 그녀와 저만이 이 공연장에 남아 마치 중요한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끝까지 남아있어 달라고 한 이유가... 있나요?"

"제,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처음이라 익숙하진 않지만..."

"...?"

"항상 당신의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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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고 싶습니다."

"헤헤- 어때? 꽤 잘 만들었지?"

"...뭔가 오글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이런 내용이 있어야 낭만적이고 그렇지."

"만약 샤른 씨가 그런 성격이었다면- 이라고 생각하며 쓴 글이죠?"

"혹시 이렇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왠지 한 번 다뤄보고 싶었달까!"

"찢어도 되겠습니까?"

"안- 돼-♪"


그럭저럭 꽤 괜찮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