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자캐

[자캐 - 엘레멘트 / 글라시아] Finding Memory

E / P 2017. 2. 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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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따라가도 괜찮은 거죠...?"

"잘 따라와야 돼. 혹시라도 다칠 수 있으니까."


해저를 벗어나 조금씩 사람들이 많아지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글라시아의 입장에서는 조금 두렵고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을 겪어야 조금씩 자신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무언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했는지, 자신이 무엇을 싫어했는지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조금 힘들어도 잘 견뎌내 주었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혼자였는지, 아니면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인지- 그런 것도 얼른 알아내야 할 텐데... 혹시라도 글라시아에게 또 다른 가족이 있다면 지금쯤 많이 걱정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계속 글라시아에게 기억이 떠오르고 있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글라시아에겐 방해물이 될 수도 있기에, 최대한 글라시아가 알아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주고 있는 편이다.


배가 고플지도 모르니까 길을 걷다가 먹을거리가 있으면 글라시아에게 가져다 주기도 하고, 목이 마를 땐 글라시아에게 마실거리를 가져다 주며 글라시아가 이런 복잡한 곳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것들을 도와준다. 

나도 이런 곳에 처음 왔을 때 옵시디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 도움을 이렇게 다시 베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저 멀리서 어떤 패거리들이 몰려와서 글라시아를 보며 흥미를 가지는 녀석들도 있었다. 

아마 글라시아의 모습에 반해서인지 자신들의 친구로 삼고 싶은 모양이었던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다.


"여어- 거기 이쁘게 생긴 녀석."

"ㄴ, 네...?"

"우리한테 오지 않을래? 뭐든지 다 챙겨주고 그럴 수 있다고-?"

"그, 그렇지만..."

"자꾸 그렇게 튕길 필요 없으니까, 얼른 이 쪽으로 오ㅅ..."


패거리들을 향해 손등의 칼날을 보이며 위협한다. 패거리 녀석들은 내 칼날을 보자 바로 겁먹은 듯 움츠러드는 모습이었고, 그런 와중에도 자신들의 패기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쓰며 최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나에게 위협을 하는 듯 보였다.


"뭐, 뭐야? 이... 이 칼날을 가진 녀석은..."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내 눈 앞에서 사라져줬으면 좋겠는데."

"허, 저 녀석이 네 여자친구라도 되시나?"

"그렇다고 말하면 어쩔거지?"

"저 녀석이 아깝지. 우리한테 오는 게 더 확실할 것 같은데."

"그건 직접 봐야 알 일이지."


손등의 칼날을 크게 휘두르자, 패거리 녀석들의 뺨 부분에 상처가 생긴다. 일반적인 칼같은 것이 아닌, 정말 제대로 날을 세운듯한 흉기로 베어낸 듯한 상처. 

녀석들은 상처를 만지며 조금씩 뒷걸음질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몇몇 녀석들은 자신이 전혀 내가 무서워서 물러서는 게 아니라는 듯 마지막까지 쓸데없는 패기를 부리며 사라지곤 했다.


"나, 나중에 두고 보라고...! 네 녀석따위, 한 번에 베어버릴 테니까..."

"그 전에 네 녀석이 베이겠지."

"뭐... 뭣이..."

"한 번 더 베이고 싶지 않으면, 얼른 여기서 사라지라고."


글라시아는 꽤 무서웠던 듯 내 뒤에서 날 강하게 붙잡으며 숨어 있었다. 이제 상황이 끝났다는 듯 손등의 칼날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글라시아에게 이제 진정해도 된다고 상냥하게 대해준다.


"다친 곳은... 없죠...?"

"물론이지. 내가 저런 녀석들에게 쉽게 당할 녀석은 아니야."

"그럼, 다행이네요..."

"계속 잘 따라다녀야 될 거야. 말했듯이 계속 저런 녀석들이 등장할 테니까."

"다치면 안 돼요...!"

"걱정 마. 안 다치니까."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할 수록 더욱 더 방심하게 되고, 큰 상처가 생기는 것이다. 어차피 저런 녀석들이 계속 몰려온다고 해도, 나는 전혀 겁먹을 일도 없고, 역으로 저 녀석들이 다들 겁먹고 도망갈 것이다. 그렇기에 느긋하게 이 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도... 궁금한 걸 물어봐도 될까요...?"

"...어떤 거?"

"손등의 칼날은... 언제부터 있었던 건가요...?"

"음... 조금씩 성장하면서 이렇게 자라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아..."

"처음엔 작았는데, 어느샌가 이렇게 무기로 쓸 수 있을 정도로 길어졌지."

"조금은... 듬직한 것 같아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말이야."


듬직하다는 말은 사실 아직까진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보호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일단은 충분히 듬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