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샤른호르스트 / 엘레멘트] Invitation From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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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다 누구나 사악하고 나쁜 것에는 쉽게 다가가지 않지.
그런데, 한 번 맛을 제대로 들이면 다시는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에 빠진다고 하더라.
물론 이 몸은 예외이지만.」
- 옵시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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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사방이 어두워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 시간까지 밖에 나와서 이 고생을 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잠시 오래 돌아다닌 것 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늦게까지 있을 필요는 없는 일이었는데, 중간에 길을 파악한답시고 좀 오래 돌아다니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아주 희미한 빛이 있어서 아예 안 보이는 정도는 아니지만, 사실 빛이 있으나마나한 수준이라 주변에 손을 뻗어서 벽이 있나 없나 확인하면서 걸어다닐 정도다.
그렇게 좀 돌아다녔을까... 살짝 이상한 기운같은 것이 느껴지긴 했는데 그저 너무 어둠 속에 있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 길을 가고 있었는데 무언가 벽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알 수 없는 것에 부딪히고 말았다.
처음에는 갑자기 부딪힌 것 때문에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리고 있었는데, 앞에서 누군가가 나를 향해 뒤돌아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침 운이 좋게도 달빛이 순간적으로 굉장히 강하게 이 쪽을 비춰주고 있었는데, 아까 내가 부딪혔던 것이 다른 살아있는 존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죄... 죄송합니다..."
"...뭔가 익숙한 것 같은 분인 것 같습니다만."
"...ㅇ, 아...?"
목소리를 듣자마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 샤른이었나... 저번에 한 번 보고 그 이후로 본 적이 없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니고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놀랍긴 한데 그 전에 여기서 샤른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가 굉장히 궁금했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뭐-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어서 이 곳에 있다고 하죠."
"...아- 그렇구나..."
"그 쪽은 이 곳엔 무슨 일인지?"
"그냥...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무엇이 있을까 싶어서..."
"지금 시간대에 말씀이십니까. 상당히 겁이 없으신 것 같군요."
"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음..."
생각해보면 그렇게 겁이 많은 것도 아니고, 겁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 참 애매한 정도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곳을 다녀도 별 생각이 안 드는 걸 보면 겁이 없는 것처럼 보이긴 할 것 같지만.
잠시 멍하니 있었을까, 샤른이 갑자기 나를 굉장히 오랫동안 바라보더니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듯 보였다.
뭐랄까-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샤른의 웃음소리에는 누군가를 비웃는 듯한 그런 느낌이 굉장히 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살짝 그런 느낌이 조금 줄어들어 있다고나 할까...?
"당신은, 강해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약해보이지도 않군요."
"...응? 갑자기 그 얘기는 왜..."
"만약 약자가 저를 쳤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바로 사라졌을 겁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이 세상에서 약자는 그저 귀찮은 장애물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습니까?"
"...무조건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
"재미있군요. 이유라도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약자가 있기에, 강자가 있는 법이니까."
"그래봤자 결국 약자들은 전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강자들이 모조리 부려먹고 버리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약자들 입장에서는 그저 영광 아니겠습니까."
"..."
그 때 처음 만난 이후로 주변의 동료들에게서 (옵시디언이나 데피드같은 동료들.) 샤른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었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
하긴, 그 동료들과는 이런 얘기를 꺼낼 계기같은 것이 전혀 없었을 테니까.
그런데 막상 이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기분이 매우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뭐랄까- 빠져드는 느낌이라고 해야 될까.
분명 이게 좋지 않은 생각이라는 것은 머릿속에서 확실히 깨닫고 있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유에 의해 납득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샤른도... 그렇게 되어서 빠져든 거겠지?
그러다 문득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어둠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직접 그 어둠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 가장 좋은 것처럼, 샤른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샤른의 어둠은 어디서 오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게 상당히 위험을 감수해야 되는 일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무작정 물러서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샤른은 강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 곳에서 저보다 강한 자가 있다면 나와 보라고 하고 싶군요."
"...하긴, 너만큼 강한 존재가 또 누가 있겠어."
"당신도, 약자를 짓밟고 강자로 올라올 생각이 있으십니까?"
"난... 그런 생각은 없어. 하지만, 네가 더욱 더 높은 강자로 올라갈 수 있게 살짝 도와줄 수는 있겠지."
내가 한 말을 듣자 샤른은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다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비웃는 느낌이 가득한 웃음이었다.
"진심이십니까?"
"나름 진심이라면 진심일 수도 있고."
"재미있군요. 보통 다들 거절하기 마련인데."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일단 깨달아 봐야 알 수 있으니까."
"마냥 상냥한 분이신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의 어두운 구석이 있군요."
"...마음대로 생각해."
모든 건, 직접 함께하며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일.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건 좋은 것이다, 이건 나쁜 것이다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비록 쉽진 않겠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거, 제대로 파헤쳐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