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자캐

[자캐 - 샤른호르스트 / 엘레멘트 / 오멘(일부)] Veiled Darkness in Purity

E / P 2017. 2. 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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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강자와 약자에 대한 이야기는 끝나고, 서로 무거운 분위기를 흘리며 길을 걷고 있었을 때, 문득 내가 지금까지 꺼내지 않았던... 아니, 꺼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왜 지금에서야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었냐면, 내가 숨기고 있던 이야기가 지금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아서? 사실 그렇게 비슷한 것 같진 않지만...


"...굳이 네가 궁금해하진 않겠지만..."

"이번엔 또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시는 겁니까?"

"왜... 내가 널 피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줄까 싶어서."

"그거야, 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그냥 사라지기엔 너무 분위기가 그래서 아닙니까?"

"아니거든..."

"그럼,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나 보죠."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사실 나도 그렇게 평범한 마론인이라고는 굉장히 말하기 힘든 존재이다. 물론 샤른만큼 대놓고 겉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은근히 숨겨져 있는 것이 많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녀석도 여기에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음, 그러니까...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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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고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을 때, 주변의 인물들은 나를 보며 조금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을 보였다. 사실 그 인물들은 내가 굉장히 강하게 자라서 자신들을 방해하는 인물들을 전부 없애기 위해 나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우리와 관련된 인물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나 주변에서 노리는 존재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가 강해지지 않았고, 성격도 소극적으로만 유지되었을 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자, 어느 날 주변의 인물들 중 몇 명이 무언가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계속 이렇게 있다간 우리들이 위험하니,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라는 내용이었는데, 그 특단의 조치라는 게 그 당시에는 도대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주변의 인물들이 하나 만족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이 손등의 칼날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작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의 길이가 되어 날카롭고 긴 장검같은 느낌을 주었다. 

아마 다들 이 손등의 칼날로 무엇인가 해 주길 원했던 모양이었는데, 아쉽게도 나는 이 손등의 칼날을 누군가를 없애는 데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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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뭐 그럭저럭 시간 보내기용으론 들을만 하군요."

"...아, 그래? 그럼 좀 더 들려줘도 되겠네..."

"아직 더 남아있습니까."

"응...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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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평범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다들 사라지고 없더라고. 며칠이 지나도 아무도 보이지 않자, 계속 이렇게 가만히 있는다고 모두가 사라진 힌트같은 게 나올리가 없으니까 이곳저곳 혼자서 둘러보며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하려고 했지. 

당시에 발견된 종이같은 게 있었는데, 그 종이에는 이런 내용들이 있었어.


「...단지 엘레멘트의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을 뿐이었으나...」

「...저 실험체는 예상외의 상황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내용들이 적혀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확실한 건, 내 친구라고 적혀있는 걸 보아선 어떤 생명체같은 것을 만든 것 같은데... 

게다가 이 인물들이 전부 사라진 걸 보면 두 가지 상황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이 곳에서 다들 도망쳐버린 것이고 두 번째로는, 이 의문의 실험체가 내 주변의 인물들을 전부 없애버린 것. 

아무래도 그 생명체가 무서웠다고 해도 이 곳에서 도망치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니, 그 생명체가 주변 인물들을 없애버린 게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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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그래서 그 실험체는 찾으셨습니까."

"그 당시엔 못 찾았지만, 꽤 나중에서야 찾긴 했지..."

"계속 이어서 이야기 해 보십시오."

"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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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 녀석을 찾으러 바닷 속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잠시 바깥으로 나왔을 때 까마귀 동료인 옵시디언을 만나게 되고, 그 이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 우연히 그 녀석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갑자기 바닷 속 구경이 하고 싶어져서 혼자 바다로 다시 오게 되었는데, 내가 예전에 지내던 곳으로 돌아가니 무언가 의문의 생명체가 그 곳의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아 도망가려고 했지만, 그 녀석이 내가 굳어있는 틈을 타 재빠르게 다가와서는 움직이지 못하도록 목에 자신의 칼날을 대었다.


"여어-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구-?"

"...누, 누구야...?"

"따로 정해진 이름은 없지만, 확실한 건 네 녀석의 친구랍시고 만들어진 녀석이라는 점."


...그 친구가, 이 녀석이었던 건가...? 지금 보니 색깔과 뒤집혀 있는 마크, 그리고 눈의 위치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내 모습과 똑같은 녀석이었다.


"이름은... 내가 지어줄까...?"

"그럼 좋지. 이름 없이 돌아다니는 거, 엄청 힘들더라고."

"...오멘, 어때...?"

"마음에 드는데! 불길한 징조를 선사해 주니까, 오멘인가!"

"...아마도."

"그래도 우린 친구 사이로 만들어 졌으니까 널 없애진 않을테니 너무 떨진 말라고."

"응..."

"아, 맞다. 나도 좀 들은 게 있긴 하거든."

"들은 거...?"


오멘은 자신이 엘레멘트의 친구 사이로 만들어 졌다고는 하는데, 이게 그냥 평범한 친구가 아니라 「엘레멘트를 강하고 적극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친구를 만들어서 서로 친구 사이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오멘은 그런 거엔 전혀 흥미가 없었고, 만약 그 연구원들을 없애지 않았다면 지금도 계속 엘레멘트가 제대로 사냥 능력을 배우고 있는지 자신과 엘레멘트가 감시당했을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없앨 수 있는 녀석들은 모두 없앴다고 하는데, 어째서인지 마음 한 구석에서는 뭔가 오묘하고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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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긱-. 재미있군요. 강자 친구가 생겼는데 그게 기분이 오묘하다니 말입니다."

"만약... 내가 그 때 누군가를 없애는 데에 소질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테니까..."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왜?"

"강자에겐 또다른 강자가 필요한 법입니다. 그래서 또다른 강자를 만드려고 했을 수도 있겠죠."

"...뭐 어떻게 되었든 오멘은 만들어졌을 것이다...?"

"잘 알아 들으시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오멘이 있어서 좋아진 부분도 없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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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칼날 좀 잘 다뤄 봐."

"...워낙 안 써서."

"그렇게 칼날을 제대로 못 다루면 나중에 소중한 녀석이 생겼을 때 어떻게 지키려고 그래?"

"...으, 응...?"

"분명 네 녀석이 신경쓰고 있는 녀석들이 있을 거 아냐. 그럴 때 네 녀석의 칼날 솜씨를 뽐내 보라고."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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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덕분에 칼날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법도 깨닫고, 뭐- 그렇네..."

"소중한 존재라."

"샤른에게도... 있지..."

"엘레멘트 씨도 최근에 생겼지 않습니까?"

"응... 이제서야 내 칼날을 제대로 다뤄볼 수 있겠네..."


"그럼, 이제 제가 물어볼 차례입니까."

"...어떤 질문인데?"

"최근에 꽤 자주 절 따라다니시는데, 이유라도 알고 싶군요."

"그건..."


정말 솔직히,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었지만 샤른은 오히려 직접적으로 말하게 되면 방해물이 될 뿐이라고 싫어한다고, 누군가에게서 들은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기분을 좋게 하는 말을 생각해 보았다.


"오멘이 강자이긴 하지만, 오멘 이외의 다른 강자들은 어떻게 약자를 대하는지, 그리고 다른 강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그래..."

"끼긱-. 강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셨다니."

"나는... 강자는 아니니까... 모르거든..."

"나중에 또다른 강자를 만나게 된다면, 그 때 제대로 보여 드리죠."


강자가 약자를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조금은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만약 강자와 강자가 서로 만나게 되면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직접적으로 샤른에게 관심이 있다고 하는 건 무조건 안 되니까, 이렇게 간접적으로 회피하면서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그 때까진... 계속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도 될까...? 강자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잖아..."

"제 생활을 너무 침해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침해 같은 거... 안 해..."

"끼긱-. 언제봐도 참 재밌는 분이십니다?"

"나도... 그렇게 좋은 녀석인 것만은 아니니까..."


처음엔 다른 존재들처럼 평범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었지만 이젠 그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기에... 평범해질 수 없다면 평범하지 않은 일들을 많이 경험해 볼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