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옵시디언 / 크림슨] whoever, wha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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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도련님은..."
"요즘 날씨도 추운데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그러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만...!?"
"걱정되는 걸 이 몸 보고 어쩌라고...!"
"저는 그저 지나가는 엑스트라에 불과할 뿐이라구요, 도련님...!?"
"이 몸은 그런 존재라도 다 챙겨주는 녀석이니깐-♪"
오랜만에 보는 녀석인데, 어째서인지 바깥에서만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어서 따뜻하게 해 주려고 목도리도 챙겨주고- 뭐, 따뜻해질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챙겨준 것 같다.
목도리야 뭐 아직 다른 것들도 많고 해서 하나 정도는 줘도 괜찮으니까-♪
크림슨은 여전히 다른 존재가 무언가를 챙겨주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자신은 사냥을 하기 위해 온 것이지 누군가 자신을 챙겨주리라고 생각하며 이 곳으로 온 건 아닐 테니까. 나름대로 이해한다.
"요즘은 사냥하기 좀 힘들지 않아?"
"으음... 도련님 말대로 조금 힘들긴 합니다만..."
"그냥 이 몸과 함께 활동하는 게 어때?"
"아, 아닙니다! 전 도련님의 도움같은 건 안 받아도 되는 몸이라서 말입니다, 하핫!"
"그래도 사냥을 성공해야 사냥하는 맛이 나지, 이대로 계속 그러면 사냥감도 안 보일텐데."
"의외로 도련님은 다른 존재에 대한 걱정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모든 녀석들에게 그런 건 아니지. 이 몸이 신경쓰고 있는 녀석들에 한정해서야."
"그 말은... 지금 도련님께서 절 매우 신경쓰고 있다는 뜻입니까?"
"응. 엄청 신경쓰여."
"하핫, 저같은 존재는 잊고 지내셔도 됩니다만!"
"그래도...!"
크림슨의 뒤로 다가가 살며시 뒤에서 크림슨을 껴안아준다. 크림슨은 정말로, 엄청나게, 매우 당황한 모습으로 얼른 이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썼지만 의외로 이 몸이 힘이 엄청 강하다는 걸 크림슨은 아직까지 몰랐을 것이다.
결국 어떻게 해도 빠져나올 수가 없자 엄청 당황한 표정으로 날개를 붙잡으며 가만히 있는다.
아마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아마 가면을 벗기면 동공에 엄청난 강도의 지진이 일어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피식 웃기도 했다.
이 몸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더욱 더 당황해하는 것 같지만, 뭐 어때.
"도, 도련님...!?"
"...그러니까, 이 몸이랑 같이 함께하자구-..."
"저, 저는 계속 혼자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건 네 생각이구-.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혼자서 해야 할 부담을 누군가가 나눠서 받을 수 있잖아."
"..."
"플루토를 아프게 한다던가, 잡아간다던가 하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솔직히, 계속 함께하고 싶은 걸."
"...도련님..."
"크림슨은, 어떻게 생각해...? 그래도 여전히 혼자가 제일 좋을까...?"
잠시 이렇게 있다가, 날개를 펴서 크림슨을 놓아준다. 크림슨은 이제서야 조금 편해진 듯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을 가다듬는 듯 보였다.
방금까지 한 말은, 농담이 아니라 이 몸의 진심이 가득 담긴 말이었다.
솔직히, 항상 혼자 다니는 크림슨이 조금 신경쓰이곤 했다. 먹을 건 잘 먹고 다니는지, 사냥은 잘 되어가고 있는지... 다른 존재들이 보면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이 몸은 남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며 지내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말들은 전부 한 귀로 넘겨버리곤 한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크림슨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진심으로 크림슨에게 물어본다.
크림슨도 뒤로 물러나지 않고 그저 이 몸을 바라보며 이 몸이 무슨 말을 할 지 계속 듣고 있는 듯한 눈치다.
"플루토에게 이상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친구라도 되고 싶은걸...!"
"...친구, 말씀이십니까...?"
"영원히 혼자 다닐 순 없잖아.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사냥도 편해지고, 같이 이야기할 녀석도 생기고... 엄청 좋다구...!"
"..."
"뭐, 강제로 친구하자고 하는 건 아냐. 크림슨이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판단하면 되는 거야."
...예전부터 정말 신경쓰였기에, 이번에 이렇게 진심을 털어놓으니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누구나 말하고 싶은 건 다 털어놔야 마음이 편한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