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자캐

[자캐 - 엘레멘트 / 오멘] Element -Type. Black-

E / P 2017. 2. 9. 02:23



-------------


"여어-."

"...아, 오랜만이네."

"요즘 모습도 자주 안 보이고, 아주 행복한가 보구만?"

"에, 에에... 그렇게 보일려나..."

"나도 너처럼 행복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럽다, 부러워-"

"...그 정도로 부러운 거야?"

"너같으면 거의 동료에 가까운 녀석이 애인이 생겼다는 데 안 부럽겠냐."

"...그런가?"

"뭐- 넌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안 했을 테니까 모를 수도 있겠군."

"..."

"결론은 축하한다고. 나도 언젠간 생기겠지, 뭐."

"아, 고마워..."


참, 살아가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단 말이야. 특히 저 녀석, 애인이라고는 있을지 의문인 녀석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모습도 제대로 안 보이더니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서 알아봤더니만 애인이 생겼다더라고. 

하긴, 애인이 생겼으면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애정행각 좀 펼쳐야지. 지금까지 본 녀석들은 전부 다 그랬고.


근데 한편으론 가끔 상태가 묘해 보이는 경우도 있더라. 너무 애정행각을 많이 해서 머리가 아픈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몇 분 지나면 다시 원래의 저 녀석의 모습으로 돌아오니까 그렇게 큰 신경은 쓰지 않는다. 그냥 잠시 두통이라도 오는 거겠지, 뭐.


"이번에도 또 두통이냐."

"...그러게. 요즘따라 꽤 자주 그러네..."

"어디 아픈 거 아냐? 요즘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병균도 같이 가져오셨나?"

"...그건 아닐걸..."

"근데 요즘따라 많이 그러니까 은근히 걱정되잖아, 이 녀석아."

"언제는 걱정했었다는 듯 이야기하네..."

"그래도 일단은 친구인데, 걱정해줘야지."

"...늘 그렇듯 다시 괜찮아지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녀석은 잠시 쉬어야겠다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 뭐- 편하게 쉬고 싶을 땐 혼자만의 공간에서 느긋하게 있을 때가 제일 편하지. 

근데 매일 녀석이랑 티격태격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렇게 아무도 없으니까 너무 심심하다. 그래서 절대로 그런 짓 안 하려고 했지만, 슬쩍 녀석이 혼자 무엇을 하나 구경...아니, 염탐해보기로 했다. 

친구 사이인데 뭐... 괜찮겠지!


몰래 조그마한 틈으로 녀석을 관찰하는데, 오늘은 왠지 녀석의 상태가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는 것 같다. 

머리를 잡은 상태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데, 아무래도 저렇게 계속 냅뒀다간 더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녀석에게 다가간다.


"어, 어이. 왜 그래?"

"..."


녀석이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았을 때, 뭔가 평상시의 녀석의 그런 기운이 아닌 다른 녀석이 있는 듯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분명 겉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그 녀석이 맞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봐도 여긴 분명 그 녀석이 항상 있던 곳이 맞는데...


"...괜찮냐?"

"뭐."

"...ㅇ, 어...?"

"보면 모르냐. 괜찮아 보이는 거."

"괜찮은... 건가..."

"괜찮다고 말하면 괜찮은 거지, 뭘 그리 생각하고 있냐."

"...?"


내가 없는 사이 무슨 이상한 거라도 잘못 먹었나? 분명 목소리도, 겉모습도 그 녀석이 맞는데 어째서인지 말투가 이상하게 변해버린 것 같다.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심심했던 탓에 내 흉내라도 내는 건가- 싶어서 피식 웃으며 녀석에게 말을 건넨다. 아무리 심심해도 그렇지, 이 몸을 깜짝 놀라게 하려고 그랬던 거냐- 라는 느낌.


"정말 엄청나게 심심했나 보구만."

"...뭐?"

"너무 심심해서 내 흉내내고 있는 거 맞지? 이제 원래대로 돌아오라구-."

"그러는 네가 뭘 잘못 먹은 거 아니냐?"

"...에?"

"흉내는 무슨, 참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군."

"너 진짜 어딘가 이상해..."


문득 저번부터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했던 녀석의 말이 생각났다. 혹시 그 두통이 문제가 되었던 걸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게, 도대체 두통이 뭘 어떻게 했길래 녀석을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어버린 걸까? 그리고 무슨 이유로 인해 갑자기 그 녀석에게 두통이 찾아온 것일까.


그렇게 두통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사이, 다시 녀석에게 두통이 온 듯 또 책상에 머리를 박고 엎드린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났을까, 녀석이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땐 내가 평상시에 느끼던 녀석의 기운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 어이."

"...응? 왜...?"

"아, 다행히 원래대로 돌아왔구나..."

"...내가 이상한 행동이라도 한 거야?"

"음... 상당히 이상했지."

"어떤 거였길래...?"


녀석에게 방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모조리 다 늘어놓는다. 그러자 녀석은 못 믿겠다는 듯 놀라면서도 한 편으론 조금 두려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긴, 녀석에게도 이런 상황은 처음일 테니까 본인도 적응을 제대로 못 하겠지.


"...내가 정말 그랬던 거야...?"

"다른 건 몰라도 내가 거짓말은 안 해."

"혹시... 나중에 또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

"계속 두통이 찾아온다면, 그럴 확률이 없진 않지."

"...왠지 그 모습을 또 다시 보이게 된다면... 그 땐 정말 어떤 말썽이라도 피울 것 같은데..."

"걱정 마셔. 내가 괜히 있는 줄 아냐."

"만약 그렇게 되어버리면, 네가 좀 어떻게 해 줘..."

"뭐- 최대한 노력은 해 보지, 뭐."


...괜히 건드렸다가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아니면 원래의 녀석에 어떤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거나 할 것 같아서 쉽게 건드리지도 못하겠고, 이걸 어쩌면 좋을까.

나에게 지금까지 없던 고민거리가 하나 생긴 듯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