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엘레멘트 / 샤른호르스트 / 아리아] secre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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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일찍 일어나 형이 제공해 준 숙소에서 여러가지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도 함께 해 주는 동료들의 사진이라던가, 개인적으로 쓸만하다고 여기고 있는 물건들이라던가... 어차피 이 곳에서 계속 지낼 테니까, 미리 정리해두면 나중에 귀찮지도 않을 거고, 필요한 물건들을 바로바로 꺼낼 수 있으니.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 형이 샌드위치와 마실거리를 들고 숙소까지 왔길래 안으로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준다. 많이 배고프긴 했는데, 내가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먹을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손을 뻗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가, 형이 나에게 먹으라는 눈치를 줘서 그제서야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형의 모습이 뭔가 퀭하다. 업무가 많아서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서류들을 처리하고 그랬던 걸까.
"...형,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
"예, 뭐... 괜찮습니다. 하루이틀 있는 일도 아니고 말이죠."
"그래도 건강은 챙겨야지... 대장인데..."
"제 걱정은 마시고 당신부터 잘 챙기시죠."
샌드위치를 먹으니까 확실히 조금 기운이 나는 게 느껴졌다. 뭐랄까, 혼자서는 잘 챙겨먹는 편이 아니기도 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아예 먹지 않는 건 아니지만 대충 쉽게 설명해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정도면 음료수만 마시든 해서 넘길 때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건강을 챙기라는 말에 조금은 뜨끔하기도 했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형이 나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면서 따라오라고 안내하는 모습을 보았다. 무엇을 보여주려는 걸까...? 조심스럽게 숙소에서 나와 형의 뒤를 따르기 시작한다. 이제 막 모든 존재들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간대라서 그런지 길을 걸을 때마다 주변이 북적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뭘 보여주려는 거야...?"
"특별한 그런 건 아닙니다. 단지 시간이 없어서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보여드리는 것일 뿐이니."
"...시간이 없어서 보여주지 못한 것...?"
"잘 따라오시죠. 주변 인물들에 의해 밀쳐지지 마시고."
형의 뒤를 끝까지 따라가자, 저번처럼 늘 사령실...로 가는 줄 알았다가 그 근처에 있는 어떤 곳으로 살짝 방향을 돌렸다. 그러고보니 저 곳은 늘 입구가 닫혀있었는데, 오늘은 특이하게도 조금 입구가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가 왔다는 뜻인데...
형이 입구를 두드리자 문이 열리고 그 곳에 서 있는 어떤 분이 형을 맞이한다. 그리고 형은 내 쪽을 바라보며 그 분에게 나를 소개한다.
"이 쪽은 제 비서, 아리아입니다."
"후후, 안녕하세요?"
"아, 아아... 안녕하세요."
아리아. 어렴풋이 이름은 들어본 것 같았다. 가끔씩 혼자서 둘러보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으면 형의 이름과 함께 종종 같이 들을 수 있었던 이름.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만 했을 뿐 이렇게 직접 모습을 보니까 조금은 긴장되기도 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이시라는 느낌도 들었다.
"많이... 아름다우시네요."
"고마워요. 그 쪽은 이름이 어떻게 되죠?"
"엘레멘트...라고 해요."
"제 권유를 받고 이 곳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샤른의 권유를 받을 정도라니, 보통 분은 아니신 것 같군요?"
"그, 그 정도까진..."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꼭 다른 존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감을 가지라는 형의 말도 많은 도움이 되고... 남들은 형을 보고 그닥 좋지 않은 존재라고 말하고, 어떨 땐 같이 다니지 말라고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존재들도 종종 있었지만, 나는 절대 그런 것에 넘어가지 않았다.
형은 잠시 해야 될 일이 있다면서, 이 곳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라는 말만 남긴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처음엔 많이 어색했지만, 먼저 말을 걸어보기로 한다.
"대장님에게서... 많이 들었어요."
"어떤 이야기들을 들으셨죠?"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라고,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존재라고... 그렇게 들었는데, 정말로 틀린 말이 아니었네요."
"후후, 고마운걸요. 엘레멘트도, 많이 멋있어 보인달까요?"
"...멋있긴요. 아직 부족하기만 한데..."
"너무 그렇게 풀죽지 말아요. 그래봤자 좋은 건 없을 테니까요."
"...네. 그런데,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흐음, 보통은 비서님이나 사모님이라고 부르면 될 거예요."
"...사모님은 너무 나이가 많은 존재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비서님이라고 부를게요."
"어떤 것이든 상관없지만요, 후후..."
"잘 부탁드려요, 비서님..."
"많은 활동 기대할게요, 엘레멘트."
아직은 미숙한 게 많지만, 언젠가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