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엘리시온 / 테루] past of the phoen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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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오늘도 나와 주셨군요."
"엘리시온 형...!"
"제가 없는 동안 별 일 없으셨습니까?"
"네...! 엘리시온 형은... 별 일 없었죠?"
"뭐, 보시다시피... 별 일 없이 매우 평범합니다."
가끔씩 바깥을 돌아다니다 보면 테루가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근황을 물어보곤 했는데, 꽤나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와 옵시디언이 없는 동안 정말 신기하고 안쓰러운 일들을 많이 겪으셨던 것 같은데, 벌써부터 좋은 영역으로든 나쁜 영역으로든 경험을 쌓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어떤 게 궁금하십니까?"
"엘리시온 형은... 옛날엔 무엇을 했었어요...?"
"...음..."
대답하기 싫어서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정확히 제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테루가 매우 궁금해했기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 온갖 생각을 다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과거의 기억이 적게 남아서, 테루의 만족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제 과거를... 말씀드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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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누군가에 의해 태어난 존재가 아닙니다. 쉽게 말하자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라고 할 수 있겠죠. 처음에 제가 만들어진 목적은, 사냥을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만들어진 곳은 다른 연구소보다도 경계가 상당히 삼엄했습니다. 그래서 경비나 순찰에 인원을 배정해도 부족한 상황이었죠. 그런 상황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생명체를 만들어서 그 생명체로 인원을 채우자」 였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의견에 반대한 존재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럴거면 왜 평범한 존재들을 배정했냐고, 차라리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생명체들로 배정하지... 라는 의견이 많았죠. 하지만 결국 다들 수긍하고, 저와 같은 존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생명체를 만들어 경비나 순찰쪽에 배정하고 있다가, 연구원들 사이에서 「기존의 사람들에게 특별한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실험」 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 실험을 바로 사람들에게 할 수는 없을테니, 저희같은 생명체에게 먼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전부 다 했던 건 아니고 정말 극히 일부의 생명체만이 이 실험의 피실험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만, 결국은 알아내지 못한 답이었기에...
어쨌든 저도 그 실험의 한 명이었고, 그 결과물이 지금의 모습입니다. 보시다시피, 제가 실험을 받을 당시에는 이렇게 부작용이 없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능력 자체는 잘 부여받았달까요. 특히 다른 실험자들에 비해 상당히 이 능력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저는 제가 받았던 실험의 연구원이 되었습니다. 특히 저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가 연구원이 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는데, 아무래도 그 분들의 눈에는 제가 보통 인물로는 안 보였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연구원의 일원이 된 후, 잠시 산책이라도 할까 싶어 바깥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떤 존재를 슬쩍 마주치게 되었는데, 굉장히 자신감이 없어보이고 무언가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은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 슬쩍 이야기를 꺼내었습니다.
"...흠."
"누, 누구세요...?"
"엘리시온이라고 합니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어떤 질문인데요...?"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습니까?"
"...네?"
"지금의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신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그건..."
"남들에게 비난당하고, 그래서 많이 위축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 말씀드렸습니다."
"...솔직히,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긴 들어요."
"제 도움을 받으시겠습니까?"
"어떤... 도움인데요...?"
"지금 제 모습을 보시면 아시다시피, 이렇게 되지만 지금보다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몸이 될 수 있죠."
"...어차피 안 한다고 해서 변할 것도 없으니... 할게요."
"그럼, 제 손을 꽉 잡고 계시길 바랍니다."
그 분이 제 손을 잡자, 저는 제 연구소로 돌아와 그 분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 주며 실험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그 분은 조금 겁먹은 듯 보였지만, 자신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는 모습이었습니다.
"...준비는 하셨습니까?"
"...네."
"그럼... 시작하도록 하죠."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직까진 결과를 알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변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 실험이거든요. 저는 조금 부작용이 있었지만, 이 분에게는... 부작용이 없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모습이 완전히 변하자, 부작용이 없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안도했습니다. 평범했던 팔은 검은 날개로 변하고, 눈은 서로 색깔이 변하고... 자신만의 모습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데에 성공한 듯 보입니다.
"...어떠십니까?"
"와... 제가... 진짜 이런 모습이 된 거예요...?"
"그렇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 이상의 힘도 있을 겁니다."
"...헤헤..."
"이제, 당신만의 삶을 살아가십시오."
"..."
그 분은 갑자기 제 손을 잡고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말투로 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지 말고, 저와 함께 지내는 게 어때요?"
"...네?"
"어차피 새로운 삶을 살아갈 거면, 같이 도움이 되어 줄 사람이 필요할 테니까요!"
"다른 존재도 아닌, 절 말씀이십니까...?"
"절 이렇게 만들어 준 분이니까요! 엘리시온님!"
"...그렇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와아-♪ 기뻐요! 헤헤..."
여담이지만, 이 당시까지만 해도 평범한 말투였는데, 언제부턴가 어떤 자신감이 너무 과도하게 생겼는지 자신을 칭하는 말투도 달라지고, 존댓말에서 살짝 반말 느낌으로 바뀐 것 같더랍니다.
뭐, 그래도 저렇게 밝게 지내고 있으니, 한 편으로는 뿌듯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무언가 이상하게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죄송하다고 한 건... 강제로 끌어들인 것 정도...?
이미 깨달았겠지만, 위에서 말한 '그 분' 은... 옵시디언입니다. 제 처음이자 마지막 실험 대상자였죠.
그 이후에 또다른 실험자를 찾지 않은 이유는... 이렇게 무작정 많은 존재들을 만들어내고 싶진 않았습니다. 계속 이 실험을 했다간, 더 좋은 결과보다 더 많은 부작용이 생길것만 같은 두려움이 굉장히 컸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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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특이하게 지내셨네요..."
"제가 생각해도... 많이 특이합니다."
"그래도, 지금의 엘리시온 형이 있어서 좋은걸요...!"
"저도 테루를 만나게 되어서 기쁩니다. 옵시디언도 많이 좋아하고 있을 겁니다."
"옵시디언 형은... 엘리시온 형과는 다른 이유로 절 좋아하는 걸까요?"
"아마 옵시디언은...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가 생겨서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아-..."
"제가 테루를 좋아하는 이유는... 꼭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어주는 존재라서 그렇습니다."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요...?"
"제 능력으로, 남들을 지켜주고 싶은... 그런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엘리시온 형도, 은근히 부끄럼을 많이 타시는 것 같네요!"
"...아, 아닙니다..."
이 정도면... 제 과거에 대해서 충분히 말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과거라기보단 저와 옵시디언의 과거인 것 같습니다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