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자캐

[자캐 - 옵시디언] the calamity nightbird ~2~

E / P 2016. 2. 1. 23:34


2016/02/01 - [케로로/자캐] - [자캐 - 옵시디언] the calamity nightbird ~1~




이 몸의 과거는 솔직히 뭐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재미있는 일들이 많긴 했지. 이 몸을 키워준 존재들도 그렇고 이 몸도 그렇고 예전에는 그냥 평범한 녀석에 불과했으니까. 왜? 내가 예전에도 지금 이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나? 이런, 유감이군! 예전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은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지! 물론 예전의 모습을 아예 버릴 순 없다는 듯 내 뒤에 달려있는 꼬리가 그걸 증명해주고 있지만.


어디- 그 때가 아마 한밤중이었는데, 바깥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해서 단체로 바깥에 나왔지. 마침 그 때 옆에 뭔가 재미있는 게 있을 듯한 것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 있었는데, 나는 몰래 그 사이를 빠져나와서 이 곳으로 왔지. 어차피 나는 예전부터 자유로운 녀석이었으니까, 날 그렇게 막진 않았거든. 오히려 아무데나 가도 다시 잘 돌아오니까 마음대로 다녀도 딱히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여기서 혼자 놀고 있다가 뭔가 조금씩 이상하게 변하는 게 느껴지긴 했지. 뭐가 바뀌었냐고?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는데 달이 조금씩 붉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 그냥 붉어지는 것 정도는 나에겐 신기했을 뿐이니까 「오늘은 달이 붉구나!」 라는 느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어. 실제로 달이 붉어졌다고 해서 세상이 망했다던가 그런 것도 없었고 그저 달이 붉어졌을 뿐이니까. 하지만 붉어진 달이 뭔가 내 호기심을 더욱 이끌어낸 건 사실이야.

혼자 놀면서 돌아다니다가 뭔가 돌이 많은 곳을 발견했어. 이 돌들은 그냥 평범하긴 했지만, 뭔가 이런 돌 사이에서 좀 특이한 돌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또 발동된 것이지. 돌을 이리저리 굴려보기도 하고, 돌을 던져보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짓들은 다 멍청한 짓이었지만 말이야. 하지만 누구나 옛날에는 다 이렇게 한번씩 장난도 쳐보고 그랬잖아? 괜히 나 쳐다보면서 이상한 녀석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어쨌든 그렇게 돌을 가지고 놀며 시간을 보냈지.


근데 뭔가 조금씩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고. 「엄청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이 녀석이 안 돌아오지?」 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서 누군가가 나를 찾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는데 정작 아무도 안 찾아오니까, 당연히 이상하다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지. 하지만 예전의 나는 그런 걱정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계속 놀기만 했으니 어찌보면 정말 말썽이 가득한 녀석 아니었을까. 물론 지금도 너무 말썽을 부린다고 데피드가 많이 참견하긴 하지만, 반대로 히드는 참 좋아하더라. 재밌는 녀석들이야-.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렇게 누군가가 오길 기다리면서(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 당시에는 그런 것따위 생각하지 않았지.) 계속 주변에 있는 돌들을 관찰하는데 드디어 특이하게 생긴 돌 하나를 발견했어. 붉은 달이 새겨진 동그란 돌이었는데, 이걸 집어드니까 뭔가 피곤함이 갑자기 몰려드는지 잠이 들려고 하길래, 나무에 기대서 잠시 잠을 청했지. 누군가가 오면 날 보고 깨워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아마 그렇게 몇 시간을 잠들었을까… 난 솔직히 제대로 기억이 나는 게 없지만 말이야.


아마 정신이 들었을까. 여전히 나는 나무에 기대어 있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뭔가 달라졌다는 건 바로 느낄 수 있었지. 뭔가… 마치 새로운 세계로 온 듯 주변에는 붉은 달이 새겨진 것들이 많이 보였어. 아무래도 내가 꿈을 꾸고 있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손을 들어 눈을 비비려는데…

언제부턴가 손이 날개로 변해있더라고. 날개로 변한 팔을 보자마자 뭔가 당황하면서 몸을 둘러보니 아까 보았던 그 돌의 붉은 달이 내 몸에 마크로 박혀있었지-. 분명 그 돌 때문일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주변에 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 그저 어떻게든 나 혼자서 추측할 수밖에 없을 뿐. 어쨌든 난 지금 이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 된다는 건가- 처음엔 좀 걱정투성이였지만 오히려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점이 나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지. (그리고 당시엔 내가 원래 살았던 세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고 말이야.)


그렇게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셈이지. 어때? 재밌었어? 더 이야기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