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옵시디언 / 엘리시온] 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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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가끔 일을 할 때 이 몸의 너그러운 성격이 귀찮을 때가 많아..."
"어떤 귀찮음 말씀이십니까...?"
"분명 처리를 해야 되는데, 이 몸의 너그러움 때문에 뭔가 망설인다고 해야 되나- 그런 게 있어서 말이야..."
"아아-...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부탁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이 몸을 이렇게 만들어 줘!"
옵시디언은 어떤 종이를 꺼내서는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대충 요약하자면 본인의 99%를 냉정함으로, 1%를 지금의 장난꾸러기처럼 만들어 달라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추가로 자신의 모습도 살짝 바꿔달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정말이십니까?"
"물론이지! 엘리시온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잖아?"
"그건... 맞습니다만..."
"그러니까 얼른 이 몸을 그렇게 만들어 달라니깐-♪"
"뭐... 언제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을테니,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좋아좋아-♪"
옵시디언의 요구가 담긴 종이를 토대로, 이것저것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검은 망토같은 것을 만들었고, 그 망토는 언제든 꺼냈다 넣었다 하기 편하게 아주 조그맣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조금 손을 보았습니다. 완성품을 보여주자, 옵시디언은 신기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이 망토를 한 번 휘두르면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뭐, 연극이나 마술같은 것에서도 흔히 보이는 그런 모습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역시, 생각이 깊다니깐-♪"
"그렇게 원하셨으니, 지금 바로 해 보시죠."
망토를 받아들인 옵시디언은 나름대로 멋있는 자세를 취하려고 노력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은 귀찮은 듯 그냥 편하게 자신의 주위를 감싸듯 망토를 펼쳐 빙그르르 돌렸습니다.
망토가 조금 긴 편인데, 그렇게 감싸여있던 모습이 공개되자 옵시디언이 원했던 모습과 나름대로 제가 더 추가한 모습이 성공적으로 나와서, 흡족했습니다.
기존의 붉은 달 마크에서 살짝 피가 흐르는 듯한 모습, 모자 부분에 있던 붉은 깃털 3개가 뾰족해진 모습, 기존의 활발했던 모습에서 활발함은 1%만 남기고 나머지는 냉정함으로 가득한 모습, 붉은 눈에 있던 검은 동공이 사라진 모습... 이 중에서 붉은 달 마크를 제외하고는 전부 옵시디언의 요구였습니다. 냉정하게 보여지고 싶다는 요구에 따라 그렇게 맞춘 것이었습니다.
"어떻습니까?"
거울을 보여주며 자신의 모습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게 했습니다. 바뀐 모습의 옵시디언은 꽤나 유심히 거울을 쳐다보곤 피식 웃었습니다.
"좋네. 마음에 들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냉정해진 것 같긴 하지만..."
"상관없잖아? 어차피 일만 잘 수행하면 되는건데."
"그건... 그렇긴 합니다만은..."
"항상 수고가 많네. 이 몸 때문에."
"아,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을 한 것일 뿐..."
...정작 제가 옵시디언을 저런 모습으로 바뀔 수 있게 만들었지만은, 바뀐 모습이 정말 적응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저 분이 정말 옵시디언이 맞는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냉정해지셔서...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꽤 많이 들었습니다.
"누가 봐도 정말 냉정해 보이는군."
"...상당히, 냉정하십니다..."
"뭐, 일단 잠시 나갔다 올게."
"어디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만나려고 했던 녀석들이 있어서."
"...조심하시길."
"걱정 마. 이 몸이 쉽게 당할 녀석이 아니라는 건, 엘리시온도 잘 알고 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은... 뭐, 지금의 그 모습으로 쉽게 당할 것 같진 않네요."
오히려 아무 존재들이나 전부 없애버릴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이 들 정도였지만 말이죠. 그래도, 옵시디언이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조금은 불안감이 해소된 느낌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아, 맞다. 저번에 이 몸의 이름으로 무언가가 오지 않았었나?"
"...? 아, 그거... 저기에 보관해 두었습니다."
"제 시간에 맞춰서 왔군."
옵시디언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무언가 물건이 올 테니 잘 보관해달라고 그랬던 일이 있었습니다. 정말로 어떤 물건이 왔었는데, 겉으로는 가려져 있었기에 이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확실한 건, 저희들의 낫처럼 굉장히 길었다는 것이죠.
그 가려져 있는 것들을 뜯어내자, 굉장히 날카로운... 창이 나왔습니다. 창은... 언제 제작을 맡기셨는지... 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창?"
"이 몸이 알고 있는 존재들 중에서 창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어. 그 녀석의 창이 조금 마음에 들었거든."
"그래서... 비슷하게 만드신 겁니까?"
"그 녀석에게 조금 부탁했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만들 수 있냐고."
"...아아."
"그럼, 다녀오겠다고."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날카로운 창을 어깨에 툭툭 치며 바깥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며, 정말 괜찮을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분명 괜찮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