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옵시디언 / 즈]
"여어-"
"허- 이게 얼마만에 보는 얼굴이야."
"잘 지내고 있지?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말이다. 이런 곳에는 무슨 일로?"
"아- 그냥 의뢰 때문에 지나가는 루트이긴 했는데, 진짜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다른 길 놔두고 굳이 이런 길을 지나가는 너도 여전하네."
잠시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얼굴을 보니까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이름이 즈였던가- 참 인상적인 이름에다가, 어쌔신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 은근히 마음에 들었어. 예전에 낫을 잡아준 건 여전히 고마운 녀석이야-♪
"그나저나- 할 일 있어?"
"흠, 아니. 없는데."
"그럼 이 몸이랑 같이 갈래?"
"의뢰라고 했잖아? 내가 끼어들어도 되나?"
"물론 가능하지. 마침 의뢰가 누군가를 없애는 의뢰라서 말이야."
"호오- 그래?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영광이군."
"이 몸이야말로 즈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구-♪"
"그러냐? 역시 긍정적인 녀석이라니까."
"히히, 즈즈즈즈즈즈!"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서 연사하는 흉내를 낸다. 이런 모습을 보이자 즈는 표정을 찡그리는 모습이었는데, 아무래도 웃음이 나오면서 눈이 찡그려진 것 같다. 실제로도 기분 나빠하는 모습은 없었고, 오히려 이런 모습을 즐기는 모습이었으니까.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야."
"굳이 가까이 가지 않아도 여기서도 뭘 해야될 지 보이는군."
"헤- 그렇네. 저 멀리 보이니까."
의뢰 내용은 '자신들의 구역에 와서 말썽을 부리는 녀석들을 없애달라-' 라는 간단하면서도 그렇게 쉽지는 않은 내용이었다. 왜냐면 그 말썽을 부리는 녀석들이 한두명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이 몰려있는 식이었으니까. 단체 모임이라도 온 느낌이 들 정도로 인원이 많아서...
그래서 만약 혼자서 왔으면 일단 의뢰를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좀 걸렸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다행히 오는 길에 우연히 즈를 만나서 조금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마음이 편했는지-...
"...뭐야?"
"뭐긴 뭐야! 너희들 처리하러 왔지!"
"...네 녀석도 그쪽의 의뢰를 듣고 왔나보군. 그렇게 사라진 녀석들이 몇 명인지-"
"이 몸은 좀 다를 거라구-♪"
"보아하니 혼자 온 것 같은데, 혼자서 우리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으응-? 이 몸 혼자 온 것처럼 보이는 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보라구. 그래도 안 보이면, 어쩔 수 없지 뭐-"
녀석들이 이리저리 둘러보며 도대체 어디에 있는건지 확인하고 있던 찰나, 우리 듬직한 즈는 재빠르게 어둠 속에서 등장해 녀석들 중 일부를 처참히 말살해버린다. 그러곤 다시 어둠 속으로 숨으며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
"소개하지. 인사하라구- 모두를 죽이는 그림자!"
"...안 보이는데, 어떻게 인사를..."
"당연히! 죽어서 인사하는거지-♪"
어쩌다보니, 이 몸은 녀석들의 시선을 본인에게 이끄는 역할을 하고, 정작 없애는 건 즈가 전부 다 도맡아서 하게 되었다. 사실 조금 미안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즈가 이런 상황을 즐겨주는 것 같아서 마음은 조금 놓였다. 어쩌면, 이런 일이 가끔은 있길 바랬을 지도 모르지.
워낙 인원이 많았기 때문인지, 피비린내가 상당히 많이 난다. 그래도 이런 게 뭔가 기분이 좋달까나. 일종의 쾌감이라고나 할까? 정작 이 몸이 다 죽인 게 아니라 즈가 다 죽이긴 했지만... 대리만족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요오- 역시, 녹슬지 않은 실력인데!"
"죽이는 것 정도야 간단한 일이지."
"이 몸도 그렇게 재빠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 녀석도 충분히 빠른 축에 속하는데 말이야."
"...이 몸이 공격하는 거 본 적 있었던가?"
"모두를 죽이는 그림자는 한 곳에만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고. 항상 그림자 속에서 지켜보고 있어."
"헤엑- 그렇구나. 그러면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부르면 뿅- 하고 나타날 수도 있어?"
"...어쩌면?"
"나중에 한 번 해봐야지!"
"...굳이?"
조금 당황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인 듯 했다. 뭐- 실제로 불러볼까- 싶기도 했지만 말이야-
"이번엔 고마웠어!"
"나중에 또 필요하면 알려 달라고. 이거, 은근 재밌네."
"헤- 그래? 이런 일이 생기게 되면 연락할게!"
"어떻게 연락할지 궁금해지는군."
이 몸이니까, 어떻게든 연이 닿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