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CROSSOVER - 옵시디언 / 듀랜드] Death-bringer Pt.1

E / P 2018. 2. 6. 23:32





"후아아- 오늘도 피곤한 하루였다-"


항상 의뢰를 끝마치고 나면 늦은 밤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별 다를 바 없었고, 어두운데다가 피곤하기까지 하니까 앞이 제대로 안 보이는 느낌도 들었다. 원래 밤에도 앞이 잘 보이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하나도 안 보이네.

잠기운이 몰려와서 그런지 길을 걸으면서도 계속 꾸벅꾸벅 졸아서 벽에 부딪힐 뻔한 상황도 몇 번 있었지만, 다행히 부딪히진 않았다. 만약 부딪혔으면 이렇게 끝나진 않았겠지... 조심조심 길을 걸어간다. 도대체 얼마나 멀리 왔으면...


생각해보니... 여기 어디지? 막상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그저 의뢰를 받아서 해결하는 데에만 집중했을 뿐, 장소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뭐... 까마귀의 촉이라는 게 있으니, 크게 겁먹진 않았다. 오히려 여기가 새로운 지역이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더 가득 찼을 뿐이지...

이리저리 둘러보느라 앞을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앞을 보지 않고 걷다보니 무언가에 부딪히고 말았다. 이제서야 정신이 제대로 들어서 이번에도 벽같은 거겠지- 하고 앞을 보았는데...


...벽이 아니다? 자세히 보니 다리에 부딪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정신이 진짜 확 번쩍 들어서... 일단 먼저 말부터 꺼내보자.


"아아앗, 죄송죄송..."

"...흠, 누구인가?"

"에- 그게..."


녀석은 나를 향해 돌아보면서 앞으로 더욱 다가오기 시작했다. 부딪혔을 땐 완전히 어둠에 감싸여 있었기에 제대로 된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었는데, 조금씩 이 몸을 향해 앞으로 다가오자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형체를 보니까...

상당히 멋있다. 마치, 이 몸과 비슷한 사신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니, 진짜로 복장을 보면 평범한 복장은 아니라는 게 바로 눈에 띄였으니까.


"오, 이거 새로운 전우가 아닌가? 내 특이한 전우들을 많이 보아왔네만, 전우만큼 특이한 이도 보게 되는구나!"

"...헤, 그런가? 그나저나, 이 몸이 키가 너무 작아서 불편하지?"


말이 끝나자마자 날개를 활짝 펴서 공중으로 떠올라 이 녀석의 얼굴 앞까지 날갯짓한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무언가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가면 사이로 나를 바라보는 듯한 빛이 느껴졌다.


"아하하! 괜찮다네. 이 내가 키를 맞춰줘야 했을 터인데... 이거 영광이군."

"이 몸이야말로 엄청 영광이라구...! 이렇게 멋있는 존재를 만나게 되어서 말이야-"

"우리 특이한 전우의 이름은 무엇인가?"

"아, 소개가 늦었네. 이 몸은 옵시디언이라고 불러 달라구. 엄청나게 멋있는 그 쪽의 이름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듀랜드라고 하네."

"듀랜드라- 좋은 이름인걸! 마치 영원히 존재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 그 불꽃처럼 말이야."


싱긋 웃으며 듀랜드의 주변을 빙빙 둘러보며 듀랜드를 관찰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정말 옷 잘 입는다- 싶을 정도로 멋있었다. 그런 듀랜드도 나를 바라보며 내 모습을 관찰하는 듯한 빛이 보였다. 하긴, 이 몸이 이런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녀석이긴 할 테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잠시 친구처럼 있어도 되려나?"

"친구 말인가?"

"응. 애초에 이 몸을 전우라고 불러주는 것도 그렇고, 크게 거부감이 없어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야."

"전우가 그리 생각해준다면야, 언제든 환영이네."

"헤헤- 다행인걸! 아, 편한대로 불러도 되겠지?"

"어찌 부르건 상관은 없다네. 자, 그럼... 어서 가세, 전우여."

"그러자구! 이 주변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은데, 듀랜드가 좀 알려줬으면 하구-♪"


어쩌다 만난 좋은 친구, 듀랜드와 함께 길을 걸으니 더욱 더 기분이 좋았다. 이런 낯선 곳에서 이런 친구를 만나게 될 거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이 몸이라도 이런 건 예상 못 한다구-


"그 쪽도 사신?"

"전우가 편한대로 생각하게나. 사신이든, 망령이든 말일세."

"둘 다 나쁘지 않네. 어쨌든 좋은 곳으로 인도해주는 건 여전하니까 말이야-"

"그 어디보다도 편한 곳이지."

"그렇지- 하지만 이 몸은 굳이 가고 싶진 않더라구. 다른 녀석들이 체험해 볼 수 있게 여기에 계속 남아있어야지!"

"전우는 특이한 모습과 더불어 생각도 꽤 흥미로운 생각을 가지고 다니는구려."

"히- 그런가? 남들이 이 몸을 보면 좀 특이하다고 하긴 하지만 말이지!"


조금 호기심이 생겨서 듀랜드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앉아본다. 키가 작은 것도 있고, 덩치도 작으니까 가끔 인간같은 녀석을 보면 이런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었는데, 듀랜드가 마침 그런 실험 대상...? 이라고 해도 되나? 그런 느낌이 바로 들어버렸달까나.


"허허, 전우여..."

"불편할려나...?"

"괜찮다네.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전우뿐일 테니."

"키가 엄청 큰 녀석들을 보게 되면 이렇게 어깨에 앉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

"전우는 호기심도 참 많은 것 같구려-"

"호기심이 많다고 나쁠 건 없으니까-♪"


의외로 서로 잘 맞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다른 이야기는- 일단은 지금은 이런 즐거운 시간을 즐기고 싶으니까 나중에 끝까지 이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