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커뮤

[자캐 - 플루토 / 옵시디언] Revived Resolution

E / P 2018. 3. 6. 00:35





문득 옛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우연히 길을 걸어가다가 케르베로스와 소통하고 있는 플루토를 만난 것, 그런 플루토에게 플루토라는 애칭을 지어준 것, 비 내리는 날에 플루토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워준 것... 그땐 몰랐지. 이렇게 내 곁에 계속 있어줄 존재가 될 거라곤...


그렇게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가, 플루토가 그 때 거기까지 오게 되었던 계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연구소에 있다가 탈출한 실험체라고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연구소가 어디에 있는 곳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거기까지 탈출해서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험당한 기억도 그렇고, 그 과정에서 당했을 또다른 상처들도 그렇고... 그런 기억들로 인해 막상 모든 용기를 꺼내진 못한 채 그저 그 몸 안에 봉인되어 있는 상태였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존재들에게 당할대로 당했는데 누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그래도,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라고 해도 이건 절대 그렇지 않겠지만... 그냥 만약에- 라는 가정하에 조금 이야기를 꺼낸다.


"음- 플루토."

"옵시디언? 무슨 일인가?"

"궁금한 게 하나 있어서 말이야."

"어떤 것인가...?"

"만약에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플루토는 어떻게 행동할거야?"

"..."


플루토는 꽤 오랜 시간동안 말을 꺼내지 못한 채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러다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곤 다시 말을 꺼냈다.


"옵시디언을 찾을 것이다."

"...정말? 내가 어디에 있을 줄 알고...?"

"플루토, 어떻게든 찾아낼 것이다."

"언젠가 플루토가 꼭 찾아줬으면 좋겠네-"

"...옵시디언, 사라진다?"

"아니- 내가 왜 사라져- 히히♪"


싱긋 웃으며 플루토에게 다가가 플루토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플루토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맞대며 부빗거리며 플루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낸다.


"만약에 이 몸이 사라진다고 해도-..."

"...?"

"그렇게, 만약 우리가 함께할 수 없는 날이 오면... 꼭 플루토가 기억해줘야 될 게 있어."

"어떤 것이다...?"

"플루토는, 플루토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용감하고, 강하고... 똑똑하다는 거."

"...정말이다...?"

"물론이지. 다른 녀석이 말하는 것도 아니고, 이 위대한 내가 말하는 건데!"

"옵시디언의 말이라면, 믿는다...♪"


플루토는 내 말을 듣곤 굉장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하긴, 용기를 심어주는 말을 누가 싫어할까...♪


"예전에- 플루토가 연구소에서 도망쳐 나온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잖아?"

"그렇다."

"어쩌면 그게, 플루토에게 용기가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행동이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나...?"

"만약 그 때 그런 용기를 발휘하지 못했다면, 날 만날 수 없었을 거고, 나도 플루토를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

"...!"

"그러니, 플루토는 그 누구보다도 용감하고, 강하고, 똑똑한 나의 소중한 애인이라구-♪"

"옵시디언, 플루토의 소중한 애인이다♪"


조금씩, 다시 용기를 되찾아가는 플루토의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 쉽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언제든 내가 곁에 있어 줄 테니까.

말만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이라는 것이지, 진짜로 내가 갑자기 사라질 일은 제로에 가까운 일일테니 말이다.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플루토에게 먼저 다가와줘서 고맙다...♪"

"그만큼 플루토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플루토도 옵시디언 마음에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믿으며 지낸다면, 없던 용기도 되살아나고, 기존의 잠들어있던 용기도 전부 발휘될 거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