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케로 - 옵시플루 / 오브젝트 헤드 - 키네틱 디바이드] ИIGH†M∧RΣ
항상 옵시디언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어서 요즘은 기분이 좋다. 옵시디언은 그런 플루토를 보며 ‘마치 껌딱지가 붙어있는 것 같네-!’ 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플루토가 항상 곁에 붙어있어주는 게 기분이 좋아보인다.
최근에 이상한 얼굴을 가진 존재들이 자주 찾아오는 것 같아서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지만, 옵시디언을 해치러 오는 것 같진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여전히 플루토에겐 낯선 존재들이나 다름없지만.
오늘은 옵시디언이 많이 피곤했는지, 오자마자 옵시디언에게 다가가 기운 내라고 볼을 부빗거려준다. 그렇게 하니까 옵시디언도 싱긋 웃으며 플루토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해주었다.
“플루토- 오늘도 무사히 잘 있었지?”
“항상 문제없다!”
“그래그래- 그런 모습이 언제봐도 참 마음에 들어- 히힛.”
“오늘 많이 피곤한가?”
“으음- 조금은...?”
“피곤할 땐 자는 게 좋다!”
“하지만 플루토가 아쉬워할 것 같아서 말이지-”
“플루토 괜찮다! 옵시디언 편하게 쉬는 게 중요하다!"
“그럼- 오늘은 일찍 좀 실례할게!”
그러곤 옵시디언은 그대로 플루토에게 기대어 꽤나 깊은 잠에 바로 빠져든 모습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피곤했던 것이었는지,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는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이 같이 공존하고 있었다.
옵시디언의 잠자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다가, 뭔가 조금씩 옵시디언의 상태가 이상해지는 것이 보였다. 몸에서 식은땀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더니 곧 표정도 조금씩 찡그려지는 모습이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살짝 뒤척이는 것 같기도 했고...
게다가 그런 모습을 보며 옵시디언을 계속 툭툭 건드려보지만 전혀 깨어날 생각을 하질 않았다. 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는거지...? 잠을 깨우려고 해도 깨어나지 않았기에 도무지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저 멀리 우연히 보게 된 특이한 얼굴의 존재 세 명 중에서 한 명을 발견했다. 어떻게든 옵시디언을 깨우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다가가 허겁지겁 그 존재에게 말을 걸어본다.
“...? 뭐야...?”
“옵시디언... 이상하다...”
“뭐...? 그 까마귀 녀석이?”
“그렇다... 불안하다...”
“일단 가서 확인해보자고. 길 안내 부탁하지."
“반달눈... 도와줄 수 있다...?”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보고 대답해주지.”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서서 옵시디언이 있는 곳으로 움직인다. 여전히 옵시디언은 불안해하는 모습으로 온몸을 뒤척이며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반달눈의 얼굴은 옵시디언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곧 무엇이 문제인지 깨달은 듯 모자를 잡곤 살짝 어깨를 으쓱거린다.
“정말 깊은 악몽에 빠져있군.”
“어떻게 해야한다...?"
“방법은 간단하지. 네가 이 악몽 속으로 들어가서 이 녀석을 구해주면 되는 거다.”
“...가능하다...?”
“가능하니까 내가 이런 말을 꺼내는 거겠지?”
“부탁한다!”
“좋아- 빨리 끝내자고. 귀찮으니까.”
그러자 반달눈의 얼굴이 한쪽 팔로는 옵시디언의 날개를 잡고, 곧 다른 팔을 내밀어 플루토에게 뻗어보였다.
“내 팔, 잡아.”
“...어떻게 하는 것이다?”
“이 녀석의 꿈 속으로, 널 직접 데려다 줄 방법이니까.”
“...!”
“간단해. 내 팔을 잡고, 눈을 감으면 되는거지.”
재빨리 반달눈 얼굴의 팔을 잡고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러자 무언가 묘한 기분이 플루토를 감싸기 시작했고,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반달눈 얼굴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자, 조금씩 조심스럽게 눈을 떠본다. 그러자 어딘가 낯선 풍경이 펼쳐진 장소에 도착했는데, 정작 옵시디언은 보이지 않았다.
“옵시디언 어디 있다...?”
“이제부터 그 녀석을 찾아야지. 그렇게 먼 곳에 있진 않을거다.”
“플루토, 찾는다!”
“그 녀석은 나보단 네가 더 잘 알 테니, 잘 찾아달라고-”
옵시디언의 기운을 항상 느끼며 지내왔으니, 옵시디언을 찾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역시 머지않아 옵시디언이 있는 곳을 발견했고, 반달눈 얼굴도 꽤나 빠른 속도로 플루토의 뒤를 따르며 다가왔다. 가까운 곳에서 옵시디언을 보자, 옵시디언은 지금의 모습이 아닌 예전의 모습이었다.
옵시디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무리들. 그 무리들은 옵시디언을 향해 좋지 않은 말들과 행동으로 계속해서 위축시키고 있었다. 험한 말도 있었고, 옵시디언을 강하게 때리기도 했고... 그 모습을 보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
반달눈 얼굴은 직접 그 무리들에게 다가가더니 자신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도록 일부러 헛기침을 하는 등 신경쓰이게 하는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효과가 있긴 있는지 옵시디언을 비난하고 괴롭히던 무리들이 전부 반달눈 얼굴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이 녀석 친구냐?”
“그렇다고 치지.”
“이런 녀석에게 친구가 있다니, 정말 별 일이네.”
“그러게. 일부러 친구 아닌데 친구인 척 하는 거 아냐?”
“시간 아깝게 그런 짓을 왜 하냐? 친구면 친구인거지.”
이렇게 말싸움 하고 있는 게 정말 귀찮은건지 반달눈 얼굴은 무리들을 향해 팔을 뻗어 조금씩 위로 팔을 올리자 무리들도 같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러자 당황하는 무리들의 모습이 보인다.
“뭐, 뭐야...!?”
“박쥐 친구. 까마귀 친구를 데려가 줬으면 하는데-”
“알겠다...!”
반달눈 얼굴이 무리들을 공중으로 떠올린 틈을 타, 옵시디언을 껴안은 채로 꽤 먼 곳까지 데려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달눈 얼굴도 옵시디언과 플루토가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 존재들, 어떻게 했다...?”
“아, 걱정 마. 저 멀리- 그냥 날려버렸으니까.”
“다시는 옵시디언... 안 괴롭힌다?”
“여기까지 오는 게 더 힘들걸-”
“도와줘서 고맙다...!”
“그냥 할 일을 한 거야-"
그렇게 반달눈 얼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는데, 과거의 옵시디언이 우리 둘을 바라보곤 조금 놀란 듯한 모습을 짓는다. 생각해보니, 과거의 모습이니까 플루토와 반달눈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서운 존재 아니다! 도와주러 왔다!”
“...아, 감사합니다...”
“저런 녀석들 있으면- 언제든 우리를 찾으라고.”
“정말요...?”
“물론이다!”
“너 도와주려고 이렇게 찾아온 거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나중에 천천히 알게 될 거야. 아주 먼 미래에.”
“...네?...”
“그럼, 먼 미래에서 만나자고-”
반달눈 얼굴이 플루토의 손을 잡고 다른 한쪽 팔로는 플루토의 눈을 가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왔다.
꿈 속 여행은 이런 느낌이구나. 처음 깨달은 색다름이었다.
반달눈 얼굴과 플루토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자, 옵시디언도 눈을 부빗거리더니 자신의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 흔적을 보며 새삼 놀라는 모습이다.
“...워어, 이 몸 상태가 왜 이러지?”
“옵시디언...!"
“플루토-!"
“많이 걱정했다...”
“히- 그랬어? 이 몸, 악몽을 꿨었던 것 같아.”
“확실히 그래보이는 것 같군."
“어라- 키네틱도 있었네!”
“그래서, 악몽 해결은 잘 하셨나?”
“물론이지!”
마치 우리들은 모르는 듯한 말투로 옵시디언은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악몽을 꿨는데, 그 악몽 속에서 키네틱이랑 플루토가 이 몸을 도와주는 걸 보았거든!”
“정말이다...!?"
그 모습이 실제의 우리들이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옵시디언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계속 바라본다.
“응응! 그래서 키네틱이랑 플루토한테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었어- 헤헤!"
“...나름 해피엔딩이군."
“어떻게 그 당시의 이 몸이 키네틱이랑 플루토를 떠올렸는진 모르겠지만- 뭐 어때!”
“다행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네... 항상 고마워!”
“플루토도 고맙다!”
“귀찮은 일은 끝나서 다행이랄지-”
과거의 옵시디언이든, 지금의 옵시디언이든... 이 플루토가 끝까지 영원히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