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DREAM EATER -dystopia-

E / P 2018. 3. 25. 20:52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 물론, 현실이 아닌 꿈 속에서의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는 꿈을 꾸고 있고, 그 꿈 속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결론적으론,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고 그래서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왜 나를 쫓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상황이 아닌 듯했다.

사실 이렇게 쫓기는 건 오늘만이 아니었다. 어제도, 그 전에도…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건 손에 칼을 쥔 채 나를 꾸준히 뒤쫓아오고 있었다. 사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뒤쫓아오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저 존재는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내가 아무리 저 녀석의 눈을 따돌려 다른 곳으로 피해왔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주변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그런 모습이 너무 공포스럽게 느껴져서, 계속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유를 물을 수 있다면,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러는 건지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이유를 묻기 위해 다가가면 왠지 내가 그 칼에 찔릴 것만 같아서 불안했기에 다가갈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꿈 속인데 왜 도망치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꿈 속이니까 죽지도 않을텐데, 왜 계속 도망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이유에 대해 답을 해 주자면… 이 꿈은 뭔가 평범한 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넘어지면, 마치 현실에서 넘어진 것처럼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니까. 그렇다는 건, 저 칼에 찔리는 순간… 마치 현실에서 찔린 것처럼 그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만약에… 온통 어둠에 감싸여서 제대로 형체를 확인할 수 없는 무언가가 손에 칼을 들고 너를 쫓아오고 있다면… 너는 어떻게 할 지. 일단 나는, 보다시피 이렇게 도망치고 있다. 이 도망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언제 이 꿈에서 깨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온통 붉은 하늘에, 붉은 달에… 내 취향이 이런 취향이었나? 보통 꿈이라고 하면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만든다고 하질 않던가? 내가 이런 세계를 만들지는 않을 텐데… 아니, 애초에 악몽을 꿀 거라고 예상하고 이런 분위기를 만들지는 않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투성이 꿈이지만, 내가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그렇게 계속 도망다니다가, 무언가 꽤 분위기 있는 건물이 보였다. 마침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무언가 전부 막아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 (왜냐하면, 지금까지 건물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문이 열려있는 틈을 타 그 안으로 들어간다.


하늘이 붉어서 그런지, 이 건물 내부도 붉은 느낌이 가득 들었다. 차라리 바깥의 붉은 하늘을 보는 것보단 차라리 이 건물의 붉은 느낌을 만끽하는 게 지금의 내 상태로서는 더 안정될 것이다. 좀 더 깊숙히 안으로 들어가자, 어떤 의자같은 것이 보였다. 왠지 그 의자에 앉아 더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의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어디선가 이상한 목소리같은 게 들렸다.


"…우리 아가, 여기엔 무슨 일이니?"


분명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데…? 주변을 둘러본 다음 다시 의자가 있는 곳을 향해 바라보자 어떤 이상한 생명체가 의자 뒤에서 나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었다.


"누, 누구야?"

"걱정하지 말렴. 지켜주려고 온 거란다."

"내가 쫓기고 있다는 걸 아는거야?"

"그럼. 나는 다 알고 있단다."


…드디어 만난 것 같다. 이 악몽 속에서 나를 구원해 줄 그런 존재가.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씩 안심이 되면서 더욱 가까이 그 존재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존재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나를 맞이하며 웃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리 오렴, 아가야. 여기가 네가 쉴 자리란다."

"…정말 편히 쉬어도 되는거지?"

"내가 우리 아가를 지켜줄 테니, 편히 쉬거라."

"응, 고마워…"


그렇게 의자에 앉아 그동안 피로했던 것들이 몰려와서 조금씩 눈이 감겼다. 아직까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정도라서 중간에 갑자기 정신이 확 들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도 했는데, 계속해서 졸음이 몰려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오랫동안 버티긴 힘들 것 같다.

내가 졸고 있는 모습을 보는 이 존재는, 의자의 뒤에서 내 앞으로 오더니 나를 계속해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음…? 나에게 궁금한 거라도 있는걸까?


"왜 그렇게 보는거야…?"

"조금 이상하지 않니? 분명 우리 아가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고 했는데… 그 존재의 모습이 보이질 않잖니."

"어, 그렇네…? 어째서지…?"

"아무래도 우리 아가가 도망을 잘 친 것 같구나."

"그만큼 노력한 게 있으니까."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무언가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듯한 졸음이 몰려왔다. 그리고 이 존재는 갑자기 나의 얼굴을 잡곤 엄청 붉은 눈으로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우리 아가, 악몽 속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은 악몽이란다."


그 말이 끝나자, 무언가 이런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내 몸을 내가 움직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정신이 무의식 속으로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곤… 


…이게 영원한 안식인걸까… 조금씩 완전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