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로메로 필라이트 / 키네틱 디바이드]
…지금의 나는, 아마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사실 굳이 도망칠 수도 있었지만… 내 마음속의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이 존재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 주변에서도 굳이 나를 말릴 생각을 하질 않는 것 같고 애초에 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다른 존재도 없었다. 그렇기에, 맞서 싸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온통 상처투성이에 피까지 잔뜩 흘리고 있는 그런 상태였을까,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서는 굉장히 놀라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있겠지.
"…키네틱!?"
"비켜…! 다치게 하기 싫으니까!"
조금 성질적인 목소리로 로메로를 맞이했는데, 로메로는 그런 모습을 보며 무언가 화가 났는지 덩쿨로 나를 때리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당황스러웠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로메로를 향해 돌아본다.
"왜 그러는 건데…!?"
"…"
그러자 로메로는 무언가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뭐랄까, 공격과 동시에 온통 시야가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그 틈을 타 로메로는 나를 덩쿨로 감싼 뒤 안전한 곳까지 데려왔다. 그런 상황이 무언가 어이없으면서도 마치 자신을 방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서 나왔다.
"…뭐야…?"
"혼자서 싸우고 있으면, 멋있어보일 줄 알았소?"
그저 그 말을 먼저 꺼냈을 뿐인데… 말투만으로도 지금의 로메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느껴졌다. 그래서, 조금 화가 났던 나 자신도…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난 그저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고 싶을 뿐이었는데, 멋있는 게 중요해?"
그러자 표정이 더욱 구겨지며 덩쿨로 한 대 더 때리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멋있는 게 중요하다는 게 아니지 않소? 왜 혼자서 싸우려고 하는 겐가. 애초에 상대가 많으면 빈틈을 타 도망치는 게 현명한 걸세."
…그 말을 듣자, 마치 무언가 찔린 사람을 보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온몸이 굳었다. 그러곤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미안하다는 듯 가라앉은 말투로 말을 건넸다.
"…미안. 쓸데없이 반항해서. 말투가 화난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 절대 화나지 않았어. 그저 본능적인 그런 느낌이 올라왔을 뿐이야."
여전히 로메로는 화가 잔뜩 난 상태로 내가 다친 곳을 어루만져 주더니, 아무래도 이렇게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면서 나를 끌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조금 아프긴 해도, 이런 건 버텨내야겠지.
"…저기, 로메로 형…"
"…"
"내가 잘못했어. 그게… 맨날 도망치기만 하는 삶은 싫어서 그랬어."
내 말을 들은둥만둥 나를 정비소에 맡기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을 제외한 신체는 원래의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와 로메로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무작정 덤비지 않을게."
그렇게 말을 한 뒤에야 로메로는 화난 얼굴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화를 풀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계속해서 화가 나 있었다면… 그 땐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나도 모르니까.
"잘 생각했소. 만약에 또 그런다면…"
"내가 또 그런다면…?"
어떤 벌을 내리려고 그러는 걸까…?
"그 땐, 버리고 갈 것이오."
그 말을 듣자마자, 마치 모든 게 다 사라지고 내려앉은 것처럼… 모든 게 다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용서해 줘…"
고개를 푹 숙인채 미안한 마음에 계속해서 고개를 못 들고 있자, 로메로는 팔을 벌리며 자신에게 안기라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너무 그렇게 기죽지 말고, 이리 오게나."
그렇게 말하는 로메로와 로메로의 자세를 보자, 마치 어린 아이가 형에게 달려드는 것처럼 다가가서는 여러가지 심정이 가득 담긴 상태로 로메로를 꼬옥 껴안았다. 그러자 로메로도 나를 토닥거려주면서 괜찮다며 그럴 수 있다는 듯 위로해 주었다.
"앞으론 정말 이런 무모한 짓 안 할게. 정말 약속할 테니까."
"알겠소. 키네틱이라면, 약속을 잘 지킬 것이라 믿고 있소."
"…나, 이렇게 보니까 정말 어린아이같지?"
"이미 어리지 않소? 허허."
"형에 비하면, 어리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나이의 친구인 것처럼 지내는 게 편해."
고마운 마음에, 싱긋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