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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 자캐 - 플루토 / 옵시디언] 風ノ旅ビト -바람의 여행자-

E / P 2018. 3. 27. 20:23





황량하네. 마치 폐허가 된 유적에 온 것 같아. 그래서 꽤 내 마음에 들었다. 아무도 탐험하지 않은 곳을 내가 먼저 탐험한 기분이 좋거든. 

게다가 아직 이 주변엔 누군가가 탐험한 흔적도 보이지 않아서, 내가 먼저 알아가면 나중에 전파할 수 있겠지. 이 곳이 꽤나 흥미로운 곳이라고.


마치 사막같은 느낌이 드는 이 곳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모래 밟는 걸 나름대로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지. 가끔씩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도대체 이런 곳에서 어떻게 피어있는 지 모를 꽃도 하나 발견하기도 했다. 그래도, 뭔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꽃 자체의 분위기는 이쁘고 좋았다. 

그러다 다시 원래의 목적을 위해 조금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해본다.



그렇게 더 깊게 들어왔는데, 뭔가 길이 끊어져 있다. 아무래도 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길을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될 것 같은데… 일단 주변을 둘러보면 알 수 있겠지. 이곳저곳, 벽처럼 보이면서 약간 공간이 있는 그런 곳도 하나하나 다 둘러본다. 

이곳저곳 다 찾다보니 길을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고, 실제로 그 무언가를 이용하니 길이 만들어졌다.


길도 어느정도 만들어가고 있었고, 다른 것도 있을까-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저 멀리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사막이니까 신기루같은 것도 있을 것이고, 지금 모래바람도 심해서 그런 것이려니- 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뭔가 움직임이 생생하기도 했고, 마치 커다란 날개같은 것도 보여서… 아무래도 흔한 모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다가가본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야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나와 똑같은 옷을 입은… 하지만 모습은 다른 어떤 또다른 존재였다. 마치 박쥐 날개를 보는 듯한 커다란 날개, 그리고 아누비스를 보는 듯한 얼굴과 몸… 

뭐랄까, 이런 곳에서 만나는 게 이상하지만은 않은 그런 모습이었다. 유적에서는, 이런 신기한 존재도 만날 수 있는 건가?


「…너는, 여기서 살고 있는거야?」

「…」


아무런 대답이 없다. 말을 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아직은 낯설어서 말을 건네지 못하는 걸까? 겁먹은 모습을 봐서는 아무래도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하긴, 이런 곳에서 날 만나게 될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나도 이 존재를 만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너무 겁먹지 마. 나도, 이 곳을 둘러보려고 온 거니까.」

「…탐험한다?」

「말투가 특이하네. 응, 탐험하러 온 거야.」

「더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아직은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 걸 알아내기 위해, 탐험이라는 게 있는 거겠지?」


탐험이라기보단, 사실은 여행이었지만… 어쩌다보니 탐험도 같이 곁들여서 하게 된 것이기도 했다. 

여행이든 탐험이든, 같이 동행할 존재가 있다는 건 언제나 안심되고 즐거운 일이긴 했으니…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우연인데, 같이 다닐래?」

「그래도 된다?」

「혼자 다니는 것보단, 둘이서 같이 다니면 더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좋다!」


오랜만의 동반자인가, 꽤나 기분이 좋아졌다. 혼자서 깨닫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긴 해도, 누가 곁에 없으면 심심한 것도 견디기 힘들었으니까. 

특히 곁에 누군가가 있을 뿐인데도, 주변의 풍경들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기도 했다.




특히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햇빛을 받으며 모래를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그 모습은… 언제 생각해도 정말 기억에 남을 모습으로 남을 것이다. 

이 존재는 아무래도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듯 내려가는 도중에도 나에게 붙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었는데, 그런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언제든 불편할 것 같으면, 나에게 붙으라고.


「괜찮아. 넘어져도 그렇게 안 아플 것 같으니까.」

「너무 빠르다…!」

「이 정도는 되어야 나름대로 짜릿하지. 그래도 불안하면, 계속 날 잡고 있어도 돼.」

「계속 붙잡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 구간을 지나 다른 구간에 돌입했는데, 어떤 구간은 물이 차오르는 것도 아닌데 마치 물이 차는 것처럼 조금씩 몸이 둥둥 뜨는 곳도 있었다. 

역시, 이 곳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놀라운 것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이런 곳을 이제서야 발견하게 되다니…


「뭔가 공중에 뜨는 기분이야. 그렇지?」

「신기하다…」

「이 곳을 지나면,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네.」




막상 그 구간을 지나니 갑자기 날씨가 엄청나게 추워지는 것이었다. 어느정도 추운 걸 버틸 수는 있다고 해도, 이 정도로 추울 줄은 몰랐지… 

곁에서 이 존재도 꽤나 추운지 계속 옆에 붙어 있었다. 사실 이 존재가 옆에 붙어있지 않았다고 해도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이 존재 옆에 붙어있었을 것이다.


이대로 털썩 주저앉을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버텨가며 이 눈보라를 버텨가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게 맞는지, 정말 제대로 가고 있는게 맞는지… 의문만이 들었다.


「잘… 버텨야 돼… 알겠지…?」

「힘…들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야…」


…라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털썩 주저앉아버리고 만다.


…………




조금 시간이 지났을 때, 왠지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엄청난 기운이 한데 모여 조금씩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어느샌가 곁에는 이 존재도 있었고, 이 존재도 이런 상황에 조금은 놀란 듯 보였지만 곧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쳐 보이고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늘을 날아다니자, 처음에 보았던 그 빛나는 공간이 보였다. 저 빛나는 공간이… 우리를 여기까지 끌어당긴 걸까.


「여기가, 목적지인 걸까?」

「잘 모르겠다. 조금 무섭다.」

「저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무서울 수도 있겠지.」

「…들어간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길도 없으니.」


이 존재의 손을 잡고 조금씩 먼저 앞장서듯이 걸어간다. 공간이 2명이 함께 옆으로 서서 들어가기엔 조금 비좁은 느낌도 들어서, 먼저 앞장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이끌어온 건 나였으니까, 내가 앞장서는 게 이상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 들어가자.」

「같이 있어줘서, 고마웠다.」

「나야말로, 나와 함께 동행해주겠다고 해서 고마워.」

「이 공간 이후로도, 다시 만나고 싶다.」

「비록 이 공간에서 헤어진다고 해도, 꼭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멀리 갈라진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기억은 영원히 남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