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루루/기로로/도로로] c-Diver -N-
상당히 어이없는 작전에 끌려오게 되었다. 정확히는 무슨 작전인지에 대해서도 들은 게 하나도 없는 상태로 끌려왔다고 말하는 게 맞겠지만. 어쨌든 나 혼자 끌려온 건 아닌 것 같고, 옆에는 병장도 같이 와 있었다. 아마 병장도 제대로 들은 것 없이 강제적으로 여기로 끌려왔겠지. 그리고 앞에는 쿠루루가 뭔가 재미있는 걸 만드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작업하고 있는 것 같았고.
물론 여길 정복하기 위해서 뭔가 해야 된다는 건 이해하는데, 적어도 뭔지 일단 말은 해 달라고. 아마 말이 없는 걸 보니 분명 뭔가 어이없는 작전일 것임은 분명하다. 분명 이 작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간 「이런 허접한 작전 따위에는 동참하지 않겠다.」 라고 말할 게 뻔할테니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끌어왔을 게 확실하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이젠 확실히 확신할 수 있다.
"기로로 그대도 여기 끌려온 것이오이까…?"
"…병장도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소이다."
"혹시 여기에 온 목적은 알고 있냐."
"소인은 아는 게 전혀 없소이다만, 그대는 알고 있소이까?"
"…아니. 나도 모르겠는데."
"좀 많이 불안하오이다…."
쿠루루는 작업이 다 끝난 듯 기지개를 한번 펴곤 이제서야 우리들을 바라보며 여기에 온 걸 환영한다는 듯한 능글함을 보이기 시작했다. 됐고, 빨리 목적이나 말하라고. 여기에는 왜 끌어왔는지, 도대체 하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말이다. 원래는 짜증내며 그러려고 했는데, 너무 오래 있었던 것도 그렇고 옆에 병장이 있어서 아무래도 자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여어- 여기에 온 걸 환영한다구-"
"…그래서 왜 불렀냐."
"소인도 궁금하오이다."
"대장의 작전을 이행하고 있는 중일 뿐이니까, 걱정하진 말라구-?"
"…작전? 엄청 오랜만에 듣는 소리군."
"그리고 좀 재미있을거야- 끄끄-"
"재미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이오이까?"
"그럼 지금부터 설명하겠다구. 이 작전에 대해서 말이야-."
작전의 내용을 듣자하니 「신나는 음악과 함께 특이한 동작을 취해서 전 세계를 우리들의 열풍으로 만들자」 라는 일명 유명세 작전인 듯하다. 보통 이런 건 아이돌 그룹이라고 하던가, 그런 존재들이 하는 것 아니었던가. 그런 걸 우리가 하겠다고? 글쎄. 가능은 하겠지만 효력이 있기나 할지.
"솔직히 좀 확률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좀 엄청나게 특이한 자세를 취할 거라구-"
"…좀 무섭소이다."
"여기까지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지만, 빨리 하고 나가자고."
"그러는 게 좋겠소."
"자, 그럼 시작하자구-? 끄끄!"
음악을 들어보고 해야 될 동작도 미리 확인해봤는데, 음악은 나름 괜찮은 것 같았다. 문제는 이 요상한 자세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 자세로 유명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냥 「좀 이상하다」 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 「모두가 따라할 재미있는 동작과는 거리가 멀다」 까진 아닌 것 같았기에. 그래도 뭐 어쩔 수 있나, 빨리 끝내고 가고 싶은 마음 뿐인데.
녀석이 지시하는 대로 자세를 잡아봤는데, 정작 자세를 잡아보니 뭔가 좀 폼나는 자세인 것 같았다. 왠지 쓸데없이 자신감을 표출하는 듯한 자세들이었다고나 할까. 병장도 처음엔 좀 어색해하더니 어느새부턴가 자세를 요구할 때마다 마치 자신이 독보적으로 빛나는 듯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게 그 작전의 진짜 목적인건가… 살짝 소름이 돋는군.
"오-케이-!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끄끄-"
"…그럼 이제 우린 가봐도 되겠나."
"그럼그럼. 수고했다구-"
"잘 될진 모르겠지만, 수고해라."
바깥에 나와서 한숨 돌리며 드디어 탈출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병장도 나름 탈출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작 바깥으로 나오니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전부 잊어버렸지만, 그런 건 천천히 생각하면 되겠지.
"이제 무엇을 하실 예정이오이까?"
"글쎄… 솔직히 바깥으로 나왔더니 잊어먹었군."
"그럼 소인은 먼저 가보겠소이다."
"그래. 쓸데없이 여기에 꼬여서 고생하느라 수고했다."
"그대도 수고 많았소."
얼른 쉬기나 하자. 아마 이 짓은 영원히 기억에 남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