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플루토 / 리프] untitled
…그냥 가려고 했는데, 문득 그 녀석에 대해 궁금해졌다. 어차피 낫의 형태로 항상 근처에서 바라보고 있긴 하겠지만 그 녀석에게 무언가 물어볼 수 있는 건 지금 형태에서만 가능하니까, 기회가 있을 때 그 기회를 노려야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돌아와보니까 마스터 녀석은 온데간데없고 그 녀석만 있다. 아무래도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은데, 저 상태에서 내가 다가가도 될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혹시 모르잖아, 갑자기 이상한 일이라도 생길지.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가기도 그렇긴 하겠지. 내가 늘 그랬듯이 당당하게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마스터에게서 듣기론 감각들이 발달해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꽤나 먼 거리인데도 내가 다가오는 걸 보곤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그르릉…"
"어, 어이… 너무 그렇게 경계 안 해도 된다고…"
매서운 눈빛으로 가까이 다가오는데, 그 모습을 보며 왠지 나 자신도 모르게 살짝 뒷걸음질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원래 이런걸로 겁먹는 녀석은 아니지만 왠지 내가 저 녀석을 해쳤다간 마스터가 나를 보며 어떤 반응을 보일지 답이 보이기 때문에… 마지못해 못 이기는 척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도 있고 말이지…
녀석은 더 가까이 다가와서는 잠시 가만히 멈춰서서 냄새를 맡는 것처럼 킁킁대는 소리가 들렸는데, 냄새를 좀 맡더니 살짝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을 보였다. 뭔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냄새가 나서 그런걸까.
"…냄새가 난다…"
"엥? 무슨 냄새?"
"옵시디언의 냄새가 난다…"
"…뭐, 그럴만도 하지. 마스터 녀석을 항상 뒤따라다니는 낫이니까."
마스터의 냄새가 나서 그런지, 녀석은 경계를 조금 풀고 더 가까이 오는 모습이었다. 경계를 풀고 난 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마스터가 정말로 이 녀석을 좋아하는 걸까? 싶은 그런 느낌도 들었고.
낫으로 있을 때 이 녀석의 엄청난 힘도 보아왔으니… 여러가지 면에서 마스터가 좋아할만한 요소만 모여있는 녀석이라는 결론이 나는 듯 했다.
"냄새… 친근하다…"
"뭐, 적어도 이 냄새가 마스터와 연관되어 있다는 걸 증명해줄 순 있겠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녀석은 꽤나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통 저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나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는 뜻인데, 무엇이 궁금할려나. 내가 너에게 궁금한 게 있는 것처럼, 너도 나에게 궁금한 게 있겠지.
"정말… 옵시디언의 무기다…?"
"그럼. 보여줬잖아. 내가 변하는 모습."
"신기하다…"
"마스터 녀석이 열심히 노력해 준 덕분이지-"
나름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랑스럽다는 듯 모습을 보인다. 사실 마스터 녀석이 지금까지 만난 녀석들 중에서 제일 최고이긴 했으니까. 아마 이 녀석도 똑같이 생각하겠지?
"그러고보니, 네 이름이 뭐였더라?"
"플루토! 옵시디언이 그렇게 부른다!"
"아, 그래. 플루토. 그나저나 넌 부럽다- 마스터를 이름으로 부를 수 있어서."
"낫은 안 된다?"
"안 되는 건 아닌데- 자꾸 본능적으로 마스터라고 부르게 되지 뭐야-"
사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오랫동안 누군가를 마스터라고 불러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들 오랫동안 날 잡아두지 못하고 다른 녀석에게 넘겨버렸으니까. 하지만 이번 마스터는 특이하게도 이런 일이 즐거운 듯, 계속해서 나와 함께 다녀주고 있었다.
원래부터 이런 일이 잘 맞았던 걸까? 처음 만났을 땐 그렇게 보이지 않았었는데, 어쩌면 하다보니 재밌어서 계속 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
"무엇이다?"
"혹시 말이야…"
이런 거, 말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 어차피 언젠가 꺼내보고 싶었던 말인데 지금 꺼내는 게 낫겠다- 싶어서 말을 꺼낸다.
"마스터 녀석이 널 막 다루거나 그러진 않지?"
그렇게 질문을 꺼내자 플루토라는 녀석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싱긋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아니다! 옵시디언은 친절하다! 잘 안아주고 쓰다듬어준다!"
"그래…? 그러면 뭐… 다행이고…"
"낫에겐 친절하지 않다?"
"나에게도 친절하긴 한데, 내가 그런 걸 받기 싫어서."
뭐랄까, 마치 나를 깔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해서 말이지. 그렇다고 아주 싫은 건 아니긴 했다. 아마 마스터가 나에게 그런 행동을 한다면 진짜 여러가지 묘한 기분이 들긴 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네. 마스터에게 이런 듬직한 존재가 있어서. 사실 예전부터 많이 불안해보이긴 했는데, 그런 불안한 모습을 안정시켜줄 존재가 있다는 건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행운이겠지.
그래서 그런가, 무언가 부탁같은 걸 하게 되기도 했다.
"저기, 플루토."
"?"
"내가 감히 마스터의 사랑스러운 애인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될 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말이다?"
"…그게…"
살짝 머뭇거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마스터 녀석, 요즘따라 많이 불안해 보이거든. 그러니까 네가 꼭 항상 곁에 있어줬으면 해서."
"걱정하지 마라! 플루토, 항상 옵시디언 곁에 있는다!"
"…믿음직스럽네. 마스터 녀석이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
키득키득 웃어보이자, 플루토라는 녀석도 같이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여러모로 귀여운 부분이 많은 녀석이야.
"항상 마스터 녀석도 그렇게 말하는 것 같지만, 네가 있어서 마스터가 많이 의지하고 믿고 그러는 것 같더라. 그러니까, 너는 우리 마스터 실망시키면 안 된다?"
"실망시키지 않는다! 옵시디언도 플루토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마스터는 약속같은 거 엄청 잘 지키니까, 분명 널 실망시킬 일 없을거야."
지금까지 마스터의 그런 모습을 본 적도 없었으니까. 분명 플루토라는 녀석을, 마스터는 잘 지켜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