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젝트 헤드

[자캐 - 로메로 필라이트 / 키네틱 디바이드] 수국

E / P 2018. 5. 29. 21:21








문득 궁금했던 것.



"로메로 형."

"흠? 무슨 일인가?"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

"너무 이상한 질문만 아니라면 대답해주겠네."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질문을 꺼낸다.



"…좋아하는 꽃. 그나저나 꽃한테 좋아하는 꽃 물어보는 거, 좀 신기한 기분도 들고…"

"푸흐, 재미있구려."



내 질문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기보단,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아마 내가 이런 질문을 꺼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듯.


솔직히 나라고 해도 이런 질문을 받을 일이 있었을까- 싶다.



"일단 장미는 제외하는 게 좋겠구려."

"장미가 장미 좋아하는 게 뭐 어때서-"

"흐흐, 너무 뻔한 대답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가? 어쩌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장미를 제외하자면-…"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로메로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건넸다.



"요즘은 수국이 좋소. 특히 하늘빛의 수국이 좋구려. 

비가 오고난 뒤에 물을 머금은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오."



수국… 기억을 더듬으며 그 모습을 상상해본다.

확실히, 아름다운 꽃이었지.



"…아, 지나가면서 얼핏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아. 확실히 아름다웠지."



하늘빛의 수국이라… 내가 보았던 건 마치 나를 보는 듯한 푸른 수국이었다.



"하늘빛이라면… 내 모습보단 밝은 색이려나."

"흐음…"



로메로는 내 모습을 빤히 바라보더니 곧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아무래도 쉽게 설명하기 좋을 방법을 생각했던 듯.



"키네틱의 얼굴색보단 연하지만, 눈 색깔과 비슷하구려."



그렇게 말하곤 로메로는 싱긋 눈웃음지어 보였다.

웃어보이니, 나도 같이 웃어지는 모습이다.



"…내 눈만큼 심각하게 빛날 정도는 아니겠지?"

"후후, 그 정도까진 아니라네."

"왠지 그냥 꺼내보고 싶었던 이야기일 뿐이야- 그나저나 내 눈 색깔이 수국과 비슷하다는 건-…"



한번 더 나는 로메로를 바라보며 똑같이 눈웃음지었다.



"내 눈에 수국이 담겨있다는 이야기일려나-?"

"푸흐, 농담도 잘 하는구려."

"농담도 할 줄 아는 기계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달까나-"

"수국이 담겨있진 않지만, 마치 빗물을 머금은 수국처럼 깊은 느낌이 드는 것 같소."



그렇게 말해주니까, 왠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지금의 모습.



"내 옆에는 장미가 있고, 나는 수국처럼 깊은 느낌이 드는 기계 하나가 있는 거네."

"허허, 그렇게 생각하오?"

"그래도 역시 장미를 이길 수는 없는 것 같아-"

"식물이 기계를 이길 수 없을 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무슨 소리- 기계는 그저 기계일 뿐이야. 자연에 굴복할 수 밖에 없지."

"지금의 키네틱이 나에게 굴복하는 것 같진 않은 것 같소-"

"로메로 형에게 굴복하긴 싫은걸- 서로 도우며 지내고 싶으니까."

"푸흐, 역시 키네틱다운 말이었소."



…기계가 자연을 이길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도 전혀 가능성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그러고보니, 수국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다음 여행지로 가고 싶은 곳이 문득 떠올랐다.



"연못이나 강이라던지, 바다라던지… 그런 거 보러 가고 싶네."

"물 들어가면 고장나는 거 아니오?"

"…음, 완전 물을 내 몸에 엎어버리는 게 아닌 이상은 괜찮아."

"마침 근처에서 물의 향기가 맡아지는 것 같으니, 조금 들렀다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구려."

"좋아- 잠시 거기 들렀다가 가자."



이참에 방수가 잘 되는지 테스트도 해 보고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