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로/도로로] 괴도 D & 탐정 G
새로운 사건인가. 요즘 떠들썩한 인물이 하나 있는데, 그 녀석이 말썽을 부리고 있어서 요즘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잡으려고 할 때마다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데, 그렇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답답하면서도 더욱 잡아버리고 싶은 욕구가 솟아난다. 잡히면 두고 보라고, 그만큼 복수해줄 테니까.
그 녀석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최근 새로운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는 괴도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예고장을 보낼 때마다 자신을 「괴도 D」 라고 칭하는 녀석인데, 어째서인지 편지에 적혀있는 글을 보고 있으면 괴도보다는 닌자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분명 마지막엔 괴도 D라고 적긴 하지만, 편지의 내용에는 괴도보단 「소인」 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부터 그렇고… 확실히 평범한 괴도인 건 아니라는 듯 소개하는 느낌. 편지니까 일부러 사용하는 것일까, 아니면 진짜 본인이 부를 때 쓰는 호칭인가. 거기까진 아직 알아낸 것이 없다.
어쨌든 오늘도 이 예고장의 장소를 찾아 발을 옮기고 있었다. 항상 보는 밤의 도시의 모습이지만, 오늘따라 조금 다르게 보이는 듯한 느낌. 뭐, 실제로 몇몇 불빛이 다른 색으로 바뀌어 있어서 다른 게 맞긴 하지만 그런 것과는 관련이 없는 조금 색다른 일이 있을 듯한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렇게 어느 곳의 모습이 바뀌었는지 확인하며 예고장에 적혀있던 장소에 도착했다.
정작 도착해보니 그렇게 뭔가 눈에 띄는 건물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건물이 없는 건 아니었고, 시계탑같은 게 앞에 있긴 했지만. 이 시계탑과 그 괴도 녀석이 어떤 관련이 있는걸까…. 이렇게 대놓고 있어도 될까 싶지만, 그 괴도 녀석은 오히려 대놓고 나와 있어야 더욱 흥미가 생기는 듯해서 말이지.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녀석이 예고한 시간이 다가온다.
시계가 정확히 정각을 가리키자, 어디선가 폭죽같은 게 터지기 시작했다. 좋아, 이제 움직여보자고. 그 괴도 녀석의 행방을 찾아서. 폭죽은 순서대로 터지고 있었는데, 이 순서가 알려주는 대로 길을 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때까진 알지 못했다. 이 가는 길에 다른 함정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었을 것이라곤….
길을 걸으면서 옆에 있는 벽에서 펀치같은 게 나오질 않나, 땅에 놓여있는 선물 상자에서 갑자기 뭔가가 튀어나오질 않나… 괴도 잡으러 가다가 오히려 내가 잡힐 판이었지만 이런 거에 놀라고 있을 시간이 아니다. 1분이라도 놓쳤다간 녀석을 뒤쫓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놓쳐버리는 것이니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함정따윈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냥 지나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함정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이젠 적응된 것 같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마치 생일파티에서나 볼 법한 생일상 비슷한 것이 놓여져 있는 평지였다. 뭐냐… 이 어이없는 결과는. 사실 괴도가 대놓고 나를 반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그 것보다 더 어이없는 게 눈앞에 놓여있으니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되나… 싶었다. 그렇게 이 테이블에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빛이 번쩍하는 바람에 잠시 빛을 피하기 위해 눈을 감고 손으로 빛을 가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툭툭 건드리고 있는 것이었다.
빛이 사라지고 이제 눈을 뜰 수 있을 것 같아 눈을 떠보자, 눈 앞에는 자칭 괴도 D가 테이블 뒤에서 나를 향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네 녀석이냐? 그 유명한 괴도 녀석이? 여기서 이렇게 대놓고 나를 반기고 있다니 뭔가 황당하면서도 드디어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게 되어 나름 기쁘긴 했다.
"너냐? 그 괴도가?"
"소인이 괴도로 소문이 난 것이오이까. 의외로 재미있소이다."
"…편지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실제 말투가 그랬을 줄은."
"어쨌든 소인을 쫓아오느라 수고가 많았으니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가는 게 어떻소이까."
"괴도 녀석과 함께 쉬는 시간을 갖자니, 참 어색하겠군."
"소인은 그저 여유를 즐겼을 뿐이오이다."
"고작 여유를 즐기려고 한 주제에 소문까지 나냐."
"뭐, 어쩔 수 없었소이다."
어쩌다가 괴도 녀석과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된 건지에 대해선 알 수 없기도 하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고. 사실 이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굳이 이 괴도 녀석을 잡으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녀야 될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되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내 직업이 이런 걸 하는건데. 나름 말솜씨가 괜찮은 녀석이라서, 괴도가 아니었다면 도우미로 불러내고 싶은 정도였다. 정말 아쉬운 건 그 「괴도」 라는 게 이 녀석을 따라다니고 있었다는 점이지.
괴도 녀석은 그렇게 편하게 계속 이야기를 하다가, 가야 될 시간이 되었는지 자리를 일어서곤 잠시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아마 사무실에 나를 부르는 연락이 엄청나게 쌓여 있겠군. 분명 그 연락 중 대부분은 괴도에 대한 목격담이거나 그렇겠지만.
"소인은 이제 가봐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소이다."
"잠깐. 내가 그렇게 쉽게 보내줄 것 같나?"
"이번엔 특별히 잡힌 걸로 하겠소이다. 그리고, 소인은 그 잡힌 곳에서 탈출한 것이지요."
"혼자 연극같은 건 할 필요 없다고. 이제 내가 데려갈 거니까."
"아쉽지만 그럴 순 없을 것 같소이다. 하지만, 항상 당신의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건 기억하고 있어 주었으면 좋겠소이다."
"…? 그게 무슨…"
괴도 녀석은 의문의 마지막 말을 남기곤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내 주변에서 항상 관찰하고 있다니… 평범한 모습으로 이 곳을 둘러보고 있다는 뜻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