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커뮤

[자캐 - 플루토 / 옵시디언] 180722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

E / P 2018. 7. 22. 23:42






날씨도 더운데 의뢰까지 받으려니 정말 일하기 싫다-


그래도 이번 의뢰도 늘 그렇듯 꽤나 값진 물건을 답례로 주겠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긴 힘들었다구.

이 몸이 이렇게 보여도 의외로 수집가 면모가 있다는 건 주변에서도 나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니까. 가끔은 이런 수집품들을 비싸게 팔아서 플루토에게 좋은 것들을 잔뜩 준비해주기도 하고 말이지. 여러모로 나중에 쓸모가 있는 것들이야.


하늘에는 해가 쨍쨍...하긴 한데 시커먼 구름들이 조금씩 많아지는 기분이다. 날씨도 조금 선선해진 기분이 들고...?

어, 잠깐만...


이렇게 더운데 설마 비가 내리겠어- 라는 생각으로 왔는데, 정말로 비가 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단 말이지.

졸지에 우산 없이 플루토가 있는 곳까지 가게 생겼네.


그래도 뭐, 감기 걸릴 일은 없지 않을까? 날씨도 비오는 날 치곤 나름 따뜻하고 그닥 감기 걸리는 체질도 아니고.

비 맞아도 그닥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는 몸이니까.



생각해보면 우울할 때나 생각이 깊을 때 이렇게 비 맞고 다니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거 없고 그냥 우산을 안 챙겨서 비를 맞는다.

...근데 굳이 급한 것도 없는데 비를 뚫으며 이 빗줄기 사이를 뚫고 가는 나 자신에 대해 조금 의문이 들긴 했다. 이미 늦어서 그렇지...


계속 비 맞으면서 걸어가려니 시야방해가 되는 것도 있고 해서 잠시 무언가가 튀어나와 있어서 비를 막아줄 수 있는 것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서 잠시 비를 피한다. 이렇게 있으면 갑자기 누군가가 와서 우산 하나 주고 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해 보긴 하지만. 그저 꿈같은 이야기겠지-


하지만 꿈같은 이야기는 확률은 낮아도 가끔씩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법이지.



대충 물기를 털어내고 패드를 꺼내서 오늘 완료한 의뢰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무언가 이 쪽으로 오는 듯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냥 지나가는 발걸음 소리겠거니- 했는데, 조금씩 멀어지기보단 오히려 더 가까워지는 느낌.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몸은 의뢰 정리하느라 고개도 안 들어봤지만.



저 발걸음의 주인도 비 피하려고 여기로 오는건가- 싶어서 얼굴이라도 잠시 보고 다시 할 일을 하려고 고개를 살짝 들었는데, 플루토가 우산을 든 채로 이 몸의 눈앞에 있는 모습이었다.


순간적으로 놀라서 패드 떨어뜨릴 뻔했다.



"...어, 플루토?"

"옵시디언 비 많이 맞았나?"

"그렇게 많이까진 아냐-"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플루토는 나를 끌어안고는 우산을 씌워주며 이끌어주듯 걸어가기 시작했다. 굳이 끌어안지 않아도 나 혼자서도 당연히 걸을 수 있지만, 플루토가 이렇게 직접 먼저 해주는 건 오랜만이니까 그저 가만히 있는다.



"이 몸 아직 좀 축축한데, 괜히 끌어안았다가 플루토까지 감기 걸리고 그러는 거 아냐...?"

"플루토 건강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래도 걱정된다구-..."



그래도 플루토가 직접 자기 입으로 괜찮을 거라고 말하니까, 조금은 안심되긴 했지만! 사실 항상 플루토는 건강하긴 했으니 나름 믿음직한 부분이 더 많았다.


플루토는 아무래도 내가 걱정되었는지 자신의 머리에 두르고 있던 천을 풀어서는 수건처럼 내 몸의 젖어있는 부분을 닦아주는 모습이었다.



"에, 정말 괜찮다니깐..."

"조금이라도 닦아주는 게 좋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감기같은 건 안 걸린다구."

"무엇이든지 자신의 생각과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긴... 하지. 항상 확신이라는 걸 할 수는 없는 경우가 있긴 있으니까.

마치, 지금처럼.



아주 예전에, 아마 2년도 더 지났을까... 그 때에도 이렇게 비가 내렸었지. 그 당시엔 내가 플루토에게 먼저 우산을 씌워줬었는데, 이번에는 플루토가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네.

아마 그 때의 기억에 대한 보답일까? 그리고 그 땐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기도 하고.



"예전 기억, 아직 떠올라?"

"언제의 기억 말하나?"

"내가 플루토에게 우산을 씌워줬던 거."

"...! 기억난다!"

"그 때 플루토는 더 이상 차갑지 않다고 했었지... 헤헤."

"그래서 이번엔 플루토가 옵시디언 차갑지 않게 만들어줬다!"

"플루토가 곁에 있으면 언제든 따뜻하지-♪"



비록 따뜻한 게 지금 날씨엔 좀 좋지 않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엔 충분히 따뜻한 게 좋지-♪

그래야 감기도 안 걸리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다음엔 조금이라도 날씨 이상하면 우산 챙기고 다녀야겠네-"

"옵시디언 항상 준비성 좋다!"

"오늘은 예외였지만, 히히."



그래도 오늘처럼 예외가 있어서 나름 즐거운 경험도 쌓고, 그런 일도 있는 법이겠지-♪


플루토가 내 젖은 부분을 닦아주기 위해 풀었던 머리의 천을 조금 말려서 내 머리에 둘둘 말아서 플루토가 항상 두르고 다녔던 것처럼 둘러본다. 플루토는 그런 모습을 보며 싱긋 웃었다.



"옵시디언도 잘 어울린다-♪"

"그냥 술 취한 까마귀처럼 보이는 게 아니고? 헤헷-♪"



나에겐 그냥 술 취한 까마귀처럼 보이는 장식이지만, 플루토에겐 플루토를 상징하는 장식이니까!



"아직 덜 말랐으니까, 나중에 다 마르면 다시 플루토 머리에 둘러줄게-♪"

"알겠다! 잘 보관해야 된다!"

"그럼그럼. 이참에 아예 새로운 천으로 만들어서 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는걸."

"뭐든지 옵시디언이 해주는 것이면 좋다-♪"

"나도 뭐든지 플루토가 해주는 거라면 다 좋아-♪"



진심으로, 플루토가 해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좋고, 기분도 좋아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