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커뮤

[자캐 - 나가가 / 쿠라야미] revolutionary

E / P 2018. 8. 12. 02:29







"소위님. 이제 여기선 더 이상 볼 게 없습니다."

"그래, 그렇게 보이는구나."

"먼저 이동할테니, 잘 따라오시죠."

"걱정 말라고. 이 어둠 속으로 잘 따라갈테니."



그런데 조금 궁금한 게 있다.



"여기서 소위라고 해봤자, 뭐- 크게 의미가 있나?"

"글쎄요, 다른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하긴- 나도 다른 거 생각하긴 귀찮긴 하네-"

"그게 제일 익숙하지 않습니까."



확실히, 이게 제일 익숙하긴 하다. 갑자기 여기서 호칭 바꿔봤자 오히려 더 헷갈리기만 할 것 같고.


이러나 저러나, 지금은 나의 빛과 함께 이것저것 뒤집어버리는 역할을 같이 맡아서 하고 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쌓여있던 불만이 꽤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잔뜩 모조리 바꿔버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말이지…




근데 나는 그렇게 자신의 의지로 모조리 바꿔버리려는 그런 모습이 오히려 흥미롭더라구.


나는 그냥 그대로 묻혀가는 편인데, 바꾸려는 그 의지가 대단하게 느껴져서 왠지 거기에 동참하고 싶달까.




그러고보니, 잠시 무언가 기다릴 게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은밀하게 거래라도 하려는 모양인데, 보아하니 나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엥, 왜?"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같이 있다가 소위님마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나는 숨어있다가 네가 위험하면 나와서 도와달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 정도는, 부탁드려도 되겠죠?"



고개를 끄덕거리며 벽 뒤의 그늘진 곳에 숨어 시간을 기다린다.


그러자 곧 녀석들이 다가온 듯 나의 빛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나의 빛은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피식 웃으며 깔보듯 이야기를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풋, 분수를 알아라."

"뭐라고?"

"고작 그런 걸로 나를 설득하려 하다니, 들을 필요도 없는 이야기군."

"뭐가 어째? 말 다했어?"



나의 빛은 다시 더 깔보듯 목소리를 내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할 얘기는 다 했나? 그게 전부인가?"

"하, 우리들을 어떻게 할 방법이라도 있나?"

"…"



푸흣,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목소리가 이 쪽으로 가까워지는 게 들린다.



"나의 어둠이시여, 뒷처리를 부탁드립니다."



같이 키득키득 웃어보이며 사악한 목소리를 흘려보낸다.



"나의 빛, 그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몇번 슥슥, 그어버리듯 움직이자 녀석들은 언제 그 자리에 있었냐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왜냐하면, 마지막으로 내가 어둠으로 가려버렸으니까. 아마 이 자리에서 녀석들에 대한 흔적은 절대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이 어둠을 걷어낼 강한 빛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역시, 여전히 믿음직하군요."

"어둠은 늘 여전한 모습으로 존재한다구-?"

"이 빛도, 늘 여전한 모습이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내 눈에는 똑같은데-?"



대충 몸에 묻은 녀석들의 흔적을 툴툴 털어내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모습을 취한다.



"이 곳에서의 일은 끝났습니다."

"녀석들을 유인해서 없애려는 게 네 목적이었구나?"

"쓸모없으면, 버려야죠."

"쓸모가 있어도 네가 이용할 것 같지는 않은데- 크크…"

"그렇게 보입니까. 뭐, 어쩌면 그럴수도 있겠죠."



빛은 다른 곳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다음은, 저 곳입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군."

"이 조직들은 전부 연관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멀지 않은 곳에 모여있는 경향이 있죠."

"그렇기에 우리들이야 뭐- 더욱 편한 것 같아서 좋지만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빛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시죠, 나의 어둠이시여."

"그래, 나의 빛."

"모두를 어둠으로 감쌀 준비는, 언제든 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그대의 빛이 모두를 눈멀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이 어둠은 그렇게 믿고 있다구."



자아- 다음 목표를 향해 전진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