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옵시플루] 180828
비가 꽤 많이 내리는 어느 날.
최근에 비 구경 못한지 꽤 된 것 같은데, 오랜만에 시원하게 비가 내려주는 것 같은 기분이야-♪
예전에는 날개가 습해진다고 싫었지만- 요즘은 습해지든 말든 어떻게 돌아다닐 수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니까.
그리고 플루토가 비내리는 날에도 같이 놀자고 할 때가 많으니, 내가 익숙해져야지.
이렇게 비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꽤나 감성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아.
이 몸 혼자 그런 건 아니겠지? 다들 그런 생각 한 번쯤 가져봤을 것 같은데.
가끔씩, 예전의 기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어떨 땐 즐거울 때도 있는데, 또 어떨 땐 이 기억 때문에 괴로울 때도 종종 있어.
떠올리고 싶은 기억이 있지만 떠오르지 않을 때, 그리고 떠올리기 싫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이 있을 때. 정말 엄청나게 짜증나고 그럴 때가 많았거든.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 궁금한 것도 있었지.
만약에 과거를 아예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편할까?
그러니까 플루토처럼, 아예 과거가 완전히 사라져서 과거에 대해 떠올릴 필요가 없게 된다면 굉장히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질까- 라는 고민.
기억상실증 같은 건 기억이 다시 떠오르게 될 테니까, 그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것 같고…
반대로 기억을 아예 잃어버리게 되면 그 기억을 떠올릴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테니까, 의외로 편한 부분이 있을까?
…뭐,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과거를 잃는다는 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근처에서 아직 잠들어있는 플루토를 바라본다.
과거야 어떻든, 지금 이렇게 좋은 존재를 만나서 더 이상 실험에 고통받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플루토에겐 큰 기쁨이겠지.
나에게도 이렇게 든든한, 지켜주고 싶은 존재가 있어서 기쁘고.
그렇게 플루토를 바라보며 싱긋 웃고 있었는데, 조금씩 플루토가 눈을 뜨며 나를 바라보더니 같이 싱긋 웃으며 잠에서 깨는 모습을 보았다.
"잘 잤어?"
"몸이 가벼워졌다-"
"정말 편하게 잤나보네. 날씨가 시원해서 그런 것도 있으려나."
"옵시디언 있으면 언제든 편하다!"
"히히, 그래?"
계속 싱긋 웃으며 서로 바라보다가 플루토가 나에게 다가와서는 그대로 가볍게 나를 들어올리며 껴안듯이 나를 감싸주었다.
"프, 플루토..."
나름 갑작스럽다면 갑작스러운 행동에 살짝 부끄러움이 솟아오르긴 했지만, 이 따뜻함이 좋아서 나도 플루토에게 날개를 뻗어 감싸듯이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플루토가 좀 더 가까이 끌어당겨선 볼을 부빗거리기도 했다.
"플루토는 애교가 많아서, 정말 좋다니깐...♪"
"옵시디언 너무 좋다-♪"
"나도 이렇게 항상 부빗거려주는 플루토가 있어서, 추울 일이 없어서 좋다구-♪"
날씨가 추운 것만이 아닌, 마음이 차가워질 일도 전혀 없었으니까. 항상 외로운 기분이 들지 않게 해주는 플루토가, 정말로 좋았다.
그만큼 플루토도 외로웠기에 그 외로움을 해소할 존재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지.
솔직히 연구원들에게 이런 행동을 보일 확률이 얼마나 될 지, 이런 나도 어느정도 예상이 갈 정도인데.
"플루토."
"무슨 일이다?"
"이렇게 조금 더 있어도 돼...?"
"물론이다!"
"헤헤, 고마워..."
오랜만에 이렇게 따뜻함을 느끼고 있으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뭐,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든 그런 건 무엇이 중요하겠어. 앞으로 있을 지금과 미래를 다시금 만들어나가서 새로운 과거로 남겨두면 되는 거겠지.
적어도 플루토에게, 기분 나쁘고 우울한 과거를 만들어주고 싶지 않으니까.
플루토가 땅에 나를 내려주자마자, 그대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대며 플루토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플루토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똑같이 나의 얼굴에 입술을 맞춰주었다.
서로 한번씩 맞교환한 느낌이야...♪
"항상 곁에 있어줄게, 플루토."
"플루토, 옵시디언 곁에 항상 있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플루토는 꼭 내가 지켜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