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9 - [SP] - [자캐 - 키네로메] 180829 -Type A-
늘 새로운 곳을 찾아 유유히 떠나는 여행.
오늘도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다.
흐음- 여긴, 놀다 가기에 좋은 분위기의 도시인 것 같다. 뭐랄까, 도박같은 걸 즐기다 가기 좋은 느낌도 들고?
우리들은 영 도박에는 취향이 없긴 하지만. 우리들이라기엔- 로메로는 조금 다를수도 있으려나.
근데 로메로도 뭔가 욕심같은 건 없어보여서, 도박은 취향이 아닐 것 같기도. 잃으면 잃고, 얻으면 얻고- 그런 마인드일 것 같아.
"뭐랄까, 우리랑은 영 거리가 먼 도시인 것 같지?"
"…푸흐, 키네틱도 그런 생각을 한 것이오?"
"솔직히 형이 도박과는 그렇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영 그런 것엔 욕심이 없어서 말일세."
"음- 그럼 잠시만."
기계라서 나름 좋은 장점은, 홀로그램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 정도? 즉, 언제든 원하는 정보를 바로 찾아낼 수 있다는 점.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여행하면서 도시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 정말 편하더라구. 직접 알아내는 것도 여행의 재미이겠지만, 이렇게 영 딴판인 도시일 때는 검색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진 않지.
이것저것 찾아본 결과, 이건 꽤 우리들에게도 흥미로울 것 같은 정보를 찾았다.
"보다시피 여기가 놀기 좋은 도시처럼 보이잖아. 그래서 그런지 술도 다양하게 있는 것 같네."
"호오, 술이라."
"…술 좋아하나?"
"가끔씩 분위기를 즐길 겸 마시곤 하는데, 키네틱은 어떤가?"
"나도 마시라면 마실 수는 있지."
"…기계인데도 말이오?"
"…기계라고 못 마신다는 법도 없잖아? 애초에 내가 평범한 기계는 아닌 거, 형도 잘 알고 있을테고."
"허허, 그렇긴 하오. 한편으론 조금 궁금하기도 하군."
"어떤 거? 내가 취한 거?"
"그것도 그렇고, 취했을 때 다양한 변화가 궁금하네."
"뭐, 직접 보면 알겠지."
그냥 가기엔 아쉬우니까, 간단하게 술이라도 마신 다음 여기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다시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술이라, 몸이 잘 받아줄 지 모르겠네.
검색했을 때 나왔던 곳으로 들어가서 여러가지 술들을 바라본다. 정말, 엄청나게 다양한 술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느낌이다.
이런 곳 아니면 돈 쓸 일이 어디 있겠어- 하는 마음에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술들은 잔뜩 모아놓는다.
"정말 이렇게 많이 마셔도 괜찮은 것이오?"
"내 걱정은 마시고- 어차피 마셔보고 싶은 걸 다 모아놓은 거 뿐이니까, 전부 마시겠다- 라는 생각은 없어."
"아깝지 않소…?"
"아까울 일이 뭐 있겠어- 지금까지 병기로 일하면서 얻은 것들은 이러려고 쓰는거지."
"흐음-…"
술들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로메로는 어떻게 술을 마시지? 설마…
"형."
"이번엔 무슨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나?"
"혹시 술 마실 때 덩쿨로 빨아당기듯 마셔…?"
"내가 물 마시듯 그렇게 마신다고 생각하면 편하다네."
"…세상에."
"그러는 키네틱은… 도대체 어떻게 마시는겐가…?"
"나? 그냥… 목 부분에 들이부으면 되는데."
"…그것도 이상하게 느껴질 것 같다만."
"덩쿨로 빨아먹는거나, 목 부분에 들이붓는거나 남들이 보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뭐, 이런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술이나 마시자고.
처음에는 정석에 걸맞게 나름대로 분위기에 맞춰서 한 잔씩 마시는데, 누군가와 함께 마시니까 꽤 잘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오랜만에 마시는 거라서 예전 감각은 다 잊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뭐랄까, 형과 같이 마시니까 뭔가 더 잘 들어가는 느낌이야."
"허허, 그렇소? 그렇다면 다행이구려."
"형은 좀 어때?"
"뭐- 그럭저럭 마실만한 것 같소."
"나쁘진 않아서 다행이랄까-"
…흠, 뭐야?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술이 강했지?
그리고 이 형씨는 술꾼이었던 건가? 엄청나게 빨아마시는데. 술이 고팠던 거 아냐?
"어휴, 그동안 술 못 마셔서 폭발이라도 한 건가?"
"…푸흐, 자네도 술이 들어가니 뭔가 말투가 달라지는구만."
"…뭐래."
내 말투가 달라졌다고? 어느 부분이? 술에 취했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또다른 인격이라도 만나고 오셨나?
뭐, 지금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저러다가 사고라도 치겠어. 얼마나 취하면 저럴까.
"그래서, 충분히 마셨나? 형씨?"
"이 정도면… 충분히 마신 것 같구려…"
"그럼 더 취하기 전에 다른 곳으로 가기나 하자고."
그러면서 형씨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벌써부터 비틀거린다.
역시나. 몸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마셨구만. 내가 없었으면 어떤 상황이 되었을지, 굳이 깊게 상상하지 않아도 떠오르는군.
자, 특별히 내가 부축해 줄 테니까. 얼른 가자고. 더 사고치기 전에.
밤하늘이 참 좋구만. 사실 별 보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이렇게 좋은 날에 잔뜩 술이나 취해서는 말썽이나 부리지 않을까 걱정이나 하고 있고, 이것 참…
뭐, 이것도 나름 좋은 기억이라면 좋은 기억인가? 아마도?
대충 편하게 앉을 수 있을만한 곳에서 일단 형씨 먼저 앉혀보고, 그 다음으로 내가 앉는다.
지금 나보다 더 취한 건 이 형씨니까.
"뭐, 좀 정신은 차릴 수 있을 것 같나?"
"지금은… 좀 무리같군…"
"그러니까 좀 충분히 마시라고. 그렇게 많이 마셔서야 원."
"한 번 맛보면 끝까지 봐야될 것 아닌가. 후후…"
"끝을 보다가 끝장나는 수가 있어요, 이 형씨야."
정말로 끝장날 것 같진 않은 몸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걱정해주는 말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떠오른 게 이거였다고.
그나마 내가 해줄 수 있는 말 중에서 그나마 예의가 가득-한 말이랄까.
"그래도 끝장나기 전에 나라도 있어서 다행이구만."
"자네는… 참 재미있는 친구일세…"
"한두번 보는 것도 아니잖아? 앞으로 더 재미있는 모습들이 많을걸?"
"푸흐, 기대되는군…"
"기대하는 건 좋은데, 일단 술이나 좀 깨셔, 형씨. 잠을 자던가. 그런 방식으로."
이제 잠을 잘려나- 싶은 생각에 바라보다가 갑자기 덩쿨을 뻗더니 그대로 하나하나 나를 감싸는 모습이 보였다.
"…어이, 형씨?"
그대로 덩쿨에 완전히 감싸여져선 형씨 쪽으로 끌려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뭐야, 신개념 포옹인가?
"이런 포옹도 있나? 허, 참나. 별 게 다 있네."
"…이렇게 있어도, 불편하진 않은가…?"
"불편은 무슨. 이렇게 있어서 술 빨리 깨면 나야 좋지."
그래야 내가 편해지니까. 너무 이기적인가? 엄연히 나도 술 마신 상태인데 이런 말 하면?
뭐 어때. 일단 술이나 빨리 깨는 게 우선이지.
"나 먼저 잘까, 형씨? 아니면 그쪽 먼저 자는 게 낫냐?"
"…"
뭐야, 벌써 잠들었어? 역시 술을 잔뜩 마셔서 졸음도 빠르게 온 거구만.
"…푸흣, 재미있는 형씨. 오늘 모습은 잘 봤어."
나름 형씨가 술에 강한 편인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많이 마시게 냅두진 않아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