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 키네로메 w. 코지카타] 181003
“이참에 나의 마스터 얼굴이라도 보고 가는 게 어떻겠냐.”
“...정말 그렇게 해도 될까요?”
“물론이지. 본받고 싶다는데 얼굴도 안 보고 본받으면 그건 좀 이상하잖아.”
“그러면... 조금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선배님.”
“실례는 무슨. 얼른 가자고.”
코지카타와 함께 마스터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이동한다. 시간은 아직 조금 여유롭지만 가끔은 먼저 가서 마스터를 기다리는 것도 마냥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아직 마스터는 도착하지 않았고 그래서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마스터를 기다린다.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눈을 더욱 크게 뜨는듯한 코지카타.
“조금만 기다리자고. 우리가 좀 일찍 왔네...”
“괜찮습니다. 원래 기다림은 있는 법이니까요.”
그렇게 조금 기다리자, 저멀리 장미 하나가 이 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이 곳에서 걸어다니는 장미는 당연히 마스터밖에 없겠지.
“먼저 와있었나. 늦어서 미안하구려.”
“하나도 안 늦었는걸.”
“흠? 그나저나 옆에 있는 존재는...”
마스터가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자 코지카타는 공손하게 한 손으로는 모자를 잡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뭐랄까, 평범한 인사라기보단 마치 집사의 인사같은 그런 느낌도 들었다. 뭐, 말로 설명하기 애매한 느낌이네. 어쨌든 공손한 느낌은 평범한 인사와 똑같았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코지카타 스트로프라고 합니다.”
“반갑네, 로메로라고 불러주시게나. 키네틱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겐가?”
“제 선배님입니다.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었죠.”
“아, 자네가 그 키네틱이 말한 과거의 두 존재 중 하나였던 건가.”
“그렇습니다. 여러모로 선배님에게 신세를 많이 지곤 했었죠.”
“...코지카타는 이렇게 신세지고 지냈다는 걸 아는데 나머지 한 녀석은...”
“케테르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저 돌려말할 뿐...”
마스터는 그런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싱긋 웃었다. 그러면서도 코지카타와 나의 모자에 붙어있는 나비를 보며 살짝 놀라는 모양새이기도 했다.
“흐음, 나비가 있군.”
“아, 네. 이 곳에 오면서 우연히 저희들의 눈 위에 앉았던 나비들입니다.”
“그렇구만. 코지카타라고 했던가?”
“네.”
“더 많은 나비들을 보고싶지 않나?”
“...! 알고 계시는 겁니까?”
“푸흐. 장미인데, 설마 모를리가 있겠나.”
“그렇다면... 더 많은 나비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라네. 키네틱, 그대도 가겠는가?”
“...당연하지. 마스터가 보여주는 모습은 나를 깨닫게 하니까.”
마스터는 발걸음을 옮겨 조금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깊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체감이 될 정도로 꽤나 더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러다가 못 나가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마스터가 그렇게 단순하게 이렇게 깊게 들어온 게 아닐 테니까 괜찮겠지.
마스터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 손짓을 하더니 다양한 종류들의 나비들이 이 곳을 향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나비 이외의 다른 곤충들도 잔뜩 날아왔지만.
“...?”
“아, 그러고보니 나비 이외의 다른 곤충도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구려.”
“가, 갑자기 이렇게 다양하게 날아오면...”
벌이라던지, 그런 곤충들도 날아와서는 우리들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모습이었는데 사실 나는 그 모습에서 조금 흠칫거렸다.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싶어서...
그에 비해 마스터와 코지카타는 굉장히 태연한 모습이었지만. 특히 코지카타가 태연할 거라곤... 뭐, 조금 예상은 할 수 있겠다.
“호오, 코지카타 자네는 굉장히 익숙해보이는 모습이군.”
“익숙하다기보단, 빠르게 적응했다고 말할 수 있겠군요.”
“키네틱처럼 당황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보구려. 허허...”
따로 반박이라도 해보려다가 이미 다 들켜버려서 그냥 가만히 있다가, 문득 궁금해진 것.
“그나저나... 코지카타에게 조금 궁금한 게 있는데.”
“무엇입니까?”
코지카타의 커다란 눈을 가리켰다.
“...혹시라도 벌같은 녀석들이 네 눈에 앉아서 쏘기라도 하면 어떡하냐?”
“그럴...수도 있겠군...”
“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코지카타는 자신의 눈 앞에서 살짝 손으로 허공을 쓸어내리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보니 그 손짓을 취하기 전부터 곤충들은 근처를 맴돌기만 했을 뿐 눈에 직접 앉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장막같은 것이 있으니까요.”
“하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룰 수 있으니 그런 것도 이상하지만은 않겠네.”
“코지카타 자네가 다루는 것이 무엇인가?”
“저는 다른 존재들의 절망을 다룹니다. 절망을 저의 힘으로 만들고, 그 존재의 절망을 지워주는 것이 제 능력이지요.”
“나름대로... 인상적인 능력이군.”
“이렇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이 능력을 다루고 싶습니다.”
내가 과거에 같이 지냈던 두 녀석은 각각의 능력이 있었다. 코지카타는 절망을 흡수하여 자신의 힘으로 다루는 능력, 케테르는 희망을 흡수하여 자신의 힘으로 다루는 능력.
그에 비하면 나는 그냥 기계 하나였겠지. 뭐, 염동력을 쓸 수는 있겠지만 두 녀석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어떤 존재에게 영향을 주는 능력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나를 선배라고 말해주던 두 녀석이 참 고마웠다. 나는 ‘에이, 무슨 선배야...’ 라고 하면서 편하게 부르라고 했지만 그래도 두 녀석들에겐 선배라는 호칭이 익숙하게 느껴지나보다.
“그러고보니, 로메로님에게선 좋은 향기가 납니다. 역시 장미라서 그런 걸까요?”
“후후, 그렇기에 이렇게 많은 곤충들이 날아오는 것이 아니겠나.”
“그 향기에 곤충이 아닌 다른 거대한 무언가도 같이 다가왔네요.”
“...나?”
“하핫, 정답입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만...”
“너무 거대해서 처음엔 좀 놀랐다네-”
“그런...가? 그렇겠지...? 좀 놀라긴 했겠지?”
“지금은 익숙해졌으니 뭐 어떻습니까- 과거엔 그랬다는 것이겠죠-”
“푸흐, 코지카타 자네의 말대로 지금은 소중한 존재이니.”
“그리고 나에게도 세상 어디에도 없을 제일 소중한 마스터이니까.”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니 살짝 눈웃음이 지어졌다. 꽤 오랜 시간이라면 오랜 시간동안 마스터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기 위해 노력했던 것에 대한 결실을 맺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뿌듯하기도 했었다.
내가 마스터에게 영원히 서로 곁에 남고싶은 그런 존재로 기억되었다는 것이, 너무 기뻐서.
“지금 우리들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아름답고 멋진 곤충들처럼, 로메로님의 주변에 항상 선배님이 있기를 이 코지카타가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걱정 마. 마스터는 내가 끝까지 지켜낼거야.”
“보게나. 이렇게 든든한 키네틱이 있으니 걱정할 일이 있겠는가?”
“하하, 역시 최고의 조합이네요.”
언제든 이 키네틱 디바이드에게 맡겨줘. 무엇이든지 마스터의 명령을 따를 테니까. 명령을 기다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