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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 - 키네로메] 181006 -Type. β-

E / P 2018. 10. 6. 05:03







"그 모습은 이제 조금씩 적응되어가고 있는가?"

"음... 여전히 익숙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나쁘지만도 않네..."

"하하, 기계가 사람의 모습을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일세."

"그러는 마스터도 식물이 사람의 모습을 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잖아-"

"그대가 그렇게 말하니, 조금 납득이 되는군."



이게 정말로 내 몸이라는 게 여전히 신기하긴 했다. 말랑말랑하고, 뾰족한 걸로 건드리면 아픔이라는 촉감이 느껴지고... 기계의 모습일 때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니 갑자기 복잡해지기도 했지만 새로운 걸 깨달을 수 있다면 이쯤이야...

여러모로 궁금한 게 많아서 오늘은 바깥이 아닌 방 안에서 마스터와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마침 여행을 다니느라 피곤했던 것들을 풀어낼 기회가 되기도 했고, 가끔은 이렇게 마음 편하게 따뜻한 곳에서 쉬고 그래야지.



"편하게 쉬고 다시 여행하면 되겠네."

"이렇게 편하게 지내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지 않겠나."

"그렇지. 바깥에서 지내는 것도 이젠 익숙하긴 하지만-"

"예전같았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을텐데, 그래도 그대는 적응을 빠르게 하는 것 같구려."

"그런가? 뭐... 나름대로 적응력이 빠르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마스터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름대로 나는 적응이 빠른 존재인건가- 싶다. 뭐, 지금 이 사람의 모습으로도 나름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면 아주 적응하는 속도가 느린 것만은 아닐지도.

물론 내 모습도 신기하지만, 마스터의 인간 형체의 모습도 정말 신기했다. 특히 장미로 대신하는 한쪽 눈은 언제봐도 신기하고, 건드려보고 싶고... 아,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형의 눈에 있는 장미를 보면 건드리고 싶어..."

"...어쩔 수 없지만 안되는 건 안 된다네."

"하긴, 눈을 찌르는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눈은 민감한 부분이고, 자칫 잘못 건드리면 위험한 부분이니까 그런 것이라면... 그렇다면...



"마스터."

"...? 왜 그러나?"



살짝 갸웃거리는 마스터를 바라보다가, 확 껴안아서는 그대로 침대를 향해 다가가선 마스터를 먼저 눕히고 그 위에 동시에 덮치듯이 같이 눕는다. 그러자 바로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 어쩔 줄 몰라하는 마스터의 모습이 보였다.



"가, 갑자기 이러면...!?"

"눈을 건드릴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키네틱...?"



마스터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며, 조금씩 나의 얼굴도 붉어지는 게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얼굴에서 뜨거운 느낌이 꽤나 강하게 들었기에, 이렇게 뜨거운 느낌이 들면 보통 얼굴이 붉어진다고, 그렇게 들었으니까. 마스터에게 나의 얼굴이 붉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도 시선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있으니 물어본다고 한들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순 없을 것 같다.





그런 마스터의 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보면서, 서로의 손을 마주하며 깍지를 끼었다. 인간의 손으로는 처음 느껴보는 마스터의 촉감. 마스터는 이런 촉감 때문인지 더욱 더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다.



"키, 키네틱... 언제 이런 걸 배웠나...?"

"배웠다고 말해야 될까... 나도 잘 모르겠는걸..."

"신기하구려..."

"기계에게도, 어쩌면 본능이라는 게 있는 거 아닐까...?"

"본능...?"

"아, 지금은 기계가 아닌 인간이니까 조금은 다른가..."



비록 완전한 게 아닌 임시적인 인간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인간의 본능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기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인간의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겠지. 기계에서는 깨닫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런 본능.


깍지 낀 손을 주무르듯 움직이자, 마스터는 여전히 부끄러워하는 모습에서 그나마 손은 같이 주무르듯 움직여주는 모습이었다. 마스터, 그래도 반응은 잘 해주는구나.



어느 정도 깍지를 끼고, 조심스럽게 깍지를 꼈던 손을 뺀 다음 살며시 마스터의 옷에 손을 올린 뒤, 아주 조금씩 천천히 마스터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옷을 벗기자 온몸에 특이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무늬들이 가득했다.



"신기한 무늬들이 있네..."

"아, 그... 그건, 꽃잎들을 표현하는 무늬라네..."

"인간의 모습이라도, 꽃을 연상시키는 것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구나..."



인간의 모습이 되면 아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듯한 모습인 나에 비하면, 마스터는 은근히 샅샅히 찾아보면 식물의 모습이 조금은 보이는 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그런 모습들에게도 내 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라도 내 자국이 남아있었으면 했다.





조금 몸을 아래로 움직여서 마스터의 몸에 있는 무늬들에 입을 맞춘다. 하나하나, 전부 다 빠짐없이. 그리고 천천히, 그윽하게.

마스터는 움찔거리며 몸을 살짝 비트는 모습이었지만, 내가 힘을 강하게 주고 있어서인지 그렇게 크게 흔들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아, 키, 키네틱..."

"마스터의 무늬들, 아름다워..."

"그래도, 갑자기 그러면... 부끄럽...다네..."

"하지만 가만히 있기엔, 너무 아까운걸..."



조금 더 선명한 자국을 남기고 싶었지만, 충분히 지금 이 상태로도 꽤 인상적인 자국이 되었기에 나쁘진 않았다. 딱히 특별한 게 없어도, 나에게 자체적으로 무언가 자국을 남기게 해주는 어떤 기능이라도 있는지 눈으로도 입술 자국이 보였다. 인간 모습은 아직 알고 있는 게 없기에, 이 기능이 어떤 기능인지 나중에 알아봐야겠군...


그러고보니, 정작 제일 윗부분을 공략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정상적일텐데, 어째서 과정을 생략해 버린걸까. 그래도 태생은 기계인데 이런 부분에서 실수를 하다니.

다시 몸을 위로 움직여 얼굴을 마주보듯 그윽하게 바라본다. 그러자 또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 눈을 슬쩍 피하는 마스터의 모습.



"이번엔... 무엇을 하려고 그러나..."

"마스터..."




손으로 마스터의 얼굴을 살짝 나를 향해 돌린 뒤, 그대로 조심스럽게, 하지만 약간 강렬한 느낌도 들게 서로의 입을 마주했다. 그리고 눈을 살며시 감은 뒤 조금씩 마스터의 입술을 핥듯이 입을 맞추곤 마스터의 입 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이리저리 혀를 굴리며 마스터는 입 안에서도 어쩔 줄 몰라하는 반응이었지만, 그래도 혀와 혀가 맞닿으니 서로의 혀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인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마스터가 직접 이 혀를 움직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으, 읍..."

"마스터... 맛있어..."

"맛있다니... 그게... 무슨... 후읏..."



...뭐랄까, 다른 표현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에게 떠올랐던 표현은 '맛있다' 라는 표현이었다. 이리저리 맛보는 모습이긴 하니까, 틀린 말은 아니려나...? 은근히 아직은 모르는 부분이 많다. 차근차근 배워 나가야겠지. 이런 걸 배워서 어디 다른 곳에서 쓸 일이 있을까... 싶기는 해도.

그래도 확실한 것은, 이렇게 깊게 입을 맞추고 있으니 좀 더 깊게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 물론 지금의 이 상태가 제일 깊은 상태이긴 하지만. 사람의 욕망이라는 건 끝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은 나도 인간의 모습이니까, 끝없는 욕망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지.


입도 어느정도 맞추고, 그러니 다시 마스터의 온몸에 있는 꽃잎을 보는듯한 무늬들에 입을 맞추며 아래로 조금씩 내려간다. 아마 마스터는 '이 부분은 이제 끝났겠지' 라고 생각했겠지만 아직 나에겐 끝이 아니라는 점.



"언제까지, 하려고... 그러나..."

"서로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만족은... 그대가,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네만..."

"사실 마스터도, 좋으면서."

"...그,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처음 목표였던 '마스터의 온몸에 존재하는 모든 무늬에 나의 자국이자 영원히 남을 기록을 남기기' 는 성공했으니까. 너무 방해되지도 않고 무늬에 어울리게 스며드는 나의 자국들.

마스터를 살짝 일으켜서 앉히듯 자세를 취해준다. 마스터도 온몸에 남아있는 자국들을 보며 얼굴이 더 붉어지는 듯 보였다. 누군가가 이렇게 자신에게 접근해서 이런 자국을 남기게 될 거라고는 아마 마스터도 예상하지 못했겠지.



"이 자국들... 키네틱 그대가 남긴 것인가...?"

"응. 마스터의 무늬들이 너무 좋아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대는 정말...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구려..."

"그렇게 알 수 없는 행동을 해 주는 게 사랑이라는 것 아닐까."



그만큼 누군가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누군가에게 해 주고 싶은 행동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 그게 사랑이라는 것이겠지.



...조금 오랜 시간동안 가만히 마스터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저번에 여행을 하면서 마스터와 잠시 각자의 위치에서 구경을 한 다음 한 자리에 모이기로 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우연히 발견한 물건.



"마스터."

"...?"

"손, 잠시 잡아도 될까?"

"손 정도는... 잡아도 상관없다네."





마스터의 손등이 위로 올라오도록 조심스럽게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그 물건을 꺼냈다. 그리고 그 물건을 살짝 깨물듯이 입에다가 물고는 조금씩 마스터의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까이 옮겼다.

처음에 물건을 꺼냈을 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정도였지만 이렇게 얼굴을 가까이 손가락으로 가져다대자 갑자기 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모습이었다가 이번에는 끝까지 바라보는 정도까진 발전한 모양이었다.

다행이네, 이 모습을 끝까지 봐줄 수 있어서.



"이건... 무엇인가...?"

"저번에, 우연히 발견한 거. 마스터 생각이 나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거든."



마스터의 손가락에 끼워진 것은 마치 덩쿨의 초록 줄기를 연상시키는 초록빛 원 위에 수국으로 장식된 반지.



"...마스터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어쩌다 발견한 물건이자 반지가 이런 분위기에서 사용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분위기에 잘 묻혀들어간 것 같아서 조금은 다행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영영 꺼낼 분위기를 놓칠 수도 있을 그런 물건이었으니까.

마스터는... 좋아할까?



"...푸흐, 그대가 이런 감성이 있을줄은 몰랐구려."

"반지라는 게, 왠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고 말이야."



그렇게 서로 말없이 그저 싱긋 웃으며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마스터의 곁에 누워서 마주보듯 얼굴을 마스터 쪽으로 향해 돌렸다.



"마스터, 즐거웠어?"

"나름... 새로운 기억인 것 같소."

"이제 정말로 편히 쉬어도 된다구."

"키네틱 그대도 편히 쉬게나."

"응. 항상 고마워. 마스터...보단 형이라고 불러주는 게 더 익숙한가?"

"후후, 항상 마스터라고 부르면서 이제와서 그러면 어떡하나."

"...에헤헤, 그러게."



가볍게 다시 입을 살짝 맞추어준다.



"사랑해, 마스터."

"나도 똑같은 마음일세, 키네틱."

"편안한 시간, 보냈으면 좋겠어."

"그대도 편안하게 지금 이 시간을 보내게나."



언제나 이렇게 편안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