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플루] 181104
오랜만에 정말 푹 잔 것 같다! 몸이 이렇게 가벼운 걸 느끼는 게 얼마만인지- 그동안 밤 새는 일이 워낙 많아서 말이야.
오늘은 아무래도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게다가 오늘은 간단한 의뢰들만 있으니까!
"끄으으-"
...그나저나 책상에 그대로 엎어져서 잠들었구나. 그런데도 이렇게 몸이 가볍게 느껴지다니.
정말로 그동안 많이 피곤했나보다. 그나마 어제는 일찍 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래서 이런 자세였는데도 피로가 많이 풀린 것이 아닐까 싶다.
뭔가 따뜻하다고 느껴졌었는데, 플루토도 옆에서 같이 있어줬구나? 같이 이야기라도 해줬어야 했는데, 조금 미안한걸.
플루토는 부스스한 내 모습을 바라보며 싱긋 웃다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옵시디언, 잘 잤어?"
"응! 오늘따라 몸이 더 가벼운 것 같아."
"다행이네! 많이 피곤해 보였는데..."
"플루토가 곁에 있어줬기에 그런 거일수도 있구...!"
가볍게 꼬오옥 껴안아준다. 내가 기절잠에 빠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옆에 있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플루토를 보고 있으면 정말 든든한 기운이 느껴져서 안심이 된다. 그 어떤 걱정이 있어도 플루토의 곁에만 있으면 마치 눈이 녹듯이 그런 걱정들이 사라지는 기분도 들었다.
만병통치약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플루토라고 나는 자신있게 답할 수 있겠지.
"오늘도 의뢰, 가는 거야?"
"그래야지- 왠지 오늘의 느낌은 조금 괜찮기도 하고!"
"항상 조심해야 돼!"
"그럼그럼, 물론이지! 이렇게 플루토가 걱정해주는데 어떻게 다칠 수 있겠어?"
싱긋 웃으며 걱정을 덜어주는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미소를 짓다가 조금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혼자서 의뢰를 해결하는 것보단, 적어도 곁에서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더욱 빨리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오늘의 의뢰는 더 추가되지 않고 정해져있으니 말이지.
그리고 간단한 의뢰들이니까... 그래도 강제로 끌어들이기는 싫어할 테니 의견을 물어보도록 할까.
"아, 플루토."
"응?"
"오늘은 간단한 의뢰들만 있는데, 플루토도 같이 해 볼래?"
"내가... 제대로 도와줄 수 있을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걸! 어때?"
플루토는 조금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곧 밝은 표정을 보이며 팔짱을 끼듯이 나의 팔을 끌어당기곤 자세를 취했다.
"오늘은, 옵시디언과 함께 갈래!"
"헤헤, 좋아! 빨리 끝내고 빨리 되돌아오자구!"
"인원 많으면, 더 빨리 돌아올 수 있는거야?"
"그만큼 맡아주는 인원이 많아지면 분담할 수 있어지니까!"
"얼른 끝내고, 다시 쉬자...!"
일단 잠시 뒷정리를 마저 끝내고, 이제 다 됐으니 플루토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어디, 의뢰를 받은 쪽이- 아, 게다가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었다.
정말 오늘따라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니까. 받는 의뢰만 간단하다면 평소보다 더 일찍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디, 이 몸의 운을 믿어볼까.
발걸음을 옮긴 뒤 의뢰를 받는다. 음, 그냥 물건 이것저것 몇 개 옮겨주는 정도밖에 안 되네. 혼자였다면 시간이 꽤 걸렸겠지만, 지금은 플루토가 있으니까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간단한 의뢰밖에 없군-♪"
"무엇을 하면 될까...?"
"그냥 물건 조금 옮겨주는 것만 하면 된다구- 히히."
"간단하네...!"
"일단 힘을 써야되는 건 맞으니까, 점심이나 먹자구!"
오늘 의뢰를 조금 늦게 잡은 것도 어쩌면 신의 한 수였을지도 모르겠다. 거의 정오에 가까운 시간에 의뢰를 잡아두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바로 밥도 먹고, 예상하던 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 플루토도 마침 배고파하는 것 같았고.
뭘 먹을까! 이렇게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떠오르는 걸 모두 사서 먹는 게 낫겠지! 먹고 싶었던 것들을 잔뜩 사서 넓은 곳에 자리잡는다.
플루토는 이렇게 많은 음식의 양을 보며 놀라면서도 눈이 번쩍- 뜨인 모습이다.
"전부 다 먹을 수 있어...?"
"남으면 나중에 먹으면 되니깐!"
"많이 먹어도 돼...?"
"당연하지! 우리 플루토가 있어서 특별히 더 많이 사온 거니까-♪"
"많이 먹고 힘 많이 쓸게!"
"이 몸도 똑같이 힘 많이 쓸 거니까 너무 부담갖지 말라구- 에헤헷."
적당하게... 아니, 평소보단 상당히 많이 포만감도 채웠고- 이제 물건이나 조금 옮겨주도록 할까! 설마 우리들한테 엄청나게 무거운 걸 시키겠어?
역시 예상했던 대로 옮겨야 될 양은 많지만, 내용물들은 전부 다 가벼운 것들이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평소보다 더 빨리 끝날 수 있지.
플루토도 물건들이 몇 개 들어보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이거 맞아?"
"응! 너무 가벼워서 의문인거지?"
"무거운 것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벼운 거라곤 생각 못 했어."
"뭐 어때! 우리들한텐 좋은 일이니깐!"
"그렇지? 그럼, 빨리 끝내보도록 할까."
"얼마 걸리지도 않겠네-"
워낙 물건들이 가벼운지라, 이 몸의 키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물건을 쌓은 상태로 움직여도 별 무리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물건을 쌓아서 움직이는데, 플루토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 몸의 몇 배는 더 쌓아서 옮기는 모습이었다. 역시 힘은 플루토가 최고라니깐.
혼자서 하다가 이렇게 플루토가 같이 있어줘서 그런지, 벌써 남은 양이 눈으로 보일 정도로 꽤 많이 물건들이 옮겨졌다.
반복적인 일이다보니,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중간에 휴식은 취해주고 그래야지.
"간단한 일이네..."
"오늘따라 운이 좋은걸- 이러다가 다음에 운이 너무 나빠지는 거 아닌가 걱정될 정도야-♪"
"하하, 걱정 마. 옵시디언은 항상 좋은 운을 가지고 있으니까."
"플루토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이 몸이 정말 행운을 가지고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잖아- 히히."
정말로 내가 운이 좋은 까마귀일까? 사실 플루토가 운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걸 일부러 나에게 운이 좋다고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예전의 나에겐 운이라는 건 꿈도 꿀 수 없을 정도였는데 말이지. 플루토도 아마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고. 어쩌면 둘의 불운을 극복해내라는 의미에서 어딘가에서 우리들에게 행운을 만들어준 것 아닐까.
"그래도 확실한 건, 플루토를 만나고 행복해졌어...!"
"나도, 옵시디언을 만나고 행복해졌지."
"어쩌면 영영 불운하게 지낼수도 있었던 우리 둘이지만, 그런 둘이 만나게 되니 행복해지는 게 내심 신기해."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어서- 일거야."
"아마 그럴수도.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니까."
서로 의지하고 싶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느꼈었겠지. 일단 나는... 확실하게 느꼈었으니까. 플루토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
그렇게 계속해서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직 의뢰가 남아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아직 일이 남았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얼른 끝내자, 옵시디언!"
"그래! 그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구!"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 덕분인지, 방금 전보다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면 적당한 휴식을 취한 덕분인가? 뭐, 어떻게 된 것이든 상관은 없지! 빨리 끝낼 수만 있다면야!
플루토가 더욱 힘을 내 준 덕분에, 의뢰는 평소보다 더 일찍 끝났다.
자, 의뢰를 요구한 인물에게 가서 다 끝냈다고 이야기도 했고, 의뢰인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의뢰인에게서 댓가를 받자, 이제서야 확실히 자유가 된 기분이라서 짜릿해졌다!
"와아-!"
"정말 빠르게 끝났네...!"
"플루토가 마지막에 힘을 많이 내 줘서 더 빨리 끝낼 수 있었어. 헤헷... 수고했어!"
"옵시디언도 고생 많았어!"
"이제 다시 갈까?"
"응!"
플루토가 오늘 정말 많이 고생해 주었으니까, 가면서 맛있는 것도 잔뜩 사서 가야지. 오후에 먹었던 것들 중에서 아직 한 입도 건드리지 않은 것도 있어서 그것도 같이 챙겼고.
이번에는 플루토의 입맛에 잘 맞는 걸 사 주고 싶으니까, 플루토에게 좋아하는 걸 물어보면서 움직여야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플루토가 항상 좋아하는 것만 챙겨주고 싶고, 좋아하는 것만 겪게 해주고 싶은 건 여전하다.
내 힘이 되는 한,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상관없이 그 생각은 계속 끝까지 유지할 것이다. 항상 좋은 것만 보고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 마음이 전해졌으면 하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응! 배부를 것 같아...!"
"어제처럼 갑자기 잠들어도 이해해 달라구-♪"
"하하, 오늘은 나도 갑자기 잠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피곤하지? 일은 간단했지만 말이야-"
"움직인 건 사실이니까."
돌아가면, 일단 플루토부터 피곤함을 풀어줘야겠어. 이 몸은 어제 플루토가 충분히 뒷일을 담당해 주었으니, 오늘은 내 차례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