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쉬핏 w. 악가가] 181120 -Anonymous-
"...하여간, 나서는 것도 적당히 나서란 말이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지 않았습니까!"
"재미는 무슨. 치료나 제대로 받고 이야기해라."
"이 정도는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요!"
"그렇게 말하면서 표정 찡그려지는 거 다 보인다."
"허어, 저는 가면을 쓰고 있는데 제 표정이 보이신다니 역시 같은 가면파는 통하는 게 있나봅니다-?"
"..."
가끔 이렇게 보스랑 서로 농담도 하고 그러면 재미있고 그러지 않습니까- 아하하! 어쨌든 중간에 보스가 저를 구하러 와줘서 이 모쉬핏, 참으로 기쁘지 말입니다! 항상 겉으론 냉정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부하를 챙겨주는 마음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우리 검정 친구들도 정말 죽을듯이 돌격해 주어서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어서 참 좋았답니다. 보스의 말로는 언제든 자신이 다시 만들어낼 수 있으니 데려가고 싶은 만큼 데려가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자주 써먹을 것 같지 말입니다.
아, 그러고보니 검정 친구들 중에서 한 명이 어떤 하얀 무언가를 들고 저에게 오는 게 보였지 말입니다. 보아하니, 편지같네요? 웬 편지?
일단 무언가 이상한 장치같은 게 설치되어 있지는 않고, 그냥 평범한 편지입니다. 예, 뭐... 평범하다고 믿고 싶은 편지네요. 하마터면 검정 친구가 마구 찢어버려서 못 볼 뻔했지만 말입니다.
왜 평범하다고 믿고 싶냐면, 보내는 사람 쪽에 이름이 없거든요. 받는 사람 쪽에는 '악가가' 라고만 적혀 있네요. 보스의 이름을 이렇게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존재가 누가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보스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요? 익명의 누군가가 보스에게 보내는 편지. 어떤 내용이 있을지 좀 궁금하기도 하네요. 협박이라도 하나?
일단은 보스에게 가져다 주도록 하죠!
"보스! 보스 앞으로 편지가 왔지 말입니다-?"
"...편지?"
"이 모쉬핏이 먼저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내가 먼저 보는 게 예의 아닌가. 내 편지인데."
"아하하- 그렇죠? 여기 있습니다!"
보스는 편지를 유심히 보는 것 같더니 곧 다시 저에게 편지를 돌려주었지 말입니다. 아마 이번엔 제가 읽을 차례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신 것일지도 모르지요!
일단 잠시 가면을 벗고-
편지를 읽어보도록 하지.
“거 참 웃긴 내용이네. 요즘 편지는 이런 식인가요, 보스?”
“글쎄다. 편지 받아본 적이 없어서.”
“하여간 이상한 녀석들 참 많아요. 그래도 어쨌든 협박편지는 아니네요.”
편지도 다 읽었으니... 가면도 다시 써야지. 가면을 제대로 다시 쓰고... 그래도 참 재미있는 내용이었지 말입니다! 뭐랄까-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편지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라서 좀 흥미롭긴 했고 말이죠. 아무리 봐도 이걸 편지라고 해 줘야 될지, 아니면 어떤 함축적인 무언가가 들어있는 것인지 그건 좀 더 파악해봐야 될 것 같지만.
보스는 편지를 몇 번 유심히 더 보다가 저에게 그 편지를 넘겨주었습니다. 에?
“이 편지는 보스한테 온 건데요?”
“...네가 보관 잘 하고 있으라고.”
“아하-! 막 뿔에서 피어오르는 불에 불탄다던지, 나중에 잘못 건드려서 찢어진다던지같은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군요-?”
“그냥 보관이나 잘 해. 낡아빠지게 하지 마라.”
“그럼요- 그건 이 모쉬핏에게 맡겨주십쇼!”
잠시 보스의 곁에서 벗어난 뒤 이걸 보관하기 좋은 곳에다가 아주 잘 보관해 두었답니다. 나름대로 보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저만의 공간이 있거든요.
한 번은 앞에서도 말했던 보스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그 검정 친구 중에서 한 명이 이 곳에 온 적이 있었답니다. 마침 저도 그 당시에 이 곳에 있었기에 바로 돌려보낼 수 있었죠. 하지만 저는 특별한 조건을 걸고 그 친구를 돌려보냈답니다.
“하하, 여긴 주연의 비밀 공간이랍니다. 우리 검은 친구는 조연이니까, 밖에서 대기해주세요-?”
“...”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거렸으니 이해했다는 뜻이겠지요! 물론 이렇게만 하면 무언가 비밀 유지가 안 될 테니까, 더 특별한 것도 슬며시 더 걸었답니다.
“아, 그리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한 건 모두에게 비밀입니다-? 지켜주신다면 좋은 것을 드리도록 하지요!”
“...?”
“아하- 무엇을 하고 있냐면요- 간단한 글 같은 걸 쓰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게 조용히 누군가에게 드릴 예정이라서, 알려지면 안 되거든요-”
“...!”
“그러니, 비밀 잘 지켜주셔야 됩니다-?”
검정 친구는 끄덕거리며 밖으로 나갔지요. 이 글이 보스에게 갈 것이라곤 그 친구도 예상 못 했겠죠? 아하핫-!
이렇게 보니까 참 이상한 내용의 편지같은 무언가이지만, 어차피 들키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