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181126 -wanderer-

E / P 2018. 11. 26. 03:09





요즘 자주 만나고 있는 분이 있는데, 그 분 덕에 꽤 삶이 풍족해졌습니다. 항상 그 분에게서 물건들을 사곤 하는데, 오실 때마다 필요한 물건들만 가지고 오셔서 혹시 이 분은 제 마음을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건가? 싶을 정도였죠.

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습니다만, 몇 번 더 만나면서 이게 진짜로 우연인지 의문을 들 정도로 물건을 기막히게 가져오시니 단골손님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죠. 덕분에 그 분도 진심으로 좋아하시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그 분의 이름이... ‘자와디’ 라고 했던 것 같네요. 이렇게 진귀한 분의 이름을 잊을 수는 없죠.



「한 곳에만 머물러있기엔 이 자와디의 물건을 원하는 분들이 다른 곳에도 많지 않겠슴까?

물론 이렇게 단골손님 버리고 무작정 가지는 않슴다-!」



여러모로 유랑 생활을 꽤 오랫동안 하신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는 건 그만큼의 비법같은 것도 나름대로 많이 터득하고 있겠죠? 효과적으로 물건을 파는 법이라던지... 그런 것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있으니까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수도 있겠습니다, 후후... 왜냐면 저는 자와디가 보이는 순간 바로 다 사버리니까요.



「원래 인생이라는 건 참 험난한 것이지 말임다-」



물론 유랑 생활이 편하지만은 않겠지요. 저도 사실 마음 한구석에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자와디의 유랑 생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곤 한답니다.

그래도 그런 험난한 생활을 잘 버텨내며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 존경스럽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누구나 포기하고 싶은 시기가 있어도 자와디는 어쩌면 그 시기를 이겨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것도 있었습니다. 그에게도 자신만의 고민이 있을까요? 남들에게 말을 꺼내지 못한 채 그저 마음속에 봉인해두고만 있는 그런 고민.

물론 제가 그렇게 마음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엄청 가까운 존재라고는 쉽게 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 고민을 들어줄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요.


단골손님이 되게 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하고 싶지만, 어떤 게 좋을지 아직 모르겠는 것도 있고... 누구나 고민 하나쯤은 안고 살아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조금은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은근히 제 상반신을 많이 보시는 것 같슴다?

하긴, 이 자와디가 좀 핫바디를 가지고 있긴 하지 말임다-♪」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좀 부러웠습니다...

물론 그렇게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유랑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히 멋있는 몸을 가질 수 있게 되긴 하겠지요.


실제로 제가 구입하는 물건들 중에서 꽤 무게가 나가는 물건들도 종종 있었는데, 그런 물건들을 아무렇지 않게 들고 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역시 힘이 굉장하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가끔은 제가 물건을 사고 옮기려는데 직접 도와주신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저도 일종의 보너스를 드렸지요. 도움을 받았는데 그만큼의 보답이 있어야지 않겠습니까?



「영업에도 기술이 있슴다- 뭐어, 그쪽은 영업과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말임다?

그래도 다른 분들의 흥미를 이끌 방법 정도는 알아두면 좋지 않겠슴까?」



유랑생활과 장사가 겹쳐서 그런지 말솜씨가 꽤 되는 것 같았습니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영업용 말투라던지 그런 게 필요하긴 하겠지요. 제가 자와디를 처음 보았을 때에도 그런 느낌을 받긴 했으니 말입니다.

아, 지금요? 지금은 단골손님인데 영업용 말투를 쓸 필요가 있나요- 그냥 얼굴만 마주쳐도 바로 물건을 사 주는데 말입니다. 자와디도 그걸 아는지 저를 보면 환하게 반겨주고 말입니다.


제가 장사를 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어떤 존재들의 흥미를 이끌어낼 그런 말투를 배우게 된다면 나쁘진 않겠지요.

뭐든지 시작은 누군가의 흥미로부터 시작된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흥미를 이끄는 것도 실력인 것이지요.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말솜씨에 대해 가르쳐달라고 하면 과연 흔쾌히 가르쳐 주실까요? 아니면 “이런 건 직접 경험하며 쌓으셔야 되는검다- 대략 단계별로는 가르쳐드릴 수 있겠슴다!” 라고 할려나요?

왠지 그것도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언제나 이 물건들을 사주셔서 감사함다! 다음에도 좋은 물건을 가져오도록 하겠슴다-♪」



그나저나 자와디는 물건들을 어디서 얻어오는 걸까요? 이렇게 누군가가 물건을 사면, 그렇게 얻은 것으로 다시 물건을 사서 또다른 누군가에게 판매하는 걸까요?

어떻게 보면 무한히 순환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딱히 나쁜 방식은 아닌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중간중간 자와디가 원하는 물건들을 사는 경우도 있겠죠.


그러고보면 자와디는 어떤 물건을 좋아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언젠가 선물을 주게 된다면 자와디의 마음에 맞는 물건을 선물로 주고 싶거든요.

언제나 좋은 물건들을 가져와주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 물건을 준다는 게 재밌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마음을 표현하기엔 물건이 최고 아닐까요. 아하핫.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좋아하는 물건이나 다른 게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다음에도 자와디에 대한 이야기를 꽤 많이 풀어볼 생각입니다. 단골손님인만큼, 이야기 보따리도 굉장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