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플루 & 키네로메] 181201
“후우- 이제 겨울인가보네-”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아...”
“가을은 언제 지나갔을까- 싶을 정도라니깐.”
“...여기가 추운건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건지.”
“아마 둘 다일걸세. 우리들이 북쪽으로 올라온 것도 있을 터이니.”
“북쪽인 걸 어떻게 알아...?”
“자연을 보면 알 수 있다네. 그대도 알아두면 좋을걸세.”
“역시 마스터는 자연의 달인이라니까.”
서로 지내고 있는 장소, 세계는 달라도 날씨가 추워지는 건 다 똑같은 듯하다.
같은 하늘, 같은 시간이지만 단순히 다른 공간일 뿐인 것일까.
“플루토는 추워도 견딜 수 있어?”
“체온이 높은 편이라, 조금은 괜찮아!”
“아하- 역시 몸이 크니까 그만큼 열도 많이 나는 걸까나-”
“움직이는 데 쓰이는 에너지가 많으니까...?”
“응! 내가 하고 싶었던 게 그 말이었는데- 벌써 플루토는 엄청나게 똑똑해졌는걸!”
“옵시디언 덕분이지.”
자체적으로 체온이 높은 편인 플루토.
검은 깃털의 날개에서 나오는 열기로 항상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옵시디언.
플루토는 싱긋 웃으며 옵시디언의 입술에 살며시 키스하며 늘 그래왔던 듯이 볼을 핥짝이는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그들에겐 키스보단 그루밍이 더 익숙할지도?
“...마스터, 벌써부터 춥지?”
“......”
“추워서 말도 잘 안 나오는 것 같군...”
...식물에게 체온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키네틱에게는 자체적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키네틱은 이 기능이 다른 존재를 위해 쓰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리라.
“온도 조절 장치가 이렇게 쓰이리라곤 관리자들도 예상 못 했겠지.”
“...푸흐, 아마 그럴 것이오.”
키네틱은 물론 관리자들도 이 전투병기가 다른 존재와 함께 다닐 것이라는 걸 예측한 존재는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만약 키네틱에게 로메로가 없었다면, 사실 그 온도 조절 장치를 켜고 다닐 일이 없었을 것이다.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그가 작동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옷의 효과가 꽤 있는 듯?
"...계속 그렇게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을거야?"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여간, 마스터도 은근히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한다니깐."
"...? 정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만..."
"흠, 그럼 직접 이 키네틱이 나서야지."
사실 정말로 로메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상태일 수도 있다. 아니면 딱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던 상태가 아니었거나...
어쨌든 키네틱은 그렇게 믿으며 로메로를 자신의 코트 안으로 끌어당기듯 자세를 취하며 그대로 코트로 감싸주었다.
"마스터가 추워하고 있는데 이 키네틱이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사실 마스터라면 이미 준비하고 있었는 줄 알았는데."
"푸흐, 모르고 있었다네. 이거, 눈치채지 못해서 미안하구려."
"괜찮아. 이렇게 껴안을 수 있으니 그걸로 된거지."
누군가를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들이게 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푸른 기계. 이제는 껴안지 않으면 허전함을 느낄 정도라나 뭐라나.
그렇게 자신을 채워줄 누군가가 생겼다는 그 자체가 그 기계에는 큰 기쁨이자,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증거가 될 것이리라.
"히, 플루토-"
"응? 무슨 일로 불렀니?"
옵시디언은 플루토를 향해 팔을 활짝 벌리는 모습을 지었다.
플루토는 잠시 갸웃하면서도 곧 무슨 행동인지 눈치챈 듯 싱긋 웃으며 그대로 옵시디언을 끌어당기듯 품 안으로 감싸는 모습이다.
"따뜻한 것과 따뜻한 것이 만나면- 더 따뜻해질 테니까-"
"후후, 그렇지. 옵시디언은 날개가 있으니까, 이렇게 있으면 금방 따뜻해질 거야."
"사실 이 몸보단 플루토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강하다구-"
"너무 걱정 마. 플루토, 이렇게 건강하니까 말이야. 그러는 옵시디언이야말로 감기 걸리지 말고...!"
"이 몸 걱정도 안 해도 된다구! 지금까지 감기 걸렸던 적, 별로 없었잖아-?"
"언제 갑자기 나빠질지 모르는 게 건강이니까...!"
겨울에도 끄떡없을 것 같은 둘의 모습이다.
각자 제각각의 모습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는 모습이 정말 각각의 모습답다는 느낌도 들고, 역시 애인의 힘이란 대단하구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