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플루 & 키네로메] 181204
그들은 가끔 아르바이트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돈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일종의 경험을 쌓는 과정이라고 한다.
돈이 부족했다면 검은 까마귀는 의뢰를 받았을 것이고, 푸른 기계는 살인청부를...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아르바이트도 각자 그들의 취향에 맞는 일을 골라서 결정했다. 먼저, 검은 까마귀가 무엇을 결정했는지 확인하러 가 볼까.
검은 까마귀는 자신의 애인 플루토에게 이런 말을 남기고 자리를 비웠다.
“이 몸이 무엇을 하기로 결정했는지 맞춰 보라구-!”
“쉽게 찾을 수 있어...?”
“물론이지! 딱 겉으로만 봐도 이 몸이구나- 싶을 정도일 테니까!”
...그리고 그 말에 걸맞게 유독 엄청나게 활발한 존재가 하나 있었다.
풍선을 손에 잔뜩 들고, 몸에는 인형탈과 옷을 입고 있는 그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존재였는데, 아무리 봐도 그 검은 까마귀였다.
“거기 친구! 풍선 하나에는 풍선 하나만큼의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
그러니 풍선 받아가라구-
걱정 마셔! 이 풍선은 무료로 해주니까!
응? 무엇을 무료로 해주냐구?
즐겁게 만들어주는 게 무료니까!”
...사실 인형탈 아르바이트를 결정한 이유가 자신의 입담을 마음껏 표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의 흥미를 끌거나 일반 성인에게도 부담없는 말투를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하기에, 여러모로 복합적인 아르바이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입담과 더불어 장난끼 가득한 모습이 역시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인형탈이 제일 잘 어울리기도 하고 말이다. 정말 살아있는 인형을 보는 듯한 장난스러움.
“...옵시디언?”
“헤, 이거 보라니깐! 이렇게 바로 찾았잖아!”
“엄청 눈에 띄더라구...”
“이 아르바이트는 원래 이렇게 해야 재밌거든.”
“후후, 그건 그렇지. 관심을 이끌어야 되니까.”
“플루토는 이런 거 하지 말라구- 왜냐면 엄청 더우니까!”
“너무 더운 건 불편하긴 하겠지. 옵시디언은 괜찮아?”
“이 몸은 이 즐거움으로 버텨내고 있으니깐!”
그렇게 검은 까마귀가 즐거움을 쌓으며 인형탈을 쓰고 있는 동안, 푸른 기계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검은 까마귀에 비하면 얌전한 걸 좋아하는 기계였기에 그는 간단하게 검사를 맡는 일이나 길안내와 같은 일을 맡았다. 확실히 그 기계에게 잘 맞는 일인 것 같기도.
“...이 곳은, 자- 여길 보세요. 제가 표시한 곳이 현재 위치입니다.
그리고 찾으시는 곳은...”
그 기계에게 자체적으로 내장되어 있는 홀로그램 기능을 이용해 그 누구보다도 쉽고 간단하게, 그리고 이해가 빠르게 길을 가르쳐줄 수 있었으니.
“...표를 확인할테니, 잠시 보여주시죠.”
물론 표를 확인하는 일도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확인해낸다. 홀로그램은 전투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푸른 기계의 모습.
그리고 그런 모습이 신기한 장미 한 송이.
“자네가 존댓말을 쓰다니, 묘하게 어색하면서도 재미있구려.”
“...초면에 반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서 나에게는 잘 하지 않았는가-?”
“그랬...나...?”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푸른 기계의 모습이 귀엽게 보였던 장미 한 송이는 푸흣,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래도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구려.”
“이런 것도 다 경험이지.”
“그런데 그 옷은 언제 챙긴겐가...?”
“아, 이 옷?”
평소와 조금 비슷하면서도 다른 듯한, 마치 기관사를 보고 있는 모습이다. 게다가 롤러코스터 앞에서 이 옷을 입고 있으니... 이 푸른 기계가 롤러코스터를 직접 운행하고 있는 느낌이 엄청나게 든다.
유독 롤러코스터가 인기가 많은 이유가... 이런 옷과 그 옷을 입은 푸른 기계의 조합 때문인가?
“단순한 아르바이트이지만, 조금 분위기를 내 보고 싶어서.”
“그 덕분인지, 오늘따라 이 놀이기구에 사람이 더 많아보이는구려.”
"그런가? 이 옷 때문인가...? 어쩐지 유독 오늘따라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고..."
"좋은 일이지 않은가?"
"많이 바쁘지만, 그래도 나름 뿌듯하네..."
각자 자신이 원하는대로 즐겁게 일하고 있는 모습이 그들의 애인에게는 뿌듯하게 보일 것이다.
"그나저나 이 옷, 마스터에게도 어울릴 것 같아."
"나에게... 말이오...?"
"응. 마스터가 지금 입고 있는 옷도 깔끔한데 이 옷도 깔끔한 축에 속하는 옷이니까."
"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오?"
"당연하지. 이 푸른 기계는 거짓말을 못 한다구."
언젠가 자신의 마스터와 한번쯤 같이 입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이 일을 하겠다고 한 것도 자신이 입었을 때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설득같은 걸 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굳이 입고 싶지 않다면, 강제로 입게 하지는 않을 거니까."
"생각은 해 보겠소."
"언제든 기다릴 테니까, 결정되면 말해달라구."
그 푸른 기계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정말 그의 눈에는 마스터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말을 할 때가 많다. 언제나 마스터를 기다린다는 그런 말.
하나만 바라보는 게 나쁜 건 아닐 테니까. 오히려 좋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의지할 수도 있을 터이니.
그들은 각자 그들만의 의지로 하루하루를 이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