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디언 w. 쿠라야미] 190407
오늘은 플루토가 낮잠을 자고 있었고, 이 몸은 그런 낮잠자는 플루토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늘 익숙한 모습의 누군가가 우리를 찾아왔다.
“흐으음-"
“헤, 오랜만이네! 형!”
“오늘은 할 일이 없어서 너 보러 왔지-"
“하여간 형은 여전하다니깐.”
“그러는 너는 무슨 일이라도 있나? 보통 지금 시간엔 여기 없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비가 와서 그냥 자체적으로 쉬려구-"
“주변에서 항의같은 거 안 해?”
“괜찮아, 미리 공지해뒀거든.”
“히히- 그럼 다행이군!”
종종 쿠라야미 형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찾아오곤 했지. 휴가가 정말로 긴 건지, 아니면 그만뒀는지 모르겠다니까. 그래도 그만둔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오랫동안 쉬는 게, 참 신기했다.
이렇게 찾아오면 형은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먼저 꺼내고, 그 다음 나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하는- 그런 늘 일상적인 과정을 거쳤다. 아마 오늘도 그렇겠지?
“그나저나 이 어둠이 새로 장만한 옷이 어떠냐-?”
“오, 형- 지금 보니까 옷 바꿨네!”
“나름대로 시간도 지났는데 똑같은 거 계속 입기엔 심심하니까.”
“헤에- 그렇구나?”
“너야 뭐- 볼 때마다 항상 새로운 옷이거나 안 입고 있거나 둘 중 하나더만.”
“형 닮아서 그런거지.”
“그렇게 말해놓곤 이 어둠보다 옷이 더 많은데?”
“언젠간 형도 옷이 많아질 거라는 예언같은 거야!”
“호오- 그게 실현되는지 한 번 볼까-"
이제 슬슬 본론으로 넘어올 때가 되었는데- 한두번 질문을 받아온 게 아니니까, 그런 감이 느껴지거든.
“근데 말이야-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언제는 형이 그런 거 신경썼던가?”
“그런가? 그랬지!”
“진짜 무슨 질문이길래 형이 그런 걸 신경 쓸 정도인지 궁금하긴 한데!”
“별 건 아니고-"
살짝 어깨를 으쓱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쿠라야미 형.
“너는 무슨 이유로 살아가고 있어?”
“엥?”
진짜 형답지 않은 질문이다. 아니, 형이라서 할 수 있는 질문인건가.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저렇게 물어본다면 그게 더 당황스럽긴 할 테니.
“음, 무슨 이유로 살아가냐고 묻는다면...”
“어려우면 대답 안 해도 되고!”
“아냐- 어렵다기보단, 하나로 결정하기 좀 애매해서 그런거지.”
그래도 역시-
“애인 덕분이지! 사랑스러운 플루토가 있어서 삶의 낙이 생긴거나 다름없으니까!”
“흐음- 쪼끔 예상한 대답이긴 한데, 그렇게나 싱글벙글할 정도였던거야-?”
“형도 사랑에 대해서 알면서 그러긴.”
“키히히-"
그래도 살아가는 이유는 꼭 하나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 목표가 더 있기도 하고.”
“어떤 목표인데?”
조금 잔인하게 느껴져도 이해해주기다-?
“누구 좀 없애버리려고.”
“헤에- 누굴까-?”
“그을쎄- 누구일 것 같아-?”
“네 앞길을 방해하는 장애물들-?”
흐음, 나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서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흐뭇해하는 쿠라야미 형을 보며 제대로 된 정답을 알려줬지.
“내 앞길도 맞지만, 플루토의 앞길을 방해하는 걸 전부 없애버리고 싶거든.”
“그러고보니 그 친구는 연구소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었다고 했지?”
“응. 지금은 뭐- 그 녀석들도 더 이상 플루토를 노리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만약에 대비해두면 좋긴 하지- 그리고 항상 다른 것에서도 신경써둬야 된다구.”
“예를 들면, 어떤건데?”
“생각해 봐. 네가 너무 의뢰를 빠르고 확실하게 해결해서 주변에서 그런 모습을 보곤 무언가 먹잇감을 만들려고 할 수도 있어.”
“...헤, 생각해보니 그렇네.”
그래도, 그럴 일 없을걸.
“물론 그런 낌새가 보이면 진작에 내가 처리했겠지!”
“크크, 역시 너다운 대답이구만.”
“우리들에겐 자신감이 생명이라구-"
“하긴- 그런 자신감이 있었으니 애인도 생기고 그랬을 테니깐.”
이렇게 서로 키득키득 웃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바깥에서의 빗소리가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비 좀 피하고 갈게-"
“그러면 질문도 더 생각해두는 게 어때?”
“당연한 소리를 하는구나, 옵시야-"
“헤헤, 늘 한결같다는 걸 보여주는 모습이라구-"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플루토는 여전히 잘 자고 있구나. 그래서 어쩌면 플루토에 대해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