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젝트 헤드

[키네틱 w. 코지카타] 190407

E / P 2019. 4. 7. 23:28

 

 

 


 

"어? 선배님?"

"...? 엥, 너는 정말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니까."

"저도 제 나름대로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자주 여행지가 겹쳐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뭐, 잘 지내고 있냐?"

"보시다시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뭐, 제가 선배님에게 되물을 필요는 없어보이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마스터랑 같이 다닐 걸 그랬나? 일부러 마스터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잠시 헤어졌는데, 나도 몰랐지. 이 녀석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라곤.

항상 이렇게 이상한 곳에서 만나게 된다니까. 따지고 보면 그게 코지의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날씨가 맑네요. 이제 곧 해가 지겠지만..."

"달이라도 보면 되겠네. 너도 달 좋아하잖아?"

"달빛을 받으면 푸른 빛이 더 강해져서 좋아합니다. 풍경도 이뻐지고 말이지요."

"하여간, 달 좋아하는 것도 여전하다니까. 어쨌든 만났으니 같이 얘기라도 나누고 가자고."

"그러도록 하지요."

 

 

나도 그렇긴 하지만, 코지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다양한 일들을 겪고 있나보다. 하긴, 다양한 일들을 겪으려고 여행을 떠나던가 산책을 하던가 그러는 거겠지.

 

 

"너도 참 다양하게 겪는다. 불편하진 않냐."

"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생겨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되니까 그런 쪽으로 단련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거 배워서 어디다 쓰려고."

"흠, 그러게요."

"하여간..."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코지가 눈을 번뜩이더니 무언가 묻고 싶은 게 있는 듯 조심스러운 행동을 보였다.

그렇게까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나? 묻고 싶은 게 그런 내용인가?

 

 

"...선배님,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응? 그래. 네가 그렇게 조심스러워 할 정도면, 뭐- 심오한 질문인가?"

"심오할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뭐, 근데 내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든 화내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물어봐."

"그렇다면... 실례하겠습니다..."

 

 

코지는 그렇게 잠시 또 고민하다가 정말로 결심한 듯 조금씩 이야기를 꺼냈지.

 

 

"선배님이 살아가는 이유가 있습니까?"

"...?"

 

 

이런 질문일 거라곤 예상 못 했는데. 뭔가 화난다거나 그렇다기보단, 순간적으로 좀 멍해진 기분이었다. 마치 뜬금없이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

...뒷통수가 있긴 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비유가 그렇다고.

 

 

"살아가는 이유-..."

"너무 이상한 질문이었나요..."

"음, 그래도 뭐- 물어볼 수도 있지. 특히 너는 옛날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동시에 알고 있잖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기에 물어본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 크게 달라지긴 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이걸 '살아가는 이유' 라고 표현해도 되는지 좀 의문이긴 합니다만... 뭐, 대충 뜻은 이해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해는 했고, 이제 내가 대답해 줄 차례겠지."

 

 

그렇게 대답을 생각해내는 것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쉽게 죽을 수 없을 테니까-"

"...?"

"마스터 두고 어떻게 죽겠냐- 애초에 딱히 처음부터 죽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긴 한데, 뭐- 그렇다고."

"음, 하긴... 선배님이 처음부터 그렇게 입에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분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냥 매사에 다 귀찮아보였을 뿐..."

"지금도 조금 그런 기질은 남아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이 사라졌지."

"선배님을 보고 있으면... 애인의 힘이라는 게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놀랍지. 이렇게 될 정도로."

"...근데 본인 입으로 많이 사라졌다고 하면 신뢰가 되나요?"

"그렇게 말해놓고 너는 믿었잖아."

"..."

 

 

항상 어딘가 묘하게 어리둥절해 보이는 모습이 있다니까, 코지 녀석은. 그게 녀석만의 매력이지 않겠나- 싶기도 하지만.

 

 

"너도 그렇게 이유같은 거 만들어보고 지내는 건 어떠냐."

"그렇게 말씀하시기 전부터 저는 저만의 나름 이유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음, 그러냐. 잘 지내봐라."

"...선배님은 제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선 묻지 않으십니까?"

"물어봤자 내가 굳이 알 필요는 없으니까-"

"...귀찮은 거 없어지셨다면서요."

"많이 사라졌다고 했지, 아예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진 않았다."

"음... 네..."

 

 

궁금한 건 해결했으니 그걸로 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