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기스] 190425 -Kardies-
낮과 밤은 항상 찾아오는 법이지요. 물론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의 시간을 양보하듯 낮에는 달이 양보하고, 밤에는 태양이 양보합니다.
카르디스 님의 기억 속에는 항상 어두운 밤으로 가득한 걸까요, 아니면 조금씩 여명이 찾아오고 태양이 세상을 비추는 낮이 다가오고 있는 걸까요?
여러모로 좋지 않은 기억들이 카르디스 님에게 가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모두가 행복한 기억만을 가지고 살아갈 수만은 없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제 언행이 혹시라도 카르디스 님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 아닐지 걱정하곤 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주신 걸 보면, 아직까진 제가 불편하지 않은 것이겠지요? 언제든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시길.
이 곳에서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을 지키고 싶어하는 이를 만나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카르디스 님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성격도 나긋나긋하시고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하는 듯한 모습도 자주 보여서 제가 흥미를 가지고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호기심에도 부담없이 받아주신 카르디스 님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자연들을 제가 조금씩 좋아하게 된 건, 사실 딱히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
마치... 본능적으로 이 곳에 와서 이런 자연들을 보고 있으니 아주 조금씩, 저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었다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비록 자연을 바라보고 감상하는 것을 좋아할 뿐 아직까지 이건 어떤 꽃이다- 라는 그런 정보들을 알아보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카르디스 님을 만난 이후로 왠지 그렇게 정보들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이라는 건, 그냥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무언가 정보들을 잔뜩 가지고 있는 상태로 바라보면 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카르디스 님은, 혹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습니까?
꽃이라는 것은 추운 겨울엔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따뜻한 봄이 되면 활짝 피어오른다고, 인간 분들이 말하는 걸 종종 들은 적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꽃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왠지 꽤 잘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시련을 이겨내고 밝은 결과를 맞이하는' 그런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까요.
카르디스 님도 지금은 잠시 웅크리고 있는 상태이고, 머지않아 따뜻한 봄을 맞이한 꽃처럼 다시 환하게 모두를 맞이할 수 있겠지요. 제 푸른 기운들이 그렇게 저에게 알려주는 듯 했습니다.
항상 외롭거나, 무언가 불안한 기분이 느껴질 때 제가 옆에서 그 기운들을 대신 떠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그런 기운들을 떠안는다고 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존재이니까요. 괜히 '푸른 방패의 아이기스' 라고 불리는 게 아니지 않겠습니까, 하하.
물론 혼자서 이겨내려는 모습을 억지로라도 막아서고 제 도움을 무조건적으로 받도록 하려는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그냥, 혼자서 이겨내다가 잠시 어딘가에 기대어서 쉬고 싶을 때, 그럴 때 저를 찾아달라는 뜻입니다.
아니면, 제가 종종 찾아가면서 어떤 일들이 카르디스 님을 귀찮게 만드는지,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나아갈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언제나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카르디스 님에게 좋은 결과가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꽃들처럼 활짝 피어오를 카르디스 님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있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