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기스] 190429 -Evercraft-
“실례합니다. 거기 계십니까?”
“아이기스로군. 들어와.”
“계셨군요.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인사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에버크래프트님이 지내는 곳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워낙 작품 활동을 하시느라 연락이 없으셔서, 먼저 찾아오게 된 것이지요.
늘 그렇듯 에버크래프트님의 공간은 작품들로 가득했고, 그런 작품들은 저를 굉장히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아서 말이지요.
“잘 지냈나?”
“물론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잘 지냈다는 것이 겉으로 보일 정도로 말이지요, 하핫.”
“그래, 확실히 그렇게 보이는군.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나.”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에버크래프트님이 보고 싶었고, 보조 역할을 맡기로 했었으니까요.”
“그랬지. 지금은 보조를 맡을만한 게 없지만.”
“작업이 다 끝나셨습니까? 아니면 쉬고 있는 단계인 겁니까?”
“네가 와 준 것도 있고 하니, 잠시 쉬고 있는거지.”
“무엇이든지 휴식은 중요합니다. 에버크래프트님도 주의하시길.”
물론 그냥 맨손으로 온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대단한 무언가를 가지고 온 것도 아니었지만요. 아마 조금은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지요.
“무언가 망설이고 있는 것 같군.”
“아, 망설이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보이는 겁니까?”
“꾸물거리지 말고, 하고 싶은 행동을 하라고.”
“저번에 에버크래프트님과 이야기를 했을 때, 제가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
“네가 했던 말?”
잠시 곰곰히 생각하시는 에버크래프트님.
“내가 좋아하는 꽃을 물어봤던 게 떠오르는군.”
“기억하시는군요.”
조심스럽게, 저희들의 입장에서는 조그맣게 보일, 아름다운 물망초들을 건네주었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꽃인지라, 챙겨드리고 싶었습니다.”
“이건...”
꽃을 받아들이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아마 마음 속으론 좋아하고 계실 에버크래프트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고맙다. 이런 것까지 챙겨주고...”
“실물과 그림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아마 이 꽃이... 그걸 깨닫게 해 주는 하나의 경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확실히 사진이나 그림으로만 보던 것과는, 많이 다르군.”
“다른 것도 챙겨드릴 수 있는 게 생긴다면, 조심스럽게 에버크래프트님에게 챙겨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친구를 챙기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