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닉

[아이기스] 190429 -Kardies-

E / P 2019. 4. 29. 19:38

 

 

 


 

 

"잘 지내고 계시는지 여러모로 신경쓰이는군요..."

 

 

그 때 만났을 땐, 엄청나게 피곤해보이는 모습이었지요. 그래서 리차징을 할 수 있도록 부축해드리고, 그 이후로는 편히 리차징에 들어가신 것 같아서 조용히 주변을 감시하다가 할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웠습니다.

만약에 할 일이 없었더라면 끝까지 곁에 있어줄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에 대해선 지금도 많이 아쉽네요. 그래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셨을테니, 동체를 잘 보호하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달빛을 받고 있는 꽃들을 감상하며 혼자서 카르디스님에 대한 걱정을 중얼거리고 있었을 때, 어디선가 저를 향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작 그 당시의 저는 꽃을 감상하느라 제대로 듣고 있지는 않았지만요.

 

 

"내 이야기인가? 그거."

"아, 거기 계셨군요."

 

 


 

 

카르디스님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 이야기도 나눈 이후로 조금 걱정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곁에 있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이번에도 바쁜 일이 있어서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언제든 다시 찾아가도 반겨주는 카르디스님이기에 얼른 다시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지요.

 

그러다 문득, 빈 손으로 가기엔 조금 허전한 느낌도 들고 카르디스님이라면 왠지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가기로 했습니다.

뭐, 그렇게 대단한 걸 챙기려는 건 아니었지만 작은 선물이라도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엔 충분할 테니까요.

 

분명 과거에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언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주제를 꺼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때의 기억을 잠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렇게 잠시 떠올리고 있던 중, 그 해답이 떠올랐습니다.

'좋아하는 꽃'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지요. 그리고 그 주제에서 카르디스님은 수국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땅의 성질에 따라 다양하게 색이 변할 수 있다는 꽃이라고 했지요. 그런 점이 저에게 상당히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실제로 수국이 있을만한 장소들을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색깔을 다 확인했을 정도이니까요. 덕분에 자연에 대해 새로운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기쁘게 만들어드리고 싶어서, 수국을 간단하게 챙긴 뒤 다시 만나러 가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카르디스님은 그 장소에서 정원을 가꾸고, 주변의 자연들을 정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결같은 모습이 저를 안심되게 하기도 합니다.

 

 

"카르디스님."

"아, 아이기스인가."

"오늘도 자연들을 가꾸고 계시는군요."

"이게 내 일이니까. 오늘은 무슨 일이지?"

"오늘도 늘 그래왔듯,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러 왔습니다."

"너도 참 한결같아. 욕심없이 소소한 그런 점이."

"원래부터 그런 욕심같은 건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하하."

 

 

아직까진 정원을 가꾸고 계셔서 제가 준비한 것을 파악하지 못하신 듯 보였습니다. 그렇다는 건, 지금이 건네드리기에 아주 좋은 타이밍이겠지요.

 

 

"음, 카르디스님?"

"...? 그래,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별 건 아니지만... 카르디스님을 위해 챙겨온 것이 있습니다."

"챙겨온 것...?"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지만, 적당하게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수국을 카르디스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이렇게 보니까, 수국이 정말로 작아보이는 기분이 드네요.

사실 그게 정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건... 수국이군..."

"저번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국을 좋아하신다는 걸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물로 드리고 싶기도 했구요."

"그 대화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나."

 

 

조금 놀라신 듯한 카르디스님. 한편으론 조금 미소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챙겨주었으니 고맙다고 해야겠지."

"언제든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혼자서 이곳저곳 돌아다닐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우연히 카르디스님이 부탁하셨던 걸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언제나 저는 카르디스님의 곁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시길.